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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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의 싼마오는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여자였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사하라를 불모지로만 알고 있던 내게 색다른 시각을 가져다 준 이도 싼마오다. 그곳 또한 인간이 삶을 지탱해 살아가고 있는 공간임을 알게 해준다. 이번 이야기는 그 이후 이야기들로 사하라 이야기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너무나 여리지만 세상살이에는 용감한 여자 싼마오는 어린 시절 정규 교육에도 적응 못했던 여자 맞을까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모습을 가진다. 결혼한 여자이지만 스스로를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그녀는 또한 너무나 가정적인 면모를 가졌다. 이렇다 저렇다 표현하기 힘든 여자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그녀가 더없이 사랑스러운 것은 사막 위에서 살아가고 있음이라는 특별함 보다 인간이라면 가졌으면 하는 보편적인 의리와 인간애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소설 같은 그녀의 이야기들은 읽는 동안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하라위 원주민들과의 인간적인 마찰 그리고 우정 등을 담아내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싼마오는 용감했다. 어차피 문화란 그들의 것이다라는 문화상대주의적인 생각은 극단적인 문화요소에도 너무 관대하다. 존중하지만 지나친 것은 지적해 주는 싼마오의 모습은 친구라면 으레 그러할 것이다라는 생각과도 통한다. 그들은 이웃이며 친구였으니 말이다.

사막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적인 일 외에도 간혹 싼마오의 가슴을 뒤흔드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람마다 제 사정이 있다라는 구절처럼 그곳도 인간이 사는 땅이 아니던가. 사랑과 증오 그리고 믿음과 신뢰를 져버리는 일 따위는 어느 땅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역시 친한 친구를 잃는다는 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하라라는 광대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여행을 즐기는 싼마오의 카나리아 제도 여행기는 그곳을 가보고 싶은 욕심을 내게도 만들었다. 책은 다양한 일상을 담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은 듯 보인다.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며 그곳에서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싼마오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외 지역에서의 싼마오를 더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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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4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4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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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약판매를 한다는 광고에 부랴부랴 구매를 마친 나였다. 도착하자마자 뜯어본 새 책의 향기와 빼곡히 채워져 있는 사진과 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같이 온 DVD 상자가 깨어져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들뜨는 기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이토록 좋아하는 지식e 시리즈. 그간 보았던 1~3권의 내용이 모두 너무나 훌륭했던지라 의심의 여지없이 온 마음으로 즐거움을 만끽했던 것이다.

책을 열자 돈키호테의 모습이 보인다. 책을 덮을 때도 등장하는 돈키호테에서 지식e 집필진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친 기사로 낙인찍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몰락 귀족 방랑 기사 돈키호테였지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졌고 충실했다. 진정한 방랑 기사를 꿈꾸었던 그를 오늘날까지 우리 기억에 살아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세파에 흔들리지 않은 소신을 가진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힘을 가진 듯 해 보인다. 이글을 쓴 세르반테스의 삶도 비극이지만 희망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 영상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왔고, 그 뒤를 이어 더 자세한 설명을 담을 글이 보였다. 영상을 구성하는 글은 짧지만 흡인력이 강하다. 이 영상을 만든 이의 노력이 절로 느껴진다. 한 자 한 자에 정성을 담은 글에서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이토록 귀한 자료를 만든 이들의 바람은....아마도 책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이 만들고자하는 세상은 살아있는 지식이 통용되는 사회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진실을 바로보고자 하는 진실성에 있는 것이므로.

【이 책은 남은 것들, 여분의 것들, 제외된 것들을 바라보는 일이 곧 지식이라고 말한다. 해고된 비정규직, 나머지 아흔아홉 명, 그리고 남은 오른손을 생각하는 일, 그들에게도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고 상상하는 일, 그 정도의 생각과 상상만으로 다른 세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연약해 보이는 그 모든 것이 바로 힘이 되듯이, 무용해 보이는 그 모든 상상들이 이 세계를 바꾸리라. p.6】

지식e 4는 시간적으로 가까운 요즘의 일을 주로 다룬다. 우리가 평상시 많이 들어왔던 사건과 사실들이 많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이은 국제 금융 불안 그리고 그로 인한 우리의 현재는 개인에서부터 국가에 대응방식까지 또한 국제적으로 새해 초기까지 불거졌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알려졌던 미네르바 구속 사건과 필화사건,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미래 등등 알고 있던 사실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자료들이 한 가득이다. 미쳐 몰랐던 부분이 있어 놀랍고 또 이러한 시선이 주는 감동에 느끼는 바가 많은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 긋는 성향이 있는 나에게 이 책은 통째로 머리에 넣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되었다. 앞으로도 지식e의 출간 소식은 내게 큰 기쁨을 선사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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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 -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함께 읽는 근현대사
아사히신문 취재반 지음, 백영서.김항 옮김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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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역사는 각국의 역사만 배워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연관되어 있다. 국사를 배울 때에도 중국 그리고 일본의 역사를 필수로 알아야할 정도이니 말이다. 조선 이전에는 중국에만 집중하면 되었던 일들이 조선 중기 이후로는 일본의 역사도 두루 살펴야 한다. 그러나 제 각각 자기의 말들을 하고 있기에 역사 문제니 역사왜곡이니 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각국의 역사학자들 이외의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만들어진 책이 출판되었다. 시작은 아사히신문 취재반에서였지만 책의 내용 대부분은 중국, 한국, 대만을 골고루 담았다. 공동으로 집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이 없지 않지만 이만한 책이 나왔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동아시아를 만든 열 가지 사건이라는 책 제목에 맞게 큰 사건 10가지를 담았다. 시작은 아편전쟁이었고 끝은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까지이다. 책의 구성은 신문취재반답게 현장을 답사하여 관련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일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 자료를 보충하는 형식이다. 이어 각국 역사 교과서에 집필되어 있는 것을 비교하고 이러한 사건들이 현재 어떠한 기억으로 남겨져 있는 것인가를 조사했다. 커다란 사건들을 10가지나 담았지만 내용은 얕지 않았으며 한쪽으로 치우치는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완벽하게 각국의 시각을 담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인 책이라 생각된다. 
 

