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만찬>을 리뷰해주세요.
빈곤한 만찬 - 음식, 영양, 비만에 관한 과학적 진실
피에르 베일 지음, 양영란 옮김 / 궁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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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나 남미 등 일부 최빈곤국을 제외하고는 먹을 것이 없어 고통을 받는 나라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못먹어서 병이 나거나 죽는 일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대인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새로운 질병이 생격나고, 어린 나이에 성인병으로 고생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특히 비만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최근들어 가장 심각한 것 중의 하나가 비만인데, 이제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심지어는 전염병으로 여기고 있다. “매일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동물성 지방을 피하며,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고, 가공식품을 피하라는 의사나 영양학자들의 조언이 정말 타당한 이야기일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명제와 같은 이야기에 대해 지은이는 의구심을 가지고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지은이는 책의 서두에서 일벌이 될 유충과 동일한 유충이 로열젤리를 섭취함으로써 여왕벌이 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영양소는 신체의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운명 자체를 바꿀 만큼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음식과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인류의 유전자는 선사시대와 달라진 것이 없고, 먹을거리는 풍부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류의 건강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던 선사시대의 여인 루시, 농경시대 여인 룰루, 그리고 오늘날의 음식 소비자 릴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류에게 긴 시간 동안 일어난 섭생의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내용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는 지은이의 이야기 솜씨가 탁월하다. 이처럼 지은이는 책 전체에서 비유와 각종 실례를 들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겪는 건강과 영양에 대해 다양한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매스컴과 일반인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먹을거리와 영양,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해답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무조건적으로 무엇은 먹고 무엇은 먹지 말라는 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먹을거리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흑백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대표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한동안 동물성 지방은 무조건 해롭다는 논리가 만연한 적이 있다. 이는 값싼 팜유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했고, 맛을 높이기 위해 여기에 수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하면서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트랜스지방 덩어리로 둔갑하게 되었다. 또 다른 식물성 기름인 콩기름 역시 동물성 기름은 나쁘다는 단순 논리로 인해 그 소비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최근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불균형에 대해서 방송한 적이 있다. 이때 지은이 피에르 베일이 나오기도 했다. 오메가6와 오메가3는 모두 인체에 꼭 필요한 지방산으로 오메가6는 우리 몸에 남는 지방을 비축할 수 있게 해주며, 오메가3는 남는 지방을 연소하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서 이 둘의 비율은 51일 때 이상적인데, 오늘날에는 오메가6를 오메가3보다 평균 20배나 많이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오메가6의 과잉은 전통적으로 아마를 사료로 먹여온 축산 동물에게, 현대에는 옥수수와 콩 등 오메가6가 풍부한 사료를 공급하고 있어, 현대인들은 오메가6의 과잉과 오메가3의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놓여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제약회사와 식품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채 다이어트 산업을 조장하여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성분표시들이 적혀있는 식품의 포장지도 소비자들에게 많은 착각을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지은이는 각종 비유와 다양한 시례, 그리고 수치와 자료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위에서 바와 같이 섭생이 유전자 형성에 미친 영향과 현재 우리의 섭생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정리하면서, 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는 결론적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먹이사슬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답일 수도 있다. 물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여 온 우리의 섭생을 바꾸어야 하는 일이라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의 행동이 필요하다. 지은이가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뇌여 본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가능하다. 우리도 아주 조금씩 참여할 테지만, 멀리 내다봤을때 실제로 상황을 바꾸는 힘은 소비자-시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우리 선택에 내일을 사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소비방식이 달려 있다. 진정한 힘은 슈퍼마켓 계산 창구를 지나가는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본서 제327쪽 참조),"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온 것들에 대해 다시금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말하자면 우리가 수만 년 동안 먹을거리를 찾아다니고, 음식을 만든 방식이 현재의 우리와 같은 몸의 조직과 기능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데 가장 알맞은 기능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 환경과 섭생방식이 최근 수십 년 사이에 급격하게 바뀌었으니, 틀림없이 우리 몸도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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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를 리뷰해주세요.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 - 역사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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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쿵닥거린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 탈출(?)하고,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을 가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일상생활을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빡빡한 직장생활도 그렇고. 그렇다보니 해외 여행은 엄두도 못낸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지은이는 무척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부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1번도 다녀오기 힘든 터키를 100번이나 다녀왔으니 말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다녀온 수 많은 도시 중에서 인상 깊었던 도시들을 골라 그 나라의 역사와문화,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역사도시’라는 부제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가 찾아간 곳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들이다. 리스본, 그라나다, 페스, 알렉산드리아, 다마스커스, 페트라, 코냐, 이스파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라코프, 탈린, 울란바토르, 사마르칸트, 잔지바르, 치첸이트사, 쿠스코 등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던 도시들이다.

