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고야부터 시작합니다 ^^

프라도의 고야 컬렉션은 정말 대단한데요,
사실 고야가 평생 그린 그림의 대부분이 프라도에 소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주 일부만이 스페인 내 다른 미술관에 흩어져있고, 해외 미술관까지 진출(?)한 작품은 더더욱 적어서 극소수죠.
바꿔서 말하면 고야의 진수를 보려면 프라도에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
벨라스케스와 쌍벽을 이루는 이 간판스타를 위해 프라도는 미술관 한 윙의 전층을 고야에게 할애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정면(벨라스케스 입구)을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 편이 무리요 입구인데, 이쪽 윙 전체가 고야의 전시실입니다.


전시실 배치랑 분위기도 그림 분위기와 비슷한데요, 큐레이터 누구인지 ㅎㅎ 저는 이러한 사소한 것에도 감동합니다 ^^;


2층 로코코 분위기가 나는 샬랄라 스타일 그림
(전시실이 흰색 벽으로 되어있고 조명도 환해서 밝은 느낌을 줍니다. 걸려있는 그림들도 마찬가지구요.)  

------------------ 계단

1층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기 걸작들
(5월 2일, 3일, 옷을 입었다벗었다 하는 마야 등 2층보다 좀 더 심각한 그림들; 전시실은 반쯤 어둑어둑합니다) 

------------------ 계단

0층
 검은 그림들
(아주 어둡습니다; 무슨 지하실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 저는 중간층인 1층부터 봤습니다.


<39 전시실>

사실 이 39 전시실이 좀 황당한게 한쪽 윙에서 다른쪽으로 넘어가는 통로에 있습니다.
뭐 이런 통로에 전시실이 있나;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들어가봤는데 후덜덜 -_-
아니 이런건 좀 떡하니 중앙 전시실에 걸어놔야지 그냥 지나칠뻔 했잖아 ㅠㅠ





고야의 1808년 5월 2일 (Goya, The 2nd of May 1808 in Madrid: the charge of the Mamelukes)
 





고야의 1808년 5월 3일 (Goya, The 3rd of May 1808 in Madrid: the executions on Principe Pio hill)

저를 기절초풍하게 만든게 바로 이 5월 2일 5월 3일 연작이죠.
39 전시실은 반채광으로 되어있는데, 커다란 창문으로 희미하게 햇빛이 들어옵니다. 
자체 조명이 거의 없고 자연광으로 겨우 감상할 수 있을 정도죠.
그래서인지 뭔가 극적인(?) 분위기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이것도 연출일까요? ^^;;

두 그림이 한쪽 벽에 나란히 걸려있는데, 두 그림의 크기는 똑같아요. 엄청 큽니다 ㄷㄷ 생각보다 정말 컸어요.
약 4 x 3m 정도 되지 않나 싶었는데 바로 앞에서 봐서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방과 함께 사람이 떼로 몰려있는 전시실입니다.

일단 왼쪽에 걸려있는 5월 2일을 먼저 보게 되는데, 역동적인만큼 조금 산만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칼 하나, 핏자국 하나까지 차례차례 칠해나갔을텐데 이걸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가슴이 싸늘해지면서 흰 옷을 입은 남자에게로 시선이 확 쏠립니다.
등을 진 프랑스 군인들, 땅에 쓰러진 사람들, 주인공(?) 옆의 수도사나 아기 엄마 등등
이건 뭘 상징하고 저건 뭘 상징한다는 둥 책에서 수도 없이 설명을 읽었는데도 주변은 전혀 눈에 들어오질 않아요.
그냥 흰 옷 입은 사람만 보입니다. 보고 또 보고...다리 아프다...그래도 보고 또 보고...사람 많다...그래도 또 보고..
하여간 저 남자만 보다 왔습니다 -_-;;

특히 이 전시실에는 아이들 데리고 와서 그림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설명하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저야 외국사람이니까 그냥 멍하니 보지만 스페인 사람들이 이 그림을 바라보는 느낌은 각별하겠구나 싶더군요. 
 

<36 전시실>



 



 
고야의 옷을 입은 마야와 옷을 벗은 마야 (Goya, The Clothed Maja and The Nude Maja)


안타깝게도 제가 갔을 때에는 옷을 벗은 마야는 임대중 ㅠㅠ 옷 입은 마야만 걸려있었어요. 
이런 만행이....지금 장난합니까? ㅠㅠ
어쨌든 그래서 두 그림을 목전에서 비교해볼 수는 없었기에 옷입은 아줌마만 열심히 보다 왔습니다;
가이드에 따르면 고야는 옷 벗은 마야를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 옷 입은 마야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비밀에 붙여진 가운데 알바 공작 부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얼굴을 마스크(가면)같이 그렸다고 하네요.
특히 옷 벗은 마야는 화가 본인이 매우 아끼는 작품이라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었다고 하죠.

같은 배경에 같은 포즈에 (아마도) 같은 인물을 그린 작품이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는 매우 다릅니다.
(이래서 꼭 같이 봐야 하는 거였다구요!! 왜 떨어뜨려 놓는건지 ㅠㅠ)
옷을 입은 마야는 좀더 뚜렷한 윤곽에 얼굴빛도 홍조를 띄고 있어서 훨씬 진짜 사람같습니다.
반면 옷을 벗은 마야는 한마디로 투명하죠. 눈같이 흰 살결도 그렇고 전체적인 실루엣도 아른아른...
표정도 조금 더 신비스럽습니다. 뭔가 이세상 사람같지가 않은...한마디로 유령? -_-;;;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두 작품을 그렸는지...고야만 알겠지요 ㅎㅎ


<32 전시실>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Goya, The Family of Carlos IV)

역시 유명한 작품이죠. 이것도 생각보다 커서 놀랐습니다. ㅎㅎ 엄청 크더만요;
왕가를 그린 것인데도 중심에는 왕이 아니라 왕비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요.
더군다나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왕비 얼굴에 주름도 많고;;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더군요.
(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클로즈업은 위험한거죠 ㅎㅎㅎㅎㅎ)

근엄한 왕의 가족을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그렸다는 설명이 많이 붙어있는 그림인데,
실제로 크게 괴상한 가족같이 보이지는 않았어요.
왕이 이 그림을 보고 고야의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음에 들어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그림 왼편 뒷 배경에 이즐을 앞에 두고 정면을 보고 있는 고야 본인이죠.
이 구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넵! 바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입니다!
고야는 따라쟁이인걸까요? ㅎㅎ


<34 전시실>



 
고야의 오수나 공작 가족 (Goya, The Duke and Duchess of Osuna and Their Children)

그 외에도 수많은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가 이 1층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 작품이 눈에 띄었어요.
꼭 어셔가에 사는 가족 같죠;;;;;;;;;;;;;;
오수나 공작은 고야의 초기 후원자 중 하나로, 고야는 이 가족과 매우 가까웠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아이들에게까지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서 각기 특징을 잡아 그렸다고 하는데요,
고야는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유령같이 그려냈던 것일까요? (농담입니다 -_-;;;;;;;;;)
좀 창백하기는 해도; 아이들이 아주 귀엽습니다. 특히 엄마 무릎쪽에 넙죽 앉아있는 막내 아들이 너무너무 귀엽죠.
아이들 하나하나 들고 있는 장난감이나 부채하며, 발치의 강아지까지 사랑스러운 그림이더군요.

