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박치기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인생은 박치기다 -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책!
이봉우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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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자는 《논어》〈위정편(爲政篇)〉에서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라고 하였다. 40세 이르러서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지은이도 어느덧 40대에 들어선 나이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40여년을 살면서 겪은 일은 일반인들이 겪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세월을 지내온 지은이가 뱉어내는 인생이야기는 불혹이라는 단어가 그저 생겨난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지은이의 화려한 경력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1968년 교토를 무대로 한 리얼한 재일 한국인의 청춘상을 그린 영화 “박치기!”를 제작하여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고, 이후 “겟 업!”, “훌라걸스” 등과 같은 영화를 제작해 일본 내외의 영화제에서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아무도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칸 영화제에서 우연히 “서편제”를 만나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어, “서편제”를 수입하여 일본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관객 1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차례로 일본에 소개하여, 일본에 한국 영화를 알리고 지금의 한류 붐의 불을 지피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라고 한다.

책은 5개의 큰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챕터 1에서는 지은이가 자신이 만든 최고의 영화라고 하는 “박치기!”에 대한 이야기를, 챕터 2에서는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져 들어 한국 영화를 수입, 배급하여 일본 내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새로운 흥행을 만들어 낸 이야기를, 챕터 3에서는 지은이가 처음으로 배급한 영화 “카메라광”부터 “훌라걸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애정이 살아 숨쉬는 영화와 일본 영화 비즈니스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챕터 4에서는 “박치기! LOVE & PEACE"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다룬 이야기를, 챕터 5에서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네마 테크를 드나들며 보아온 수많은 영화 감상평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두고 있다. 부록으로는 단편소설 “늑대인간”과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 ‘시네콰논’이 제작․배급한 영화목록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2007년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후 번역․출간되었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에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착잡한 심정을 은연 중에 내비치고 있다. 지은이가 지금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겪은 차별과 고뇌, 방황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차별과 역경을 극복하고 지금 현재의 자신을 찾게 된 데에는 자기만의 투철한 인생관이 있었고,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점을 충분히 살린 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적으로 재일 한국인으로서 겪은 차별이라든지 고난을 소재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재일 한국인으로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렀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 본문 뒤편에 실린 영화 감상평과 자신의 손을 거쳐간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영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게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의 천직으로 삼은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열정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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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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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인들은 바쁘다. 신호등의 파란불이 들어오기도 전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연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조금이라도 늦다 싶으면 주문을 독촉하고……

한국의 도시인들은 매일 전투를 치른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기를 하고, 내 자식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살도록 하기 위해 고액 불법과외와 위장전입을 마다하지 않고, 승진을 위해서, 사업을 위해서 술을 안마시는 날이 없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은 한국인들, 그 중에서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 단면이다. 한국은 역동적이고 생동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금 한국은 높은 사교육열과 부동산 투기로 나라 자체가 아주 힘든 상황이다. 사교육은 미국의 무기산업 수준이 되어 이제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에 와버렸고, 돈이 모든 걸 결정하는 사회적인 경향은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배웠다고 하는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나면 항상 선거범 수사와 재판이 잇따르고, 장관 등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탈세, 투기 의혹, 위장 전입이 단골 질의 사항으로 되어 있고, 그에 대한 후보자들의 대답은 ‘죄송하다’라는 한 마디로 되돌아오고, 그 한 마디로 모든게 해결되어 버리는 이상한 나라가 지금 한국이다.

