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월의 포성
바바라 터크먼 지음, 이원근 옮김 / 평민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사례를 통해 가르치는 철학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본질은 역사로부터 되새겨야할 교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상통한다. 인류는 끊임없는 전쟁을 해왔고 그로부터 많은 바를 얻었다. 당시 전쟁을 행한 이들부터 오늘날 그들의 전쟁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허나 이 책은 그러한 교훈을 위한 책은 아니다. 오로지 구체적 현장과 사실을 담은 책으로써 한 달 간의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내용을 던져두고 있는 바가 이를 시사한다. 물론 저자의 견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역사를 읽고 공부하는 이유가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촉발되었을 때 그 시기를 담았다. 유럽의 역사가 분열과 통합의 역사이듯 이 시기에도 그렇다. 각 국은 피로 혹은 이해로 똘똘 뭉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하나의 적을 두고 공동으로 대응하기도 했으며 두 개의 파를 형성해 대치하기도 했던 것이다. 얼핏 알고 있던 사실과 같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다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더 많은 권력과 이익을 얻고자 하는 많은 국가들이 전장의 승리자가 되기 위한 모습이 이를 반영한다.
시작은 영국의 에드워드 7세의 장례식 행렬이다. 각국의 대사와 대표들이 조문을 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임에도 휘황찬란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마다의 속셈이 이면에 숨겨져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독일의 카이저는 무척이나 상기된 모습이다. 그간 영국의 독일 고립이라는 외교의 중심이 하늘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후 독일은 그동안 영국으로 인해 가려졌던 찬란한 태양을 거머쥐기 위한 위험한 도박을 꿈꾼다. 문제는 이러한 야망이 지나치게 직설적이었다는 것이며 많은 이들이 바라지 않는 미래 라는데에 있었다.
『위로는 카이저로부터 그 아래로 모든 군국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 모두는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위협을 가해 자신들이 열망해 마지않던 세계의 존경을 확보하려고 했다. 또한 ‘무력’시위를 통해 ‘태양 아래 자신들의 위치’를 요구했으며 ‘철혈’재상과 ‘빛나는 갑옷’의 황제를 찬양하면서 자신들의 군사적인 힘을 자랑했다. p.58』
영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러시아 등은 이러한 독일의 움직임에 대한 사전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을 능가하는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독일의 전쟁의지에 힘을 실어주는 일대의 사건이 일어난다. 페르디난드 대공의 암살로 시작된 유럽의 혼란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서의 전쟁을 목격하게 만든다. 이들 각 국의 이해관계는 무척이나 복잡하지만 분석적인 것이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곧 시작된 전쟁의 여러 전투는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으리라 본다. 승승장구 하던 독일의 패망 혹은 마른전투에서의 패배로 책은 끝을 맺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장을 지켜보는 듯한 생동감을 전해주는 탄탄한 이야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바바라 터크먼 여사가 얼마나 이 사건에 의미를 두고 흥미를 느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여사는 왜 혹은 어떠한 목적을 위한 집필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읽은 이후 저절로 알아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책을 읽은 이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곧이어 교훈을 얻지 못하고 더 크고 무게 있는 전쟁으로 파멸에 치닫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책 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