 

<85 전시실>

85-93 전시실은 궁전이나 저택을 장식했던 예쁜 그림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전시실 전체가 프랑스 궁전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기죠.  
이걸 보고 지하로 내려가면 도대체 같은 사람이 그린건지 적응이 안되죠 -_-;;






고야의 파라솔 (Goya, The Parasol)

고야의 샬랄라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색감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
파란 몸통에 노란 치마로 되어있는 드레스에 머리에 빨간 장식이라니 이건 그대로 백설공주가 아닙니까? ㅎㅎㅎ
그리고 머리가 까매서 그런지...앉아있는 여자의 얼굴이 꼭 동양사람처럼 보이죠. 저만 그런가요?;


<93 전시실>




고야의 성 이시드로의 초원 (Goya, The Meadow of San Isidro)


이 그림은 또 생각보다 엄청 작더군요. 길이가 40-50cm 밖에 되지 않을 듯.
뒤에 상세히 보이는 배경하며 각 귀부인들의 옷차림 동작 등등 꽤 정밀하게 묘사했다 싶었는데
확대경 들고 봐야하는 수준이;;;;;


이렇게 샬랄라 그림을 보다가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어둠침침한 분위기;;;;


<66 전시실>





고야의 거인 (Goya, The Colossus)

안그래도 방도 침침한테 색깔까지 거무튀튀합니다;
이 그림은 엑스레이로 촬영 결과 처음에는 거인이 앞을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무슨 심경의 변화로 거인이 등을 돌려버린걸까요.
검은 그림들을 쭉 보다보면 저까지 우울해지는 것 같은데요,
고야는 말년에 염세주의에 빠진데다가 귀까지 멀게되면서 검은 그림들을 그리게 되었다고 해요. 
 

<67 전시실>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루누스(Goya, Saturn Devouring His Son)

역시 쇼킹한 그림입니다. 우중충한 분위기도 ㄷㄷ
저 위의 파라솔과 비교해보면...이게 같은 사람이 그린거 맞습니까?;
아들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는 예언을 들은 사투루누스는 부인이 아이를 낳자마자 족족 먹어버립니다.
마치 괴물과 같이 부릅뜬 눈이 너무 무섭죠.  
특히 이미 몸의 일부는 아버지에게 잡아먹혀서 생명을 잃은 아들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으스러져라 먹이(?)를 꽉 쥐고 있습니다.
눈과 손으로 권력 및 힘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어요.






고야의 독서 (Goya, The Reading)

역시 오싹한 그림이죠; 아니 왜들 저리 컴컴한데 모여서 책을 읽는건지;


<29 전시실>

그 다음에 향한 곳은 1층에 있는 또 한 명의 스페인 거장 무리요의 전시실입니다. 
무리요의 장기는 성가족, 특히 성모나 어린 아기(예수) 그림들이 끝내주죠 ^^
사랑스러운 포동포동 아가들이 그림 속에 가득해서 보고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무리요의 작품들입니다 ^^
 




무리요의 착한 목자 (Murillo, El Buen Pastor)

엉엉 이 예쁜 아가를 어쩜좋나요 ㅠㅠㅠㅠㅠㅠㅠ
아유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서 볼을 쥐고 막 흔들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그래도 양치기라고 저 조막만한 손에 지팡이를 꼬옥 쥐고 있는 걸 좀 보세요. 한쪽 손은 양의 등에 척 올려놓고 ^^
어쩜 그 옛날에 이렇게 예쁜 아기를 이토록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는지요. 무리요는 좀 짱인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그림 앞에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어찌나 12 전시실의 마르가리타 공주 옆에다 냅다 걸어주고 싶었는지 ㅎㅎ
둘이 사이좋게 지낼 것 같지 않나요? 비록 나이 차이는 약 1500년 이상 나지만 -_-;;; 





무리요의 성 요한과 예수 (Murillo, The Holy Children with a Shell)

조개를 내밀고 있는 아이가 예수, 물을 마시고 있는 아이가 요한입니다.
나도 물 좀 줘-하는 양 빤히 쳐다보고 앉아있는 양까지 셋트로 너무 귀엽죠 ㅎㅎㅎ






무리요의 수태고지 (Murillo, The Annunciation)

무리요의 손만 거치면 누구나 사랑스럽게 다시 태어납니다.
마리아의 얼굴이 무척 청순하고 순수해보이죠. 앞쪽에 놓은 눈처럼 흰 빨래가 그런 분위기를 더해주구요.
윗쪽의 아기천사들도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





 
무리요의 새를 쥔 예수 (Murillo, The Holy Family with a Little Bird)

역시 성가족입니다. 이번엔 아빠까지 등장하네요.
실을 잣고 있는 엄마나 아빠의 옷차림 등을 보면 매우 평범하고 검소한 가족처럼 보입니다.
다만 아기는 귀티가 줄줄 흐르네요 ㅋㅋ



<26 전시실> 




리베라의 성 야곱의 꿈 (Ribera, Jacob's Dream)


리베라는 카라바지오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은 화가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그다지 티가 나지 않지만 빛과 어둠의 대비를 뛰어나게 구사한 작품이 많죠.
창세기의 야곱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이 그림은 은근슬쩍 짜넣은 큰 X자 구도로 안정감을 줍니다.
한창 깊은 잠에 빠진 야곱의 얼굴과 오른쪽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마치 진짜 꿈을 꾸는 것같은 분위기를 냅니다.
빛 속에 아른아른하게 보이는 천사들도 볼거리!