한때는 번영과 영화를 자랑하던 도시들이지만 이제는 과거의 기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든다. 특히 이민족들에 의해 자신들의 문화가 파괴되어 버린 인디오, 몽골인, 잔지바르인들의 삶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새로운 생명력은 꿈틀거린다. 각 도시들이 가진 고유의 향취가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은이도 그 향기와 빛깔에 매료되어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풍부한 사진과 상세한 설명은 직접 가보지 않고도 그 도시의 매력이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각 도시에 대한 유래와 유적에 대한 소개는 어떤 면에서는 마치 세계사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부분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느낌도 들었다. 솔직히 일반인들로서는 잘 알아듣기 힘든 그 나라의 용어들과 역사이고, 또한 소개된 도시가 많다보니 특정 도시와 역사를 서로 매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지은이가 다녀본 도시 중에서 인상적인 곳을 골랐기 때문에 대부분 좋다는 이야기가 전부이지만, 비슷비슷한 느낌을 읽는 독자들로서는 평이하거나 단조롭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소개된 사진에는 지은이가 등장하는 사진은 한 장도 없어 여행이 주는 생동감이나 사실성이 떨어지고, 또한 여행이 갖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도 없어 밋밋하다. 마치 딱딱한 세계사 책을 읽는 느낌이다. 각 도시가 위치한 곳을 지도로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도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더라면 좀 더 알찬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패키지 여행을 갔다오면 남아 있는 것은 유적지 여러 곳에서 찍은 사진이 전부인데, 이 책이 바로 그런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크게 추천할 만한 점이 없습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원래 아우슈비치 수용소는 폴란드 군의 막사로 건설되었으나, 1939년에 독일이 점령하면서 노동력 착취와 인종 청소라는 인류 역사살 가장 무서운 집단 학살장으로 바뀌었다(159쪽)……그 날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듯이 수용소 4번 막사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놓여 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역사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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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를 리뷰해주세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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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월 촛불집회 1주년 기념식이 서울역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촛불집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되고 말았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명박 정부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저의를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고 정부의 소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외침과 일방적인 금지와 제지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상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은 한 나라의 통치구조와 기본 이념을 정해놓고 있는 그 국가의 최고법이다. 모든 통치자들은 헌법에 근거해서 나라를 통치해야 하고, 국민들은 헌법에 근거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이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거의 마비상태다. 지은이는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後拂制 헌법’이었고, 그 후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본서 제22쪽 참조)” 라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그 값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완벽한 헌법 중의 하나라고 한다. 통치구조에 대한 부분은 논외로 하고, 국민들의 권리에 관한 기본권 조항은 철학적 이상을 담은 것으로까지 평가될 정도로 아주 잘 만들어진 조문들이다. 지은이는 이런 헌법 조문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떨리는 가슴으로 이 땅에 헌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구현하여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과제라고 한다.

