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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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기에 대한 책들이 엄청나게 많이 출간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읽도록 쉽게 풀어쓴 버전에서부터 원전 사기를 읽을 수 있도록 해설을 한 성인용 버전까지 다양한 대상층을 겨냥한 사기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준 책으로 언급되는 사기가 갑자기 다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뭘까?

사기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으로, 황제(黃帝)로부터 한(漢) 무제(武帝)에 이르는 약 2천 년을 기록한 통사다. 제왕을 기록한 12본기(本紀), 연대기에 해당하는 10표(表), 제도를 정리한 8서(書), 제후를 기록한 30세가(世家), 의롭거나 탁월한 인물을 기록한 70열전(列傳), 130편으로 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분량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기에는 우리 인간사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고전으로 추앙받으며 오늘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그 대상을 20대로 한정하고 있다. 20대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시기다. 꿈도 많고 열정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다. 젊다는 자체로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20대는 ‘88만 원 세대’라 불리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국내 경기도 덩달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자연히 그 여파는 우리들 20대에게로까지 내려오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20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런 20대들에게 사기에서 길을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지은이는 6장에 걸쳐 대한민국 20대에게 꼭 필요한 여섯 가지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 인생의 사람 만들기’, ‘내 안의 열정 깨우기’, ‘신념에 충실하기’, ‘타인의 마음 다루기’, ‘내 인생의 원칙 세우기’, ‘나만의 자신감 단련하기’가 바로 지금 현재의 88만 원 세대들이 가슴에 간직해야 할 가치들이다. 각 장의 가치에서 그에 해당하는 사기의 내용들을 들려주고 있다.

덕을 위해 왕위를 버린 백이와 숙제, 인재를 사귐에 있어 귀천을 따지지 않은 맹상군, 앉은뱅이의 몸으로 재상의 자리에 오른 범수, 미천한 관리에서 통일 진(秦)나라의 승상이 된 이사, 스물네 해의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청년 용장 곽거병, 모래를 품고 강으로 뛰어든 충직한 시인 굴원,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지략가 관중, 다른 사람의 불평불만을 두려워하지 않은 대쪽 법관 장탕,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면 공부한 소진, 가난뱅이 서생에서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된 의돈 등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나도 이야기 속 인물의 삶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사기가 던져주는 매력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한다. 꿈많은 우리 대한민국 20대가 자신들의 자양분으로 삼을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물론 굳이 20대만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들이다.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그 인물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그림, 그리고 각 이야기의 끝에 소개되는 ‘사기상식열전’은 책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비록 힘겹고 고단한 생활이지만 대한민국의 ‘88만 원 세대’가 사기라는 책을 통해서 인류의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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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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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이 TV와 신문 지상에 보도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속은 우리가 보는 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인(死因)은 대부분 우울증에 의한 자살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런 자살은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OECD국가 중에서 자살율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다. 그런데 이런 자살의 근본적인 원인이 전부 우울증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우리 사회 전반에 이미 만연된 문제였던 것으로, 갑자기 우리의 이목을 끈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아직까지도 우울증이라는 증세 자체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서, 우울증은 점점 더 어두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병은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꾸만 감추려 한다는 것이 우울증의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언론 보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심각한 우울증에 비해 우울증 환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치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이나 이야기는 지금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어느 유명한 의사의 처방전보다 더 좋은 충고 내지 치료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제목은 ‘우울의 심리학’이라고 되어 있지만, 원제는 “Climbing Out of Depression”이다. 지은이는 등반을 하는 동안에는 마치 지옥처럼 느껴지지만, 산 정상에 오르고 나면 이젠 더 이상 힘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우울증의 극복을 이처럼 암벽 등반에 비유하여 제목을 지은 것이다.

지은이인 ‘수 앳킨슨‘은 실제로 우울증을 겪었고 또한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이다. 지은이는 1부 ’우울증은 암벽등반이다‘에서부터 7부 ’정상을 향해 전진하기‘까지 총 7개 파트로 나누어 자신이 우울증을 극복한 이야기를 아주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삶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며, 자신의 감정을 받아 들이고,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만끽하여야 한다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각장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당히 공감이 되는 내용이지 않을까 한다.  

경쟁과 성공으로만 내몰리는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많건 적든간에 어느 정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있다. 그걸 잘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내면 속으로 침잠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처방전은 우울증 환자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자신만이 가진 마음의 병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암벽 등반을 하면서 터득한 다양한 방법은 그와 같은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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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철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디오니소스의 철학
마시모 도나 지음, 김희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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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哲學, philosophy)은 원래 그리스어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것으로, 필로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의 접두사이고 소피아는 '지혜'라는 뜻이다. 즉, 필로소피아는 지(知)를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이라는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철학의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규정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철학을 이해하기 힘들다.

철학책을 읽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것들이 많다. 추상적인 이론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은 선뜻 다가가기 힘든 학문으로 만들어 버렸다. 무엇보다 무수히 많이 등장하는 철학자들과 그들이 발표한 이론은 더더욱 철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철학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다양한 소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책에서와 같이 술을 철학과 접목시킨 책은 보기 드물지 않나 한다. 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철학과 술을 같이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언가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지은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철학에서 성(聖)아우구스티누스, 성(聖) 토마스의 그리스도교의 중세를 거쳐 몽테뉴, 데카르트, 칸트,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 보들레르, 니체 등의 현대를 지나,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질 들뢰즈, 바타이유, 미셸 푸코, 아도르노 등의 20세기 철학에 이르는 긴 철학 여행을 한다.

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어서 분량상으로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책에 소개된 소크라테스에서 아도르노에 이르는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철학사에서 굵직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유명한 인물들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각각의 철학가에게서 술에 대한 사상체계를 그려낸다는 시도도 처음 접하는 소재여서 쉽게 와닿지 않는다.