 
(다음은 드디어 프라도 마지막 ㅠㅠ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 이태리 거장들과 프라도 최고의 충격인 보쉬+브뤼겔의 56 전시실만 올리면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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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1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압도적인데 직접 보면 더 장관일 것 같아요.
옷 벗은 마야를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 옷 벗은 마야를 그렸다고 쓰셔서, 대체 어느 걸 먼저 그렸는지 모르겠어요ㅠ.ㅠ

Kitty 2008-12-1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ㅋㅋㅋ 내가 미쳐 ㅋㅋㅋ 전 왜 이리 덜렁대죠? ㅋㅋㅋㅋㅋㅋ
누드가 먼저에요. 옷 벗은 마야를 그린 다음 옷 입은 마야를 그렸다네요 ^^;;

마노아 2008-12-18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야 책이 새로 나왔어요. 어제 교보에서 봤는데 키티님 페이퍼를 보고 그 책을 보니까 꼭 운명 같았어요. 완전 근사했는데 직접 보면 기절할 것 같아요^^

Kitty 2008-12-19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안그래도 책 지름신 때문에 허벅지 찌르고 있는데 마노아님까지 지름신을 부추기시네용!!! ㅠㅠ
저 책 너무 멋져요 실물로 보고 싶어요 엉엉

바람돌이 2008-12-2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야의 파라솔도 거인도 다 좋아요. ㅎㅎ 몇년전에 이곳 미술관에서 고야의 석판화 카프리초 연작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정말 대단했거든요. 근데 프라도라니... 꿈의 장소입니다. ^^
얼마전에 나온 고야 화집 거금에도 불구하고 냉큼 구입해서 지금 무지 좋아하고 있어요. ^^

Kitty 2008-12-29 12:05   좋아요 0 | URL
앗!!!!!! 그 고야!!!!!!!!!! 그거 사셨단 말입니까!!!!!!!!!! 악 부러워요!!!!!!!!!!!!!!!!!
구경이라도 좀 시켜주세요 침 질질질질질 ㅠㅠㅠㅠ
 

전편에 이어 프라도 관람기 계속됩니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ㅠㅠ

<10A 전시실>

엘 그레코의 삼위일체 (El Greco, The Trinity)

역시 엘 그레코의 방입니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눈앞에 가득 펼쳐지는 이 삼위일체의 박력은 정말 대단해요. 크기도 후덜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엘 그레코의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완성도가 딱히 월등하게 뛰어난 것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엄청난 스케일이 일단 인상적이고, 그와 함께 살짝 꼬여진 예수의 몸이 굉장한 사실감을 줍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예수의 몸을 그린 방식이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El Greco, The Nobleman with his Hand on his Chest)

이 방에는 이것 이외에도 초상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수많은 초상화 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옵니다.  
어딘가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졸린 것(?) 같기도 한데 ^^;;; 옆구리에 칼을 차고 있는데도 너무나 자상해보이죠.
말 그대로 '원숙미'가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른쪽 손은 가슴에 대고 있는 반면 왼쪽 손은 그림에서 보이지 않죠.
이에 대해서는 왼쪽 손을 등 뒤에 대고 있는 '기사의 자세'라는 설과, 아예 왼쪽 손이 없다는 설이 -_-;; 선택은 자유!
그런데 엘 그레코의 초상화는 전부 주인공의 얼굴이 길더라구요 ㅎㅎㅎ

<10 전시실>

루벤스의 방입니다. 
섬세하고 반질반질하며 포동포동한 인물들이 전시실 전체에 넘실거립니다 ㅎㅎㅎㅎ


루벤스의 사랑의 정원 (Ruben, Garden of Love)


전형적인 루벤스의 작품인데,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이죠 ^^
루벤스는 일반적인 화가들과는 달리(?) 비교적 행복하고 유복한 일생을 보냈지요. 결혼 생활도 원만했고.
그래서 그런지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느껴져서 좋아해요.
모든 화가가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릴 필요는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 

그림의 여성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에 있는
푸른 드레스의 여자가 두번째 부인 엘렌을 꼭 닮았어요.
엘렌이야 루벤스 작품에서 워낙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요.
오른쪽 윗쪽에 있는 분수는 결혼의 여신인 헤라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일부러 '결혼'의 여신을 선택한 것도 재미있구요.

<9 전시실>

순서가;;; 10을 먼저 보고 9를 보게 되었네요.
9 전시실은 길쭉한 대형 전시실로 루벤스의 작품이 가득합니다.
가운데에 의자도 있어서 아픈 다리도 쉴겸 그냥 푹 눌러 앉아서 마음껏 감상했습니다 ^^;;


루벤스의 세 여신(Ruben, Three Graces
)

긴 말이 필요없는 걸작이지요. .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를 제외한 양 옆의 두 여자는 루벤스의 첫번째 부인과 두번째 부인을 모델로 했죠.
그림에서나마 매우 사이좋게 지내고 있네요 ^^;;;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Rubens, Judgement of Paris)

사실 프라도에는 루벤스가 그린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작품이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10 전시실에도 하나가 있고, 9 전시실에도 또 파리스의 심판이 있더군요;;; 
이것보다 더 유명한 반대 방향에서 본 그림이 있는데 미술관 홈피에서 잘 못찾겠네요;;
어쨌든 아름다운 세 여신 중 한 명을 선택하는 복터진 젊은이 파리스의 고민이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ㅋㅋ


루벤스의 아이를 잡아먹는 사튀로스 (Rubens, Saturn Devouring One of His Sons)

섬뜩하죠;;; 고통에 절규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있습니다.
나중에 고야의 검은그림 방에서 똑같은 장면을 고야 버전으로 보게되는데요,
고야의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도판으로도 여러 번 본 터라 비교적 충격이 덜했던 반면 이 그림은 충격이 ㄷㄷㄷ
나의 루벤스는 이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야 도리도리 -_-;;; 

그 외에 8전시실도 루벤스의 소품이나 초상화 등 루벤스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습니다.
딱히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던지라 다음 방으로 넘어가면..,

<9B 전시실>

A도 모자라서 B까지...도대체 전시실이 몇 개인거냐 ㄷㄷ


루벤스의 동방박사의 경배 (Rubens, Adoration of Magi)

루벤스는 계속됩니다. ㅎㅎ 스페인 궁정 화가를 했던 적도 있던 루벤스라 작품이 많더군요.
아마도 고야 다음으로 많지 않을까 싶은데...고야 작품은 정말 끝이 없더라는 ㄷㄷ
또 하나의 사람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그림인데 가운데 약간 오른쪽에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화면 전체를 약간 어둡게 만들고 아기 예수가 있는 쪽에 마치 빛나는 태양이 있는 것처럼 표현해 놓았어요.
이 그림은 원래 훨씬 작은 규모로 그려졌다고 하는데, 그림이 완성된 몇 년 후에 루벤스 본인이 캔버스를 큰 것으로 옮기고
윗쪽 아기천사들과 오른쪽 말을 새로 그려넣어서 현재 크기로 확장했다고 합니다.
원래 그림은 아기와 마리아를 중심으로 한 왼쪽 아랫부분에 치우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말을 탄 사람은 루벤스 본인이라고 하네요. ^^