간혹 자국의 시각이 잘못 되었음을 시인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국가의 경우를 짚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러일전쟁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이 사건으로 동아시아에 희망을 안겨주었다는데에 입을 모으지만, 이후의 실상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전쟁 직후, 일본은 조선을 보호국으로 만들었고 아시아 사람들의 희망은 실망으로 변했다. 일본의 승리는 희망도 주었지만 즉시 실망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은 승자의 역할이었으므로 의도적이 않고서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가 베트남 전쟁의 기억을 희미하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역사를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된 국가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을 하나로 모으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지나치게 사대적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자학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국수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인 이유다. 독일 프랑스는 공동 역사서를 가지고 수업을 할 수 있다. 아직은 보편적인 수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시도는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준다. 이 책을 읽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허나 언제까지 벽을 쌓고 앙금을 걷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간혹 급진적인 우익세력으로 인해 일본 전체를 매도하는 일이 일어나지만 보편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먼저 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이 각국에서는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하다. 역사를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뉘우치는 일은 어렵다. 설령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한 이러한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노력은 인정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배우는 점은 역사현실을 알 수 있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후 손을 내미는 이들을 밀어내지 않는 태도도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 그러한 해답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도는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해석의 유동성과 다양성을 중시하고 싶다. 해답이 아니라 물음을 제시하고 싶은 것이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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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 1884부터 1945까지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 1
김흥식 기획, 김성희 해설 / 서해문집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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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는 시기적으로 가까운 특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고대나 이후의 역사시기보다 접하기가 어렵다.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고는 하나, 내용이 구체적인 수치와 사실들의 나열이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한다. 조금 더 이해를 쉽게 하는 책이 있다면 좋을 텐데 라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신문읽기를 즐겨하는 탓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역시나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책은 더없이 훌륭했다. 옛 신문의 일부를 오려붙여 놓은 것처럼 사실적인 사진이 있고 한자나 옛한글을 번역해 놓은 글을 함께 배치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저자의 해설이 가미되어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1884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사를 모았는데, 해를 달리하여 중요한 기사라고 생각하는 것을 담았다. 갑신정변에서부터 광복의 시기까지 매일이 중요했겠지만 그래도 돌아보아 그 영향이 지대한 기사만을 발췌했다. 한 가지 신문만이 아니라 당시 발행된 신문들에서 골고루 발췌해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는 것도 빼어난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았던 점은 근현대사를 배우는 이들에게 죽은 지식이라고 생각되어 흥미를 덜하게 되었던 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줄만한 특징을 가졌다는 데에 두겠다. 마치 오늘 일어난 일처럼 현상을 담은 글이기에 현장감과 사실감이 크다. 사건을 이루고 있는 전후 상황에 대한 이해도 한층 높일 수 있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인들이 읽으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요. 학생들이 읽으면 근현대사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이점에서 학생들에게 적극 권하고픈 책이 되었다. 이러한 책은 소장하여 두고 보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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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돌의 기억들
현고진 지음 / 포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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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말은 원초적인 의미에서의 자연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이 글을 쓴 이의 의도는 다소 안타깝다. 지금의 시대를 지나치게 절망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5만여 년 전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는 말이 씁쓸함을 갖게 한다. 물론 환경문제로 인한 인류의 절멸이라는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인류의 시간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랑의 발견을 해결의 근원에 두려고 하는 점이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사랑이 없는 사회란 절망을 뿌리내리기 가장 알맞은 장소이므로.

5만 여 년 전, 한반도와 중국이 하나의 대륙을 이루고 있는 시기에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에 기후의 변화가 있었고 살 곳을 찾아 이동하는 일이 벌어지겠지만 이 시기에는 그곳이 시작이었다. 불과 도구를 사용했다는 그들은 어떠한 생활을 하였을까하는 궁금증은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무척이나 다르다고 인식되는 그들이지만 생각해보면 현 인류의 조상인 그들의 사고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당시는 작은 무리로 이동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수렵과 채집 생활은 항상 식량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직면하였으므로 규모가 지나치게 클 경우 무리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었다. 대체로 무리는 혈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 책의 물보라, 하늘바람, 푸른지네, 구름호수 등도 그러했다. 무리를 이끄는 것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었다. 채집생활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지위가 남성들에 비해 낮지 않았다. 평등적인 관계맺음으로 무리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이야기에서는 두 무리의 충돌을 엿볼 수 있는데, 식량이 그 원인이었다. 항상 이것은 무리의 고민이었고 늘어가는 인구를 부양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싸움은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기적인 이유 만으로의 싸움은 훨씬 더 이후의 인류역사를 장식하였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싸움은 많은 피해를 입혔다.

결국 그 싸움에서 승리하는 자는 강한 자들이었다.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고 강한 무기를 선택하는 자들이 지배할 수 있었다. 때로 이동하는 무리들이 유입되기도 하였다. 이 모든 일들이 자연처럼 당연한 일이었던 시기였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순응의 태도다. 이기적인 심성을 지닌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이러한 태도야 말로 공동체를 이끌어가게 되는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한다. 현 문제 해결의 근원을 불의 발견보다 위대한 사랑의 발견이라는 저자의 의견이 희망적인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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