최근 대안 학교, 공동체 마을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환경을 탈피하여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돈과 권력이 전부가 아닌 진정한 사람향기가 나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랜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당장 도시에서 편하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한다는 것은 왠만한 결단과 용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그 삶에 만족하여야 하며 거기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도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적 가치관에 물들여진 유럽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삶,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삶, 공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삶을 바라던 지은이가 자신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그와 같은 삶을 실제 생활에 그대로 옮긴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주고 있다. 아빠 49세, 엄마 52세, 아들 21세, 딸 18세, 이 네 가족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유쾌함을, 때로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준다. 은근히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자유로워라, 즐거워라’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그 삶이 진정한 삶이며 즐거운 삶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단순히 자신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이웃, 사회, 나아가 전 세계가 다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고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지은이는 전기를 펑펑 쓰는 난방기보다는 따뜻한 물주머니를, 엄청난 연료를 소비하며 이동해 온 먼 나라의 고등어보다는 내 나라의 먹을거리를 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2장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일생에 관여하는 우리 사회와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는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소통한다. 실패해도 좋으니 아이가 직접 하도록 배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배려한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인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3장 ‘공존을 위한 예의’에서는 이 세계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며,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서로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독일의 역사 청산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스승은 나치의 역사였다’고 말할 정도로 역사적 유산으로부터 배우고, 그 역사적 유산을 존중하며 동시대인들이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이야기한다.

얇은 두께의 책인데다 책 제목부터가 특이해서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에게 화살처럼 다가오는 지은이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벌거벗기고 있는 것 같았다. 지은이 가족들은 직접 자신들이 삶의 주체가 되어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현재의 아름다운 가정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궁상맞게만 느껴지던 그들의 생활도 앙증맞고 귀엽게 다가온다.

우리는 모두 이상적인 사회를 꿈꾼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혹독한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저히 나 한 사람만으로는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은 괴물이 우리 앞을 떡 버티고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평범한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인생이라는 큰 모자이크가 만들어지듯이, 당장 이 순간부터라도 지은이가 들려준 이야기들의 일부라도 조금씩 실천을 하다보면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져있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 정말 멋진 가족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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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 수수께끼와 역설의 유쾌한 철학퍼즐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4
피터 케이브 지음, 남경태 옮김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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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하여 경험론, 합리론 등으로 이어지는 서구 사상사를 생각하게 된다. 거기다가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이론은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만 아파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철학과 떨어져 살아본 적은 없다. 특히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은 철학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자아를 인식하고 외부 사물에 대해 눈을 돌리면서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철학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철학을 공부하려고 하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좀 더 실용적인 철학책이 아닐까 한다. 인류가 이 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온 이래로 등장한 수많은 난해한 철학 이론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게되는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일반인 누구나가 편안하게 생각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꾸며놓고 있다. 거북과 아킬레스의 경주와 같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한 이야기에서부터 생명 윤리, 동물 실험에 대한 이야기와 이 책의 제목에 해당하는 어디서부터 인간인지에 대한 이야기와 같은 심오한 철학적 질문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아주 무거운 것은 아니다. 33가지의 이야기를 윤리, 정치, 예술, 감정 등이라는 주제하에 배치하여 철학적 이론은 되도록 배제하고 편하고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어떤 이론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황당하다 싶은 정도의 논리의 비약이나 논리의 전개가 이어지기도 한다.

철학이라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어떤 구체적인 결론을 얻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는 수많은 주제에 대해 좌충우돌하며 세상과 사물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은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제까지 내가 가진 고정관념이라든지, 내 자신의 잣대로 보아왔던 세상과 사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책을 다 읽고나면 철학책을 읽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우리가 이제껏 철학이라고 알고 지내온 수많은 이론은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생각이 아니다. 이 세상은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수많은 생각이 있다. 그리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참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인간은 좀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위해 생각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철학적 사고를 위한 훈련을 도와준다고 본다. 철학퍼즐이라는 말처럼 각 주제의 말미에는 그 주제와 어울리는 다른 주제를 같이 읽어볼 수 있도록 표시해두어 하나의 퍼즐을 맞추듯이, 주제를 서로 연결해서 사물과 세상을 조감해 볼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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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덤은 구름속에>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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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연출한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와 끌로드 란츠만(Claude Lanzmann)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쇼아(Shoah) 4부작" 을 본 충격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다. 단순히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참하게 학살당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성의 시대라고 하는 20세기에 이처럼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책은 슬프고도 암울한 역사를 가진 아우슈비츠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에게도 아우슈비츠만큼이나 끔찍한 과거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간인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하고 인체 실험을 받는 등으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은 역사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더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프랑스에서 홀로코스트와 유대인 연구에 관해 가장 정통한 역사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지은이는 13살짜리 딸 마틸드가  엄마, 베르트 아줌마 팔 아래쪽에 왜 번호가 새겨져 있어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홀로코스트, 즉 독일군이 자행한 유대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서 들려준다.