<12 전시실>


대박 전시실이죠. 실제 모습이 이렇게 생겼습니다.
다만 벽지(?)의 색은 저렇게 회색톤이 아니고 좀 더 베이지색에 가깝지만요.
들어가는 순간 탁 트인 8각형? 10각형? 방의 한쪽에 보이는 시녀들!!!!!!!!!
천장이 높은 이 멋진 방은 시녀들을 포함한 벨라스케스의 여러 걸작들을 사방팔방에 매달고 있어요;;
프라도에서 가장 사람이 우글거리는 방이자, 가장 단체 관람객이 많은 방이자,
의자 하나 없어서 다리 부러지는 방입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Velazquez, Las Meninas>


과연 명불허전; ㅠㅠ 감동의 작품입니다.
인판다 마르가리타가 너무너무 사랑스럽게 그려져있죠. 공주를 돌보는 시녀들도 마찬가지고.
너무 귀여워서 나중에 미술관샵에서 마우스패드까지 하나 사왔습니다. (지금도 잘 쓰고 있죠 ㅎㅎ)
프라도의 간판스타이자 개인적으로 나중에 보게되는 무리요의 아기예수와 짝지워주고 싶은 아기공주님입니다 ^^;;;

그러나 어휴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버글버글 ㄷㄷ 사람들을 뚫고 설명조차 읽기가 쉽지 않더군요.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리타는 여러 작품이 있는데 어릴 때일수록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커가면서 별로 안이뻐진다는;;;;  물론 단명하기도 했지만요. ㅠㅠ

벨라스케스의 테크닉이며 작품성이며 완성도며 이것저것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다 떠나서 화가의 공주에 대한 애정이 너무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니...과연 감탄만 나오더군요.
아무런 지식 없이도 그냥 보면서 아유 귀여워~ 하면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그림. 이 이상 가는 것이 있을까요.





벨라스케스의 바쿠스의 승리 (Velazquez, The Triumph of Bacchus)

그러나 이 방에는 시녀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벨라스케스의 여러 걸작들이 주렁주렁; 
옆으로 한 걸음 가면 아 이거...이거.. 또 한 걸음 가면 어..이거...뒤를 돌면 아...저거...이런 식입니다 ㄷㄷ
포도주의 신인 바쿠스와 그 술친구들(?)을 그린 이 작품도 아주 유명하죠.
주인공인 잘생긴 바쿠스보다도 더욱 눈길을 끄는 사람이 바로 정가운데 있는 구수한;; 얼굴의 농부 스타일 남자지요.
옆쪽을 보고 있는 바쿠스와는 달리 정면을 보면서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신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이지만 완벽한 외모와 몸매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작품과는 달리
이 그림은 보통 사람을 모델로 하여 신화를 그려냈죠. 비록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벨라스케스의 불칸의 대장간 (Velazquez, Vulcan's Forge)

아폴로신이 대장간에 들러서 부인인 비너스가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
이 작품은 특히 빛과 그림자의 처리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소식을 듣는 남자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에요 ^^;;;

<15 전시실>

벨라스케스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Velazquez, Christ Crucified)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그린 그림은 무수히 많지만 역시 벨라스케스라서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배경을 아주 어둡게 처리하고 대상만 밝고 두드러지게 묘사한 것이 카라바지오 생각도 나구요.

<15A 전시실>

벨라스케스의 베짜는 여인들 (Velazquez, The Tapestry Weavers)

어떤 의미에서 시녀들만큼 기대를 한 작품인데요, 저는 이상하게 이 그림이 참 좋더라구요.
아라크네의 신화를 한 폭의 그림에 모두 담은 작품입니다.
베짜기 명인이던 아라크네는 아테네(미네르바) 여신과 베짜기 경쟁을 하게 되는데,
그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아테네 여신이 뒤쳐지게 됩니다.
이에 우쭐한 아라크네는 아테네의 아버지인 제우스 신이 금비로 변해 다나에를 찾아가는 장면을 짜넣게 됩니다.
아버지를 비웃는 아라크네를 보고 격분한 아테네는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어버리죠. 평생 실을 짜면서 살아가도록;

이 그림에서는 등을 보이고 있는 젊은 처자가 아라키네, 반대쪽에 약간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이 아테네입니다.
지혜의 여신인만큼 일부러 노파의 모습으로 그렸다는데, 이게 좀 신기해요. 여신은 나이를 안먹잖아요. ㅎㅎ
가운데 둥근 문 밖에는 이 경쟁의 결말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신의 모습을 드러낸 아테네가 오만한 아라크네에게 벌을 내리는 장면이고,
그 뒤에 있는 태피스트리에는 에우로파가 납치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지요.
한 겹 벗기면 또 한 겹, 그걸 벗기면 또 한 겹 이렇게 양파처럼 자꾸 이야기가 드러나는 작품이라 너무 재밌어요.

<16 전시실>

벨라스케스의 발타자르 왕자의 기마상 (Velazquez, Prince Baltasar Carlos on Horseback)

벨라스케스가 그린 왕족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기마상 중 가장 귀여운 작품입니다 ^^
어린 발타자르 왕자의 앳되지만 당당한 모습이 잘 그려져 있지요.
안타깝게도 근친결혼의 폐혜로 얼굴이 유독 길어지는 유전적인 결함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녀들의 마르가리타 공주도 점점 커가면서 얼굴이 길어졌죠 ㅠㅠ 
  

벨라스케스의 브레다의 항복 (Velazquiz, The Surrender of Breda)

보기만 해도 훈훈한 그림입니다. 특히 인물들을 그린 아래쪽 반은 정말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지요.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야외 풍경에까지 영역을 넓힌 그림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싸움에서 결국 네덜란드군은 브레다라는 곳에서 항복을 하게 되는데
왼쪽의 네덜란드 장군이 성의 열쇠를 넘겨주고 있으며 오른쪽의 스페인 장군은 정중한 태도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치른 사이인데도 두 수장 사이에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태도가 느껴지지요.
특히 승자인 스페인 장군이 직접 말에서 내려 패장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사람이니까 더욱 우호적으로 그리기는 했겠지만
실제 전투에서도 이렇게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고 합니다.

에구구...이제 고야로 넘어가야 하는데 또 졸려서 다음 포스트로 미룹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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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12-1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벨라스케스의 그림중의 인물은 가분수(머리가 몸통에 비해 큰)로 그려진 것들이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시녀들>도 그렇고, <바쿠스>도,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왕자의 기마상도 약간 그런 것 같고.
스페인 기행문 잘 읽고 있는 중입니다.

Kitty 2008-12-16 12:21   좋아요 0 | URL
앗 말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 얼굴을 강조한 탓일까요?
얼큰이 공주랑 말탄 왕자가 느무 귀여워요~ ㅎㅎ

BRINY 2008-12-1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가리타 공주가 합스부르크가의 근친 결혼으로 인한 유전적 결함으로 결코 예쁘지 않았지만, 화가는 이미 어릴 때부터 정략약혼 상대자(역시 같은 합스부르크계겠죠?)가 있었던 그녀의 초상에 애정을 담아 가능한 예쁘게 그려주었다는 걸 어디선가 본 거 같네요.

