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를 리뷰해주세요.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 - 역사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쿵닥거린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 탈출(?)하고,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을 가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일상생활을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빡빡한 직장생활도 그렇고. 그렇다보니 해외 여행은 엄두도 못낸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지은이는 무척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부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1번도 다녀오기 힘든 터키를 100번이나 다녀왔으니 말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다녀온 수 많은 도시 중에서 인상 깊었던 도시들을 골라 그 나라의 역사와문화,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역사도시’라는 부제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가 찾아간 곳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들이다. 리스본, 그라나다, 페스, 알렉산드리아, 다마스커스, 페트라, 코냐, 이스파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라코프, 탈린, 울란바토르, 사마르칸트, 잔지바르, 치첸이트사, 쿠스코 등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던 도시들이다.

한때는 번영과 영화를 자랑하던 도시들이지만 이제는 과거의 기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든다. 특히 이민족들에 의해 자신들의 문화가 파괴되어 버린 인디오, 몽골인, 잔지바르인들의 삶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새로운 생명력은 꿈틀거린다. 각 도시들이 가진 고유의 향취가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은이도 그 향기와 빛깔에 매료되어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풍부한 사진과 상세한 설명은 직접 가보지 않고도 그 도시의 매력이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각 도시에 대한 유래와 유적에 대한 소개는 어떤 면에서는 마치 세계사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부분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느낌도 들었다. 솔직히 일반인들로서는 잘 알아듣기 힘든 그 나라의 용어들과 역사이고, 또한 소개된 도시가 많다보니 특정 도시와 역사를 서로 매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지은이가 다녀본 도시 중에서 인상적인 곳을 골랐기 때문에 대부분 좋다는 이야기가 전부이지만, 비슷비슷한 느낌을 읽는 독자들로서는 평이하거나 단조롭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소개된 사진에는 지은이가 등장하는 사진은 한 장도 없어 여행이 주는 생동감이나 사실성이 떨어지고, 또한 여행이 갖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도 없어 밋밋하다. 마치 딱딱한 세계사 책을 읽는 느낌이다. 각 도시가 위치한 곳을 지도로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도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더라면 좀 더 알찬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패키지 여행을 갔다오면 남아 있는 것은 유적지 여러 곳에서 찍은 사진이 전부인데, 이 책이 바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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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원래 아우슈비치 수용소는 폴란드 군의 막사로 건설되었으나, 1939년에 독일이 점령하면서 노동력 착취와 인종 청소라는 인류 역사살 가장 무서운 집단 학살장으로 바뀌었다(159쪽)……그 날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듯이 수용소 4번 막사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놓여 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역사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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