술이라는 소재는 아주 가볍게 느껴진다. 그에 비해 철학은 아주 무겁다. 두 소재를 적절히 배합하면 맛있는 칵테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섞어 먹는 술이 머리가 아프다고 철학에 대해 그리 깊지 않은 지식을 가진 나에게 있어서는 잘못 마신 술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깝게 느껴지듯 철학이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철학을 새롭게 이해하고 쉽고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이를 풀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전달력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조금 힘이 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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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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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는 어떤 음악을 듣더라도 그 음악은 나를 위한 음악같고, 또 어떤 그림을 보더라도 그 그림은 나의 마음을 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가수가 부르는 가사가 구구절절 내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들여다 보는 그림마다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나 싶을 정도다. 이 세상의 중심에는 나 자신의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을 하게 되면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이 생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 대부분도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을 때 자신의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벌였다. 사랑이 주는 위대함이라고나 할까. 사랑이 주는 행복감과 충만감, 사랑의 실패로 인한 좌절과 불안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났으며, 이는 세계적인 걸작을 탄생시켰다. 물론 일반인들도 사랑의 감정에 빠지게 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처럼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기는 힘들다. 대신 이들의 작품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보고 듣는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칼럼니스트인 지은이도 자신의 사랑에 대한 경험을 통해 때로는 열정적인 감정을, 때로는 절망적인 감정을 그림과 음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책은 ‘슬픔, 불안, 자유, 예술’이라는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구성되어 있다.

“예술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이 피어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듯이 하나의 감정에, 하나의 시간에 머무를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예술은 가장 찬란했던 혹은 가장 치열했던 그 순간을 담아두고 영원토록 추억하며 살 수 있게 해준다. 그 추억 속에서 행복을 무한 재생할 수 있는 꿈을 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본서 제31쪽 참조)“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고 아름답게 느끼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인간의 사랑은 예술 작품을 동경하는 것인지 모른다. 슬픔에서 인상파인 모네와 드뷔시를 시작으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실레와 베르크, 인간의 내재적 야생적 욕구를 표현한 들라크루아와 베를리오즈, 모로와 바그너, 부그로와 브람스, 클림트와 시마노프스키를, 불안에서 터너와 슈만, 칼로와 뒤 프레, 뭉크와 쇤베르크, 프리드리히와 슈베르트, 알마 타데마와 생상스를, 자유에서 미켈란젤로와 데 프레, 로트레크와 비제, 발라동과 말러, 고야와 베토벤을, 예술에서 폴록과 케이지, 칸딘스키와 스크랴빈, 드가와 푸치니, 고정관념을 날려버린 뒤샹과 사티, 일상 속에서 예술을 찾은 워홀과 번스타인까지를 서로 매칭시켜 소개하고 있다.

그림과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귀와 눈이 모처럼 호사를 누리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예술가들이 겪는 슬픔, 사랑, 분노, 애증 등은 그들도 우리와 다름 없는 인간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남긴 작품은 더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다만 지은이가 겪은 사랑에 대한 표현은 그림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에 비해 너무 진부하다는 느낌마저 들고, 또한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어서 눈에 거슬리는 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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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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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역사서와 사상서가 부쩍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 같다. 문명의 발상지이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어서 그들의 역사와 사상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전해준다. 특히 같은 유교와 한자권 문화에 속한 우리에게 있어서는 사마천의 ‘사기’, 손자의 ‘손자병법’, 공자, 노자, 장자 등의 사상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심지어 처세와 자기계발을 위한 책들에도 이들의 사상이나 역사가 이용되고 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 중국. 수많은 왕조가 교체했고 근대에 들어서면서 공산화가 되었고 지금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세계를 누비던 중국인들의 번영이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큰 땅덩어리와 많은 인구가 말해주듯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만들어 낸 그들의 역사와 사상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침이 될 만한 것들이 많다.

이 책은 총 10권이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이다. 이 책은 그 10권 중 제1권에 해당하는 책으로 '진시황과 이사' 편에 해당한다. 우리가 ‘분서갱유’로 잘 알고 있는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를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리고 여불위, 노애, 한비자, 조고, 이사 등 당대의 인물들을 소개하며, 진시황을 둘러싼 권력의 암투를 재미나게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만화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까만 글자가 빼곡하게 수놓인 인문서가 아니다. 만화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학습만화 붐을 타고 엄청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 책도 ‘십자군 이야기’,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등을 통해 이미 많은 팬들을 확보한 지은이가 서양 문명에서 로마 제국이 차지하는 위치만큼이나 한나라는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생각에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사상은 ‘유가’와 ‘법가’다. 이사로 대표되는 법가는 법에 의한 정치를 말한다. 지금 현재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정치기조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다. 4대강 사업이라든지 저작권법 개정, 엄격한 법집행 등은 진시황제의 대규모 토목사업, 사상 통제와 비슷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역사와 사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이 되는 이유는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과거를 통해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진단해볼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뭐가 맞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당시의 상황을 통해 오늘을 비춰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

만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많은 내용을 몇 컷의 그림으로 압축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지은이는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마구 늘어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필요한 부분만 끄집어 내고 잔가지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스토리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페이지마다 각주를 달아 두고 있으며, 철저한 고증을 통한 복장과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그림은 지은이의 글쓰기에 상당한 신뢰성을 부여하고 있다. 각 장이 끝나는 말미에는 사마천이 쓴 ‘사기’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견해까지 덧붙여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모처럼 어른들이 읽을 만한 제대로 된 만화가 나오지 않았나 한다(물론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현재 1, 2권이 출간되어 있는데,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지은이의 파이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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