Kitty 2008-12-16 12:23   좋아요 0 | URL
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렸을 때에는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클수록 안타까운 ;ㅁ;
벨라스케스는 왕가랑 워낙 가까워서 그런지 그가 그린 왕가의 초상화들은 다 애틋한 맛이 있어요.
고야와는 정 반대라는 ㅎㅎㅎ

바람돌이 2008-12-2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선 벨라스케스 전시실이 대박입니다. 우와 저렇게 멋진 전시실이라니.... ^^ 엘 그레코의 그림에서는 얼굴뿐만이아니라 몸통도 모두 길죠. 사실적 묘사와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오히려 신성하면서도 애잔한 분위기를 더 자아내는 것 같아요.

Kitty 2008-12-29 12:07   좋아요 0 | URL
벨라스케스 전시실은 정말 너무 예뻐요.
탁 트이고 천장이 높아서 무슨 왕궁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니까요 ㅋㅋ
엘 그레코 전시실은 진짜 들어가면 쓰러집니다. ㅠㅠ
사방팔방에서 천사들이 날아올라가는 것 같아요 ㄷㄷ
 

11월 29일 토요일. 이 날은 일정이 아주 빡빡했습니다.
아침에 세비야 행 기차표를 끊어야 했고, 낮에는 프라도를 봐야 했으며,
저녁에는 첫날 표를 사놓은 축구 경기를 봐야했지요 ^^;;

일단 숙소를 나서 아토차역(우리나라의 서울역에 해당)에 가서 세비야행 표를 끊었습니다.
마드리드-세비야 사이의 거리는 서울-부산 정도 되는데, AVE라는 고속 열차로 2시간 반 걸리는 거리에요.
서울-부산 거리가 2시간 반이면 빠르긴 참 빠른데, 문제는 빠른만큼 비싸다는거 -_-+
왕복으로 약 120 유로 정도 되는 금액이 나왔습니다. 카드로 쓱싹 긁어주시고;
(편도는 약 75 유로 ㅎㄷㄷ 그나마 왕복으로 끊었기 때문에 많이 할인해줘서 120 유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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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를 확보하고 난 후 가벼운 마음으로 프라도 거리로 향했습니다.
길거리에는 이렇게 조각 전시회를 하고 있더군요.
밤새 비가 왔는지 땅이 젖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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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특별전을 안내하는 광고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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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분위기 있는 길이라 한 장.
이 길을 지나면 오른쪽에 바로 미술관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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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정문에 해당하는 벨라스케스 입구입니다.
프라도에는 고야, 히에로니무스, 벨라스케스 등등 여러 개의 문이 있는데
저는 이 벨라스케스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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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팔레트를 들고 계시는 이 분이 바로 벨라스케스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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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의 일반 전시실 입장료는 6 유로, 거기에 특별 전시인 렘브란트전 입장료가 또 6 유로였습니다.
마구 고민하다가 일단 일반 전시실 표만 끊었습니다.
일단 일반 전시실을 보고 만약에 힘이 남으면(?) 다시 와서 렘브란트전을 끊기로 했지요.
(그러나 이건 프라도를 너무 얕잡아 본 거였죠; 일반 전시실만 겨우 보고 엉금엉금 기어서 나갔습니다 ㅠㅠ)

 
입구에서 표를 사고 들어가면 간단하게 짐 검사를 한 후 안내 데스크가 나옵니다.
거기서 일단 미술관 안내도를 약 두세 부쯤 넉넉하게 챙겼습니다 -_-;;;
(저는 대형 미술관 가면 항상 이렇게 하는데요, 
넘 복잡해서 일단 본 전시실은 볼펜으로 X표를 치면서 다녀야 빙빙 돌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다리 아픈데 ㅠ)
그 다음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죠. 3.5 유로 (일반 전시실 전용). 특별전까지 합친 것은 5유로.
프라도의 오디오 가이드는 정말 강추입니다. 많이 듣고 많이 배웠어요.


------


일단 안내도를 보고 1-3 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정신없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져있는 전시실에 
잠시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ㅠㅠ 

이런 느낌을 가져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아서 도대체 뭘 먼저 봐야할지, 이걸 문 닫기 전까지 다 볼 수 있을지 머리속이 하얘지는 기분...
어찌어찌 다시 정신줄을 잡고 안내도를 쭉 펴고 동서남북을 살핀 후 2 전시실을 찾아들어갔습니다.


마드리드의 다른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프라도 내부도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무지 마음에 안들지만 -_-;; 그래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겠지요. 
하긴 사진을 못찍게 해서 더욱 꼼꼼하게 보고 적은 것 같기도 하네요.  

사진이 없는 관계로 개발새발 적어온 메모와 프라도 홈피의 그림 사진으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그림 위주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하루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닐 것 같아서 몇 개로 나눠서 올려야 할 것 같아요 ㅠㅠ   
  

<3 전시실>

2,3 전시실은 주로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았습니다.
프라도에 소장되어 있는 프랑스 화가의 작품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몇몇 눈길을 끄는 그림이 있더군요.
3 전시실에는 특히 푸생(Poussin)의 작품이 많습니다. 
 





푸생의 파르나소스(Poussin, Parnassus)
 
파르나소스는 신화에 나오는 산으로, 아폴로신이 잔치를 벌이는 광경입니다. 
푸생의 작품들은 모두 규모가 매우 크고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였어요.
개인적으로 프랑스 화가들은 많이 아는 바가 없어서 오디오 가이드를 많이 참조했어요. 



<4 전시실>





귀도 레니의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Guido Reni, Atalanta and Hippomenes)


자신에게 청혼을 하는 남자와 경주를 해서 지는 사람은 무조건 죽여버렸던;; 아탈란타. 
역시 아탈란타에게 반한 히포메네스는 비너스에게서 황금 사과를 받아서 경주 도중에 떨어뜨리지요.
사과를 줍느라 늦어진 아탈란타는 결국 경주에서 지게 된다는 이야기. ^^ 


너무 멋진 작품이죠.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크고 (제 키보다 더 커요) 명암의 대비가 뚜렷해서 굉장히 인상적이고 박력이 넘쳐요.
화폭을 가로지르는 큰 엑스자 구도에 따라 두 사람이 마치 우아하게 춤을 추듯 아름답게 그려져있죠.

