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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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한홍구 지음, 박재동 그림, 김현진 외 글, 한겨레 사진부 사진, 참여사회연구소 외 / 한겨레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지금 돌이켜보면 2008년은 우리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은 한 페이지를 장식한 한 해였다. 2008년 경제부흥을 외치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을 한 한 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과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은 촛볼집회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오만불손 그 자체였다. 처음부터 국민들을 무시하고 진행된 졸속협상은 끝까지 국민들의 희망을 저버렸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허구였음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을 고수한 이명박 정부는 곧 국민들의 준엄한 꾸짖음에 직면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촛볼집회다.
이 책은 100여 일간의 촛볼집회의 경과를 ‘전조, 파도, 집접, 폭발, 광장, 민심, 진화, 역진, 공명, 계속’ 등 10개 국면으로 나누어서 각 국면별로 지은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촛볼집회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2008년 봄, 여름에 결쳐 일어났던 100여 일간의 촛볼집회를 정리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책의 머리글에도 적혀 있듯이 “기억은 객관적일 수 없고, 각자의 뇌리 속에서 재구성된 채 남아 있게 될 운명을 지녔다. 그럼에도 시간이 더 많이 흘러서, 더 잊혀지고, 더 훼손되기 전에,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최선을 다해 당시 현장을 기록해보자”는 것이 이 책에 글을 쓴 지은이들의 마음이었다.
당시 현장을 담은 115컷의 생생한 사진과 박재동 화백의 촛볼집회 현장 스케치와 캐리커쳐는 1987년 6. 10 항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마당을 연상시킨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시작한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경제 정책, 인사 정책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국정의 난맥상을 성토하는 장(場)으로 변해갔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를 믿지 않았다.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 자신이었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네티즌 세 명과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가 2008년 9월 24일 저녁에 참여연대 소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내용 중,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진보 정당 당원 분들에게는 좀 거리감이 있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사람들이 말은 진보를 내걸고 있지만 막상 나와서 보면 속까지 그런 것도 아니고, 보수를 견제하기 위한 진보이지 진보를 위한 진보가 아니라는 느낌이 있지요(본서 제195쪽 참조)” 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지은이들은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당시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사진과 함께 같이 실린 글들은 지은이들의 개인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드러나 오히려 사진이 가진 객관적인 점을 반감시키는 측면도 있었다. 물론 사진이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지은이들의 냉철한 시선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대신 차병직이 쓴 글들은 촛불집회가 가진 의미에 대해 남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촛불은 ‘염원’, ‘소망’을 담은 것이다. ‘반항’이나 ‘저항’의 의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아직도 가슴 한 곳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제 다시 이 촛불이 광장으로 몰려들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2008년 촛불집회 현장을 담아 당시를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촛불, 그 65일의 기록/경향신문촛불팀 편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당대비평 기획위원회 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책임이다. 촛불집회는 헌법적 저항권의 발동이었는가, 아니면 시민불복종의 행동이었는가, 혹은 그 자체로 모두 정당한 구체적 시민권의 행사였는가, 헌법적 저항권이었다면 목적은 혁명일 수밖에 없고, 혁명의 성공여부에 따라 논공행상되거나 처벌받을 것이다. 정당한 시민권의 발동이었다 하더라도, 의도하지 않게 타인에 끼친 손해는 배상하고 불가피하게 행한 실정법 위반 부분에 대해선 대가를 받아야 한다. 시민불복종이라고 주장한다면 기꺼이 비폭력 무저항주의의 자세로 부당한 법의 개폐까지 요구하며 자발적으로 체포되어야 옳다.이런 원칙적 문제까지 면밀히 검토하여 평가해야, 가슴속에 남겨둔 불씨를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다(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