1부에서는 헌법의 당위 즉, 헌법의 기본권 조항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 살피고 있고, 2부에서는 권력의 실재, 즉 헌법의 절차에 따라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은 대의민주주의 정부와 국회의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예전 거침없는 이야기로 명성을 날렸던 지은이의 입담은 많이 줄어들었다. 이 책은 시사프로그램 등에 출연하여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폭포수처럼 쏟아내던 냉소적이면서도 카리스마넘치는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떠한지를 성찰하는 에세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은이가 젊은 시절 운동권 학생으로서 삶을 살아오면서 지식인으로 갖추어야 할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을 못내 아쉬워하는 대목이나 자신이 장관으로 재직할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부분 등은 자칫 예전 지은이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뚱맞은 내용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가 참여정부의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현실 정치판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들은 현실적이고 무척 설득력있는 내용들이다.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역주행을 하고 있는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 뿐만 아니라, 현 상황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진보세력들에 대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의를 저버리는 정치인이나 국가의 먼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열중하여 사자가 되지 못하고 토끼가 되는 정치인은 보수든 진보든 바랄게 없다고 한다. 국민들은 길가는 익명의 사람들보다 더 정치인들을 불신한다는 말로 현실 정치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국민이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과 교양이 부족한 지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일시적 위협 요인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주권 의식과 책임 의식이 부족한 국민 자신이다. 억제할 수 없는 주관적 욕망에 사로잡혀 아무런 방법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 욕망을 무제한 충족시켜 주겠다고 공언하는 거짓 구세주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그리고 그 욕망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가차 없이 돌아서서 또 다른 메시아를 고대하는 무책임한 주권자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꼭 그만큼만 앞으로 나아간다(본서 제53쪽 참조).”

최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언제나 영․호남으로 나누어지는 선거결과는 지역적 색을 이용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려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선거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을 하지 않는 한 끝없는 수평을 달릴 것이고, 철새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해 이 지역구 저 지역구를 기웃거리며 표를 흥정할 거다. 그런 정치인들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는데, 그런 정치인들을 선출하는 우리 국민들을 보면 지은이가 하는 말이 딱 맞다.

기존의 지은이의 모습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글쓰기이여서 낯설기까지 하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몸담았다가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지은이가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헌법이 추구하는 당위와 현실 정치가 가지는 괴리를 보여주고, 그 괴리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서우리 헌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이념을 조심스럽게 성찰하는 대목은 또 다른 지은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신선하다.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풍부한 경제학, 인문학, 사회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를 접목하여 자신의 지난 날을 술회하듯이 읊어내는 문학작품을 읽은 느낌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당위와 현실간의 괴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88만원세대/우석훈,박권일
대한민국 개조론/유시민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정운영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는 나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자유주의 또는 사회자유주의social liberal로규정한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도 존중하고 사회주의자도 존중한다. 그러나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오로지 이익만을 좇아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은,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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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을 리뷰해주세요.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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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그 어느때보다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물가, 실업률, 주식시장 침체, 그로 인한 자살률 증가 등. 그런데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불안과 실물경제 위축으로 어느 나라없이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이 책은 무한경쟁시대로 내몰린 채 경제적 위기로 괴로워하는 일본 100만 독자를 일으켜 세운 책이라고 한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서점가에는 처세서와 경제서가 대세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강조하는 책들이나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현실도피적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물론 이런 책들을 싸잡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빠진 채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의 사고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들에게 만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힘이 들더라도 고민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고민이 바로 힘이 된다는 것이다. 
   

재일 한국인이었던 지은이는 일본과 한국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인으로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것들을 고민했다고 한다. 일본인으로서 현재를 살아가기도 힘든데,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말을 안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지은이는 더 강해졌다고 한다. 자신의 그런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고민의 힘이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청춘을 지배했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모델로 삼아 고민하는 삶의 방법을 설명한다. 나쓰메 소세키나 막스 베버는 모두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근대가 시작될 무렵 동시대를 호흡한 인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제국주의가 발흥하는 모습이나 급격한 변화와 발전으로 인간은 점점 소외되고 고립되어 가는 모습이 현재 세계화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사회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서, 그들이 당시 고민한 것들을 통해 현재 우리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자아, 돈, 지성, 청춘, 종교, 일, 사랑, 죽음, 노년 등 하나같이 만만하지 않은 주제다. 지은이는 이런 질문을 통해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라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과 막스 베버의 이론을 위 질문들에 대입하여 설명하는 지은이의 통찰력은 눈부시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고 아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 느낌이 들 정도다. 어떠 면에서는 많은 고민이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지은이만의 혜안을 길러준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은이가 재일 한국인이어서인지 책 중간 중간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무척 설득력있는 글들이 많다. 얇은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인생의 무게감은 하루 이틀 고민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지은이는 아직도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일본과 한반도를 종단하거나,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한다. 아직 지은이는 청춘이다. 그만큼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을 통해 강해졌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꿰뚫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지식의 세계가 모두 가득 차 있습니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간섭을 하거나 옥신각신해도 폐쇄감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 젊은 사람들은 더 크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계속해서 결국 뚫고 나가면 뻔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새로운 파괴력이 없으면 지금의 일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본서 제170쪽 참조)”