귀도 레니는 이름이 너무 멋있어서 잘 기억하게 되는데요 ^^;;
솔직히 귀도 레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예술가 외에 뭘 할 수 있겠어요? ㅎㅎㅎ



<5 전시실>



카라바지오의 다윗과 골리앗 (Caravaggio, David Victorious over Goliath)

카라바지오는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후대의 많은 스페인 화가들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친 화가이기 때문에
프라도에서 보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비록 이 작품 하나밖에 없었지만 ㅠㅠ

다윗이 골리앗의 숨통을 끊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데 다윗이 정말 너무 어리고 예쁘장하게 그려져 있어요.
요즘 말로 얼짱이라고나 할까 ^^;;; 



<7 전시실>





렘브란트의 아르테미스 (Rembrandt, Artemis)



역시 프라도의 유일한 렘브란트 작품이에요.
아르테미스 여왕이 죽은 남편의 재를 마시려고 하는 순간을 나타낸 것입니다.
뒷배경에 보이는 할머니가 무섭네요;;;
현재는 렘브란트 특별전 때문에 7 전시실이 아닌 특별실에 걸려있습니다.
지금 가실 분들은 제가 못보고 온 렘브란트 전도 꼭 보고 오시길 바래요.

루브르와 에르미타쥬 등에서 가져온 주옥같은 렘브란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밧세바를 다시 봤어야 하는건데 ㅠㅠ


<7A 전시실>


미술관 안내도를 보고 대략 110번까지 전시실이 있으니까 100개 정도만 보면 되는거네? 생각했다가
갑자기 7 전시실 다음에 7A 전시실이 등장하면서 저는 절망하게 됩니다 ㅠㅠ
7A와 8A 전시실은 모두 티치아노의 작품들입니다.



티치아노의 비너스와 아도니스 (Titian, Venus and Adonis)


와 이게 여기 있는 줄 몰랐어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땡잡았다 ㅋㅋ
티치아노 작품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아들 큐피트의 화살에 찔려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된 비너스.
사냥을 떠나는 아도니스를 잡고 마구 말려보지만 비너스의 말을 듣지 않고 나갔다가 죽음을 당하게 되죠;;;
연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절박하게 말리는 비너스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있어요.
항상 이 그림의 도판을 보면서 비너스가 진짜 하얗다...감탄했었는데 실제로도 정말 하얗더군요 ㅋㅋㅋ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티치아노의 다나에 (Titian, Danae)

자기 딸이 낳은 손자가 자기를 죽이게 된다는 신탁을 받고 왕은 딸인 다나에를 탑 안에 가두는데,
천하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낙점을 하고 금비로 변신하여 다나에에게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피부가 흰 다나에와 피부가 검은 유모가 워낙 대비되기도 하고, 올랭피아 생각도 나고... 
하여간 여러가지로 흥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9A 전시실>



9A와 10A는 엘 그레코의 전시실입니다.
고야와 벨라스케스처럼 많은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지만
프라도에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사람이 바로 엘 그레코에요.
나중에 톨레도에 가서도 일부러 입장료까지 내고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보고 왔다는 ㅠㅠ 


정말 화풍이 독특해요. 아른아른하면서도 뚜렷하고(말이 되나?), 색의 사용도 굉장히 특이하고,
엘 그레코의 전시실에 들어가면 뭔가 나머지 전시실과는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요.
하여간 엘 그레코 작품을 잔뜩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9A 전시실에는 모두 11점이 걸려있는데 들어가자마자 진짜 우와! 소리가 나더군요.
 




엘 그레코의 목동들의 경배 (El Greco, Adoration by Shepherds)

9A 전시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비교적 후기(원숙기)에 그린 것으로, 톨레도의 한 가족 무덤에 걸기 위해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샬랄라~~' 하면서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ㅋㅋ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도 마찬가지지만 엘 그레코의 작품 중에는 이렇게 화면을 세로로 1/3, 2/3 정도로 나누어
아랫쪽에는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윗쪽에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그림이 많아요. 
보고 있노라니 그냥 마음이 편해지는게 참 좋더군요. 이 외에 수태고지라는 작품도 참 좋았습니다.


(너무 졸려서;;; 나머지는 다음 게시물에 계속됩니다...아직 알짜배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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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이 또 안 보여요. 이를 어쩌죠. 이렇게 열심히 쓰셨는데..ㅜ.ㅜ

Kitty 2008-12-13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너무 졸려서 써놓고 확인을 안한게...ㅠㅠ
다시 수정했어요 흑흑 ㅠㅠ

BRINY 2008-12-1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줄을 꽉 잡아야한다...얼마전 들은 중앙박물관 강의에서 한번에 다 보려고 하지 말고, 몇번에 걸쳐서 나눠 보라고 했지만, 국내 미술관도 아니고 그게 쉽지 않죠. 하지만, 특별전 하나만 봐도 다리가 아픈데말이여요.

Kitty 2008-12-15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리가 진짜 너무 아파서 기어서 나왔어요 ㅠㅠ
중간중간에 카페에서 좀 쉬고 그랬는데도 너무 힘들더라구요.
결국은 나중에 한 번 더 갔어요. 그래도 충분히 다 못 본 것 같아요 흑흑

바람돌이 2008-12-2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구의 벨라스케스 아저씨 동상은 시녀들 그림속의 모습과 거의 같네요. ^^
프라도에 엘 그레코도 있단 말이죠. 멋진 미술관 멋진 그림들... 덕분에 눈요기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Kitty 2008-12-29 12:09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딱봐도 앗! 어디서 많이 본 아저씨다 ^^ 싶다니까요 ㅎㅎㅎㅎ
오랜만에 저도 눈이 호강했습니다 ㅋㅋㅋ
 

오늘 책을 하나 사러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옆에 움베르토 에코의 추의 역사가 꽂혀있길래 쓱 한 번 들춰보았다.
사실 미의 역사는 언젠가는 사리...하면서 그다지 마구 땡기지는 않았었는데
추의 역사 앞의 몇 장 넘기는 순간 오랜만에(과연?) 저 멀리서 지름신이.............ㄷㄷㄷ

 

 

 

 

 

 

 

추의 역사...아 좀 대박이다. 그 자리에서 홀딱 반해버렸다.
서점에서 정신없이 들춰보다가 이걸 기어이 장만하고 말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에 와서 아마존과 알라딘을 마구 뒤지며 어디서 사는게 좋을까 머리를 굴리던 중....
이런걸 발견해버렸다...


미의 역사 + 추의 역사 박스 세트..................(...)

