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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철학
마시모 도나 지음, 김희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철학(哲學, philosophy)은 원래 그리스어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것으로, 필로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의 접두사이고 소피아는 '지혜'라는 뜻이다. 즉, 필로소피아는 지(知)를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이라는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철학의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규정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철학을 이해하기 힘들다.

철학책을 읽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것들이 많다. 추상적인 이론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은 선뜻 다가가기 힘든 학문으로 만들어 버렸다. 무엇보다 무수히 많이 등장하는 철학자들과 그들이 발표한 이론은 더더욱 철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철학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다양한 소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책에서와 같이 술을 철학과 접목시킨 책은 보기 드물지 않나 한다. 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철학과 술을 같이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언가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지은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철학에서 성(聖)아우구스티누스, 성(聖) 토마스의 그리스도교의 중세를 거쳐 몽테뉴, 데카르트, 칸트,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 보들레르, 니체 등의 현대를 지나,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질 들뢰즈, 바타이유, 미셸 푸코, 아도르노 등의 20세기 철학에 이르는 긴 철학 여행을 한다.

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어서 분량상으로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책에 소개된 소크라테스에서 아도르노에 이르는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철학사에서 굵직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유명한 인물들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각각의 철학가에게서 술에 대한 사상체계를 그려낸다는 시도도 처음 접하는 소재여서 쉽게 와닿지 않는다.

술이라는 소재는 아주 가볍게 느껴진다. 그에 비해 철학은 아주 무겁다. 두 소재를 적절히 배합하면 맛있는 칵테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섞어 먹는 술이 머리가 아프다고 철학에 대해 그리 깊지 않은 지식을 가진 나에게 있어서는 잘못 마신 술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깝게 느껴지듯 철학이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철학을 새롭게 이해하고 쉽고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이를 풀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전달력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조금 힘이 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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