이 말은 비단 일본에만,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뻔뻔해질 수 있는 성찰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기존의 처세서들과 달리 잔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하는 삶의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어서 깊은 맛이 나는 책입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지금 현재 많이 힘들어하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실 지금의 시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꿰뚫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지식의 세계가 모두 가득 차 있습니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간섭을 하거나 옥신각신해도 폐쇄감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 젊은 사람들은 더 크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계속해서 결국 뚫고 나가면 뻔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새로운 파괴력이 없으면 지금의 일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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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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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2008년은 우리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은 한 페이지를 장식한 한 해였다. 2008년 경제부흥을 외치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을 한 한 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과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은 촛볼집회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오만불손 그 자체였다. 처음부터 국민들을 무시하고 진행된 졸속협상은 끝까지 국민들의 희망을 저버렸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허구였음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을 고수한 이명박 정부는 곧 국민들의 준엄한 꾸짖음에 직면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촛볼집회다.

이 책은 100여 일간의 촛볼집회의 경과를 ‘전조, 파도, 집접, 폭발, 광장, 민심, 진화, 역진, 공명, 계속’ 등 10개 국면으로 나누어서 각 국면별로 지은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촛볼집회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2008년 봄, 여름에 결쳐 일어났던 100여 일간의 촛볼집회를 정리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책의 머리글에도 적혀 있듯이 “기억은 객관적일 수 없고, 각자의 뇌리 속에서 재구성된 채 남아 있게 될 운명을 지녔다. 그럼에도 시간이 더 많이 흘러서, 더 잊혀지고, 더 훼손되기 전에,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최선을 다해 당시 현장을 기록해보자”는 것이 이 책에 글을 쓴 지은이들의 마음이었다. 

당시 현장을 담은 115컷의 생생한 사진과 박재동 화백의 촛볼집회 현장 스케치와 캐리커쳐는 1987년 6. 10 항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마당을 연상시킨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시작한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경제 정책, 인사 정책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국정의 난맥상을 성토하는 장(場)으로 변해갔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를 믿지 않았다.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 자신이었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네티즌 세 명과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가 2008년 9월 24일 저녁에 참여연대 소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내용 중,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진보 정당 당원 분들에게는 좀 거리감이 있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사람들이 말은 진보를 내걸고 있지만 막상 나와서 보면 속까지 그런 것도 아니고, 보수를 견제하기 위한 진보이지 진보를 위한 진보가 아니라는 느낌이 있지요(본서 제195쪽 참조)” 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지은이들은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당시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사진과 함께 같이 실린 글들은 지은이들의 개인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드러나 오히려 사진이 가진 객관적인 점을 반감시키는 측면도 있었다. 물론 사진이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지은이들의 냉철한 시선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대신 차병직이 쓴 글들은 촛불집회가 가진 의미에 대해 남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촛불은 ‘염원’, ‘소망’을 담은 것이다. ‘반항’이나 ‘저항’의 의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아직도 가슴 한 곳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제 다시 이 촛불이 광장으로 몰려들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2008년 촛불집회 현장을 담아 당시를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촛불, 65일의 기록/경향신문촛불팀 편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당대비평 기획위원회 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책임이다. 촛불집회는 헌법적 저항권의 발동이었는가, 아니면 시민불복종의 행동이었는가, 혹은 그 자체로 모두 정당한 구체적 시민권의 행사였는가, 헌법적 저항권이었다면 목적은 혁명일 수밖에 없고, 혁명의 성공여부에 따라 논공행상되거나 처벌받을 것이다. 정당한 시민권의 발동이었다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게 타인에 끼친 손해는 배상하고 불가피하게 행한 실정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대가를 받아야 한다. 시민불복종이라고 주장한다면 기꺼이 비폭력 무저항주의의 자세로 부당한 법의 개폐까지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체포되어야 옳다.이런 원칙적 문제까지 면밀히 검토하여 평가해야, 가슴속에 남겨둔 불씨를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다(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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