정가 90불에 아마존가 약 56불(다행히 할인은 많이 된다;;) 물론 배송료 세금은 없고.
머리털 나고 이렇게 비싼 책을 사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ㄷㄷㄷㄷ
스스로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확 질러? 아 지름신이시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군요 ㅠㅠ 

+)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얼마 전에 돼지저금통 잡아서 동전 세는 기계에 넣고 바꿔온 아마존 40불짜리 상품권이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계획적이고 집요한 무서운 지름신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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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8-12-1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민하지 말고 얼렁얼렁 사세염~^^
지름신한테 한번 잘못 보이면 나중에 몇 배로 보복한다는 ... -_-+ ;;;;;;;;;;;

Kitty 2008-12-11 04:08   좋아요 0 | URL
몇 배 보복..허걱;;;
그냥 질러야 하는 걸까요? ㅠㅠ

바람돌이 2008-12-1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보다 훨씬 싸다는.... ㅠ.ㅠ
그럼에도 읽는게 안되기 때문에 원서는 못사요. ㅠ.ㅠ

Kitty 2008-12-11 04:09   좋아요 0 | URL
특히 추의 역사는 5만원 정말 후덜덜하더군요.
사실 원서도 정가는 45달러인데 30-40% 세일을 하니까 그나마 좀 살만할 것 같아요.
한국은 도서 정가제때문에 대폭 할인은 힘들겠죠? ㅠㅠ
 

도착 첫날부터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다.
원래 여행가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12시 땡칠 때까지 돌아다니는데  
첫날은 진짜 씻자마자 쓰러져 잠이 들어 다음날 8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오늘은 천천히 시내도 돌아다니고 왕궁 구경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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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가장 처음 향한 곳은 시내 북쪽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역.
마드리드의 지하철은 정말 깨끗하고 잘 관리되고 있다. 
내 기억에 예전 유럽 여행할 때에도 대도시 지하철 중 가장 깔끔한 것이 바르셀로나 지하철이었는데
스페인 지하철은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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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메뜨로(Metro)라고 부르는데 색색별로 구분되어 10 라인이 넘지만
한국에서 지하철 내공을 쌓은 사람이라면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다 ^^
(이게 나름 중요한게 멕시코시티 갔을 때에도 지하철이 익숙하지 않아 엄청 헤매는 미국애들에 비해
나는 장난? ㅋㅋ 이러면서 노선도 줄줄 외우면서 타고 다녔다 ㅎㅎㅎㅎ)

각 메뜨로 역은 저렇게 빨간 간판으로 표시해놓아 눈에 잘 띈다.
플랫폼에도 전자 안내판으로 다음 열차가 몇 분 후에 오는지 표시해주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한 번 타는데 거리에 관계 없이 1유로(요즘 환율로 2000원 좀 안되는 돈?)인데
10회권을 7유로에 팔고 있으므로 7번 이상 탈 예정이면 무조권 10회권을 끊는 것이 절약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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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역으로 향한 이유는 물론 성지순례를 위해 -_-;;;;
전세계의 양키즈 팬들이 양키 스타디움에 성지순례를 가듯이
전세계의 마드리드의 팬들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성지순례를 간다;;;
(물론 딱히 마드리드팬들만 오는건 아니고 마드리드에 여행 온 왠만한 축덕후들은 한 번씩 다 들러본다;;)
지하철 역에 내려서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하자 감동이 저절로 밀려온다 어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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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사러 매표소로 갔는데 이탈리아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왔는지
저렇게 남자애들이 버글버글하다 ㄷㄷㄷㄷ
이태리어로 어쩌고저쩌고 마구 떠드는데 뭔말인지는 모르겠고 정신은 하나도 없고
하여간 겨우겨우 낑겨서 표를 샀다. 입장료 15유로. ㄷㄷㄷ
이건 성지순례만 아니면 거의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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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투어 첫 코스인 경기장 전체 파노라마를 보는 순간 입장료 아깝다는 생각은 싹 사라졌다;
그저 굽신굽신 어익후 제가 드디어 성지순례를 왔습니다. 감동 ㅠㅠ 
다음날 직접 경기까지 볼 생각을 하니 감동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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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트로피 전시실도 구경하고...사진도 찍고...두리번두리번 시골쥐 놀이를 하고 있으려니
한 독일 남자애가 트로피들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너도 성지순례왔니?' '응 나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우리는 덕후 ㅠㅠ

경기장이 야외라서 엄청 추웠는데 다행히 그 독일애가 덩치가 좀 커서 
 그 뒤에 고목나무 매미처럼 붙어다니니 그래도 약간은 바람막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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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벤치에도 앉아보고...아 이게 꿈이야 생시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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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렇게 감동의 성지순례(?)를 마치고 이번에는 왕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도 유럽 도시에 왔으면 금칠한 궁전 하나는 보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왕궁은 오뻬라(Opera) 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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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왕궁 팔라시오 레알(Palacio Real = Royal Palace) 가는 길.
가로등도 예쁘고 너무 분위기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와~ 예쁘다 하면서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하마터면 말똥 밟을 뻔 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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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라면 빠질 수 없는 아이템 (1) 분수  
추워서 물은 안 틀어놓은 것 같다. 물까지 틀어놓았으면 보기만해도 얼마나 추웠을까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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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뒷면도 요렇게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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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라면 빠질 수 없는 아이템 (2) 조각이 줄줄이 늘어선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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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시오 레알에 들어선 순간. 아..역시 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런게 궁전이지 ㅎㅎ  
팔라시오 레알은 네모난 광장을 둘러싸고 지어졌는데 바로 정면에 보이는 것이 주건물,
주건물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이 갑옷 박물관, 오른쪽이 왕실 약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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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반대쪽. 그러니까 주건물을 등지고 광장 저편을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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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광장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휘휘 둘러봐준 후 메인 건물로 향했다.
햇빛은 저렇게 쨍쨍한데 왜 이렇게 추운거야 ㅠㅠ
(나중에 오는 길에 공항에서 신문을 잠깐 봤더니 이상 한파라고 -_-) 
어쨌든 머무는 동안 날씨 자체는 계속 좋았는데(맑음) 기온이 너무 낮아서 고생했다.
내 다시는 겨울에 유럽을 가나 봐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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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시오 레알의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이 사진은...물론 도촬 -_-;;

나는 정말 전혀 사진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진심으로)
내 옆에 있는 외국 여자애가 경비만 없어지면 너무나 태연하게 마구 셔터를 눌러대는 거였다.
그래서 나도 소심하게 슬쩍 카메라를 켜서 딱 한 장 찍었다 ㅠㅠ
이 방은 이름이 엠베세더 룸인가 그랬는데(확실치 않음),
스페인이 유럽 연합에 가입할 때 서명식을 했던 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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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시오 레알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다.
베르사이유나 쉔브룬 등 유럽의 대표적인 궁전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다.
(참고로 저 위 도촬한 방은 이 궁전에서 제일 수수한 방이다 -_-;;)


스페인 왕가는 부르봉과 합스부르크 두 왕가와 모두 직접적인 혈연 관계이고,
실제로 이 궁전을 지은 스페인 왕은 루이 16세의 손자뻘이라서 어린 시절 베르사이유에서 자랐다고 한다.
당시에 각 나라의 왕들이 너도나도 화려한 궁전을 짓겠다고 경쟁을 했다는데
이 팔라시오 레알도 '무조건 다른 나라 궁전보다 화려한 궁전을 짓겠다'는 목적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총책임자였던 건축가가 설계만 마치고 사망하는 바람에;;
원래 계획의 1/4 규모로 지어진 대신, 각 방에 정말 공을 들였다고.

