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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 엄마의 전쟁 일기 33일, Reading Asia
림 하다드 지음, 박민희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지구 전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에도, 전 지구적 합의를 모으는데 한낱 개인으로써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데에 무기력한 감정을 느낀다. 인류의 미래를 위하는 일에도 이러할 진데 다른 나라 멀리 떨어진 나라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는 어떻겠는가. 우리 역사에도 열강들의 이기심으로 피폐된 과거가 있었지만 어느 나라 우리를 진정한 친구로 여긴 적이 없었다. 국가 간 이해의 차이는 그만큼이나 큰 것일까. 게다가 국가 안의 여러 이익들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레바논이 그랬다. 어려운 역사를 헤쳐 나왔지만 남은 것은 종파 간의 반목이 사회를 갉아먹는 동인이 되었다.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으로 인한 이스라엘 건국 그리고 팔레스타인 난민의 문제는 이러한 레바논의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데 일조한다. 물론 국가 헌법으로 고착화된 정책으로 인해 정파 간 불균등한 권력조직도 하나의 원인이 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수니파 이슬람이 대부분인 팔레스타인 난민의 레바논 유입은 다른 종파 지도자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고 결국 내전으로 치닫게 된다.
이 때 주변 국가들의 간섭은 내전을 오래 그리고 사회전반에 증오가 뿌리를 내리는데 기여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시리아였으며 시리아 그리고 팔레스타인 세력을 적으로 삼는 이스라엘이 예다. 내전의 과정에서 세력을 확장하게 된 이들은 시아파 무슬림이기도 했다. 그들은 하나의 정치권력으로써 국가 전반에 영향을 떨쳤으며 이스라엘을 막는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이들이 이스라엘과 그의 친구 미국의 적 헤즈볼라다. 헤즈볼라의 생성과 발전은 레바논 역사에서 필연적인 요소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전 혹은 전쟁은 자주 일어났다. 전쟁을 겪은 세대의 고통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전쟁이 그들의 삶을 앗아갔다.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견뎌온 고통의 시간 등을 모두 가져가 버렸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기도 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은 내전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레바논을 재건하려했던 시간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시작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군인 납치였지만 이 또한 이전의 사건들이 원인으로 빚어진 결과였다. 레바논의 국민 대부분은 이러한 헤즈볼라의 행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허나 이스라엘의 입장은 달랐다. 헤즈볼라를 이유로 내세우며 전면전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그의 친구 미국이 열심히 동조했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힘없는 민간인이 죽어갔다. 군사시설이 아닌 사회기반 시설의 철저한 파괴. 천문학적 군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폭탄사용. 대부분은 아이들인 수많은 민간인의 죽음 등 레바논은 절망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살아있는 사람들도 고통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이웃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죽어감에도 손도 쓸 수 없는 사람들의 절망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이러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저지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레바논 국민들의 감정은 부정적이었던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글의 저자이기도 한 림의 입장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헤즈볼라를 원망하던 심정이 적국 이스라엘로 옮겨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와 남편 그리고 부인을 잃은 사람들에게 남은 것이 또 무엇이겠는가. 이는 민족과 국가를 떠나 인간이라면 당연히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이지 않겠는가. 사과와 종전을 요구하는 힘없는 레바논에게 헤즈볼라, 이란, 시리아와의 관계를 청산하기를 요구했던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은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는 무력한 국가와 국민에게 너무도 잔인하게 행동했다. 그 결과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죽음으로 되갚을 수 있는 복수의 칼일 뿐인 것을 왜 그들은 알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왜 자신들의 과거를 잊어버렸는가...아마도 민족의 과거를 통해 더 많은 칼을 갈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비극이 증오와 복수심의 결과임을 또 한 번 증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3일 만에 전쟁은 끝났다. 국제사회에 대한 레바논 국민의 호소도 별로 소용이 없었던 그날의 기억을 림의 일기로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레바논의 상황은 불안정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증오는 날이 갈수록 커져갈 것이다. 림의 과거가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듯이 이번 전쟁을 겪은 아이들의 미래도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 없이 진정한 외교가 불가능한 것처럼 이스라엘이 그들의 만행에 대해 레바논 나아가 팔레스타인 그리고 주변 아랍국가에게 사과하고 권리를 나누지 않는다면 평화의 중동은 부정적이라는 생각이다.
이스라엘 그들의 과거가 피로 얼룩져있음을 림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웃으로 지내온 친구라는 사실도. 다만 그들 민족이 중요하듯이, 아랍의 민족도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무기력함을 약한 민족이 느끼고 절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유엔에 더 많은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헤즈볼라든 이스라엘이든 어떤 종파이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앗아갈 수는 없음이라는 진리에 전 지구적인 합의가 있어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