마틸드가 질문하는 내용은 크게 나누어 보면 반대유대중의 기원, 유대인 학살, 바르샤바 게토의 생활조건과 봉기, 학살 책임의 소재, 기억의 의무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3살짜리 딸 아이의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결코 가벼운 질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딸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태까지 유대인들이 저항운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소개도 안 된 측면이 있었는데, 바르샤바 게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그와 같은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엄마와 딸의 대화로 되어 있고 책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읽는데는 별 무리가 없지만, 생각보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지은이가 들려 주는 이야기만으로도 가슴이 메어져 다음 책장을 넘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거기에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더더욱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지구상에서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지나간 역사에 대해 용서는 할 수 있어도 그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홀로코스트를 읽는 것도 점점 옅어져가는 우리 인간의 과오를 잊지 말자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도 일제강점기 동안 잊을 수 없는 참혹한 일을 겪었기에 더욱 지은이의 이야기가 가슴 속을 파고 든다.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엄마가 쉬지 않고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들이란다. 그리고 모두가 그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엄마는 믿는단다(본서 제12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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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폰, 잔폰, 짬뽕>을 읽고 리뷰해주세요.
차폰 잔폰 짬뽕 -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주영하 지음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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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구 중에서 식욕은 아마 가장 원초적인 욕구가 아닐까 한다.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 있어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식사를 하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 만나는 사람도 음식을 같이 먹게 되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만큼 음식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음식이 가지는 특성은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을 통해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게 되고, 그 나라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음식도 문화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한 행사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각종 메스컴에서도 한식을 세계화화기 위한 기획 기사나 특집 기사가 많아졌다.

음식은 한 나라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지은이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음식이라는 것을 통해 한․중․일 동아시아 세 나라의 고단한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본다. 지리적으로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관계로 세 나라는 때로는 협력의 관계를, 때로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를 맺으면서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음식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세 나라 사이를 거치면서 위와 같은 역사적 상황에 맞추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왔다.

책은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 ‘민족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식’에서는 짬뽕, 비빔밥, 매운 맛을 들면서 음식이 세 나라를 넘나 들면서 어떠한 역사적 상황을 거치면서 변화했고, 그 과정에서 각 음식에 깃든 애환과 정치 사회적인 접근도 시도한다.

2부 ‘국민국가, 로컬푸드를 포섭하다’에서는 국민국가가 형성된 후 한․중․일 세 나라는 국가가 음식을 통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중국이 중화주의의 부흥과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 음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음식 문화가 육지에 포섭된 이야기를 통해 국가의 정책과 개입이 지역의 음식 문화를 왜곡시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3부 ‘미래의 음식 문화, 로컬푸드 시스템의 부활’에서는 미야자키현 아야초(綾町) 마을의 성공 사례를 통해 지역 사회 중심의 로컬푸드 시스템(소규모 지역권역에서 주민들 스스로 먹을 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의 복원을 제안한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21세기는 국가 간의 영역이 점점 희미해지고, 문화는 점점 융합되고 변용되어 가고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세계화가 되어 가면서 자국만이 가진 음식의 고유한 향취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인 틀을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음식은 상업화, 대중화, 세계화라는 구호 아래 자꾸만 획일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가 제안하는 로컬푸드 시스템의 복원은 귀담아 들어보아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책에 실린 내용은 요즘 많이 쏟아져 나오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음식과 인문학을 접목하여 미래의 우리 음식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누구나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써내려가고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모처럼 맛난 음식을 먹은 것처럼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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