궁전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보통 왕이나 왕비의 취향)로 장식되기 쉬운데
팔라시오 레알은 너무 신기한게 어떤 방은 프랑스풍으로 장식되어 있는가 하면
바로 다음 방은 마치 중국에 온 것 같고, 바로 다음 방은 또 아랍풍으로 장식을 해놓고...
여러 문화를 골고루 느낄 수 있는 점이 굉장히 특이했다.  
아니, 스페인이라는 나라 자체의 특성이 그런 것일 수도.  
이건 나중에 안달루시아쪽 내려가서 더욱 강하게 느낀 것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사진을 못찍게 하는게 너무 아쉽다. 
사진 찍으면 어디 닳냐....ㅠㅠ
할 수 없이 팔라시오 레알 홈피에서 몇 개 퍼왔다.





이건 Thrown Room (뭐라고 해야 되나;;)
금칠은칠은 기본, 샬랄라 천장화와 조각상, 도자기들은 필수,
방 중간까지 내려와있는 샹들리에는 뽀인트라고나 할까...
 






이건 팔라시오 레알에서도 화려하기로 유명한 가스파리니 룸의 벽지 장식.
이렇게만 보면 딱히 별다를까 싶지만 저 벽지로 방의 4면과 모든 가구를 몽땅 둘러쌌다 ㄷㄷㄷ
딱 들어가는데 무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화려함에 멀미가 날 정도.






이건 포슬린 룸(도자기 방)
저 방을 전체를 모두 도자기로 만들었다 ㄷㄷㄷ
무늬는 포도 덩굴 모양인데 저 방 전체에 도자기의 이음매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음매는 모두 덩굴 잎사귀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서 보이지 않게 했다고 한다.
하여간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방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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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궁전의 주건물 구경을 마쳤다.
현재의 카를로스 국왕과 소피아 왕비는 이 팔라시오 레알에 살지는 않고
마드리드 근교의 좀 더 심플한 궁전에 산다고 한다.
다만 중요한 왕실 행사가 있을 때는 실제로 이 궁전의 방들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와...닳을까봐 사진도 못찍게 하더니...
왕이런거 진짜 한 번 해볼만하지 않은가? ㅎㅎㅎㅎ


주건물 구경을 마친 후 Royal Armory (왕실 갑옷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처음엔 갑옷 박물관? 뭥미? 이렇게 생각했는데 가이드북에 꼭 봐야된다고 하도 강조를 해서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농담 아니고 들어서는 순간 '엄마야...' 가 절로 튀어나왔다.
와...진짜 이런건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듯. 
이 사진은 정말 후지고 후진데; (도대체 왜 이거밖에 못하냐 홈피 관리자 -_-;;)
 

엄청나게 넓은 홀에 저렇게 막 전쟁터로 튀어나갈 것 같은 완전무장(기사와 말 모두) 갑옷이
너무나 멋지게 전시되어 있는데 진짜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전시실 전체가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다고나 할까...역동감이 최고다.  


중세 서양의 갑옷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아랍 등등 세계 여러 나라의 갑옷을 모두 모아놓았다.
전쟁을 해서 패한 나라의 갑옷을 진상받기도 하고, 선물로 받은 것들도 있단다.
필리페 몇 세, 카를로스 몇 세 등등 왕들이 직접 착용했던 갑옷도 있고
어린 왕자들이 입었던 애기 갑옷들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의 갑옷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말의 갑옷인데
말의 갑옷까지 얼마나 정교하고 공을 들여 만들었는지...


가이드북에 실린대로 팔라시오 레알에 갔다면 꼬옥, 반드시, 절대 보아야 할 곳이 바로 이 갑옷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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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박물관을 나와서 맞은편의 왕실 약국으로 향했다.
(아참..여기서도 도촬 1장 -_-;;;)

왕실 약국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약방과 같은 구조인데;;;;;
모든 약초들을 금칠한 상자나 도자기에 담아놓았다는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
이렇게 약을 늘어놓은 방이 몇 개나 되고,
약을 조제하거나, 달이거나, 서로 섞거나 했던 작업실도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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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왕궁을 구경하고 나와서 숙소에 들어와 좀 쉬고 있으려니 어느새 어둑어둑...
저녁을 먹고 다음날 일정을 짜고 있노라니 갑자기 문득
마드리드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돌아다닌다는데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9시가 넘었는데 나가볼까 말까 좀 망설이다가 옷을 두툼하게 입고 나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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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었다!!! 꺅 ㅋㅋㅋ 밤 9시가 넘었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버글버글거리다 못해 치일지경...
(이게 한겨울의 평일 저녁 9시 반이다 후덜덜)
스페인 완전 내 스타일이야 ㅋㅋㅋ 신나게 사람 구경을 하다가 백화점도 밤 10시까지 연다는 사실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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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가장 큰 백화점 체인 엘 꼬르떼 잉글레스(El Corte Ingles)의 크리스마스 장식. ^^
엘 꼬르떼는 정말 스페인 전국 어디에나 있다. 특히 마드리드에는 번화가마다 두세 개 씩은 꼭 있을 정도.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뭐 구경하기는 그렇고,
지하 식품 매장에 가서 요구르트랑 과일, 물을 사가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완전 배낭여행 기분이라 너무 신나는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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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2-10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내일이면 레알 경기 장면이 올라오는 겁니까? +_+

Kitty 2008-12-10 08:14   좋아요 0 | URL
넹 그럼요 ^^ 으쓱으쓱 ^^ 근데 하필이면 경기를 지는 바람에 좀 김이 샜다는 ㅠㅠ

마노아 2008-12-1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으로나마 호강해요. 춥지만 않았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말예요!

Kitty 2008-12-11 04:10   좋아요 0 | URL
그쵸 마노아님 아이고 제가 추워서 고생한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ㅠ

바람돌이 2008-12-11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축구장보면 우리집 옆지기 환장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왕궁과 갑옷박물관에 환장하는 중입니다.
오늘도 환율소식에 절망... 언제쯤 내릴까요?

Kitty 2008-12-11 04:11   좋아요 0 | URL
으흐흐 얼른 가셔야하겠다는 ㅎㅎ
안그래도 환율이 너무 올라서 여행하는 내내 한국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이더군요;;;
유로가 거의 2000원에 육박하니 이거 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