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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 -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함께 읽는 근현대사
아사히신문 취재반 지음, 백영서.김항 옮김 / 창비 / 2008년 11월
평점 :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역사는 각국의 역사만 배워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연관되어 있다. 국사를 배울 때에도 중국 그리고 일본의 역사를 필수로 알아야할 정도이니 말이다. 조선 이전에는 중국에만 집중하면 되었던 일들이 조선 중기 이후로는 일본의 역사도 두루 살펴야 한다. 그러나 제 각각 자기의 말들을 하고 있기에 역사 문제니 역사왜곡이니 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각국의 역사학자들 이외의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만들어진 책이 출판되었다. 시작은 아사히신문 취재반에서였지만 책의 내용 대부분은 중국, 한국, 대만을 골고루 담았다. 공동으로 집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이 없지 않지만 이만한 책이 나왔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동아시아를 만든 열 가지 사건이라는 책 제목에 맞게 큰 사건 10가지를 담았다. 시작은 아편전쟁이었고 끝은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까지이다. 책의 구성은 신문취재반답게 현장을 답사하여 관련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일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 자료를 보충하는 형식이다. 이어 각국 역사 교과서에 집필되어 있는 것을 비교하고 이러한 사건들이 현재 어떠한 기억으로 남겨져 있는 것인가를 조사했다. 커다란 사건들을 10가지나 담았지만 내용은 얕지 않았으며 한쪽으로 치우치는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완벽하게 각국의 시각을 담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인 책이라 생각된다.
간혹 자국의 시각이 잘못 되었음을 시인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국가의 경우를 짚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러일전쟁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이 사건으로 동아시아에 희망을 안겨주었다는데에 입을 모으지만, 이후의 실상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전쟁 직후, 일본은 조선을 보호국으로 만들었고 아시아 사람들의 희망은 실망으로 변했다. 일본의 승리는 희망도 주었지만 즉시 실망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은 승자의 역할이었으므로 의도적이 않고서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가 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희미하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역사를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된 국가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을 하나로 모으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지나치게 사대적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자학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수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인 이유다. 독일 프랑스는 공동 역사서를 가지고 수업을 할 수 있다. 아직은 보편적인 수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시도는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준다. 이 책을 읽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허나 언제까지 벽을 쌓고 앙금을 걷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간혹 급진적인 우익세력으로 인해 일본 전체를 매도하는 일이 일어나지만 보편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먼저 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이 각국에서는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하다. 역사를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뉘우치는 일은 어렵다. 설령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한 이러한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노력은 인정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배우는 점은 역사현실을 알 수 있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후 손을 내미는 이들을 밀어내지 않는 태도도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 그러한 해답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도는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해석의 유동성과 다양성을 중시하고 싶다. 해답이 아니라 물음을 제시하고 싶은 것이다. p.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