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프라도 관람기 계속됩니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ㅠㅠ

<10A 전시실>

엘 그레코의 삼위일체 (El Greco, The Trinity)

역시 엘 그레코의 방입니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눈앞에 가득 펼쳐지는 이 삼위일체의 박력은 정말 대단해요. 크기도 후덜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엘 그레코의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완성도가 딱히 월등하게 뛰어난 것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엄청난 스케일이 일단 인상적이고, 그와 함께 살짝 꼬여진 예수의 몸이 굉장한 사실감을 줍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예수의 몸을 그린 방식이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El Greco, The Nobleman with his Hand on his Chest)

이 방에는 이것 이외에도 초상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수많은 초상화 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옵니다.  
어딘가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졸린 것(?) 같기도 한데 ^^;;; 옆구리에 칼을 차고 있는데도 너무나 자상해보이죠.
말 그대로 '원숙미'가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른쪽 손은 가슴에 대고 있는 반면 왼쪽 손은 그림에서 보이지 않죠.
이에 대해서는 왼쪽 손을 등 뒤에 대고 있는 '기사의 자세'라는 설과, 아예 왼쪽 손이 없다는 설이 -_-;; 선택은 자유!
그런데 엘 그레코의 초상화는 전부 주인공의 얼굴이 길더라구요 ㅎㅎㅎ

<10 전시실>

루벤스의 방입니다. 
섬세하고 반질반질하며 포동포동한 인물들이 전시실 전체에 넘실거립니다 ㅎㅎㅎㅎ


루벤스의 사랑의 정원 (Ruben, Garden of Love)


전형적인 루벤스의 작품인데,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이죠 ^^
루벤스는 일반적인 화가들과는 달리(?) 비교적 행복하고 유복한 일생을 보냈지요. 결혼 생활도 원만했고.
그래서 그런지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느껴져서 좋아해요.
모든 화가가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릴 필요는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 

그림의 여성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에 있는
푸른 드레스의 여자가 두번째 부인 엘렌을 꼭 닮았어요.
엘렌이야 루벤스 작품에서 워낙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요.
오른쪽 윗쪽에 있는 분수는 결혼의 여신인 헤라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일부러 '결혼'의 여신을 선택한 것도 재미있구요.

<9 전시실>

순서가;;; 10을 먼저 보고 9를 보게 되었네요.
9 전시실은 길쭉한 대형 전시실로 루벤스의 작품이 가득합니다.
가운데에 의자도 있어서 아픈 다리도 쉴겸 그냥 푹 눌러 앉아서 마음껏 감상했습니다 ^^;;


루벤스의 세 여신(Ruben, Three Graces
)

긴 말이 필요없는 걸작이지요. .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를 제외한 양 옆의 두 여자는 루벤스의 첫번째 부인과 두번째 부인을 모델로 했죠.
그림에서나마 매우 사이좋게 지내고 있네요 ^^;;;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Rubens, Judgement of Paris)

사실 프라도에는 루벤스가 그린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작품이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10 전시실에도 하나가 있고, 9 전시실에도 또 파리스의 심판이 있더군요;;; 
이것보다 더 유명한 반대 방향에서 본 그림이 있는데 미술관 홈피에서 잘 못찾겠네요;;
어쨌든 아름다운 세 여신 중 한 명을 선택하는 복터진 젊은이 파리스의 고민이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ㅋㅋ


루벤스의 아이를 잡아먹는 사튀로스 (Rubens, Saturn Devouring One of His Sons)

섬뜩하죠;;; 고통에 절규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있습니다.
나중에 고야의 검은그림 방에서 똑같은 장면을 고야 버전으로 보게되는데요,
고야의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도판으로도 여러 번 본 터라 비교적 충격이 덜했던 반면 이 그림은 충격이 ㄷㄷㄷ
나의 루벤스는 이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야 도리도리 -_-;;; 

그 외에 8전시실도 루벤스의 소품이나 초상화 등 루벤스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습니다.
딱히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던지라 다음 방으로 넘어가면..,

<9B 전시실>

A도 모자라서 B까지...도대체 전시실이 몇 개인거냐 ㄷㄷ


루벤스의 동방박사의 경배 (Rubens, Adoration of Magi)

루벤스는 계속됩니다. ㅎㅎ 스페인 궁정 화가를 했던 적도 있던 루벤스라 작품이 많더군요.
아마도 고야 다음으로 많지 않을까 싶은데...고야 작품은 정말 끝이 없더라는 ㄷㄷ
또 하나의 사람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그림인데 가운데 약간 오른쪽에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화면 전체를 약간 어둡게 만들고 아기 예수가 있는 쪽에 마치 빛나는 태양이 있는 것처럼 표현해 놓았어요.
이 그림은 원래 훨씬 작은 규모로 그려졌다고 하는데, 그림이 완성된 몇 년 후에 루벤스 본인이 캔버스를 큰 것으로 옮기고
윗쪽 아기천사들과 오른쪽 말을 새로 그려넣어서 현재 크기로 확장했다고 합니다.
원래 그림은 아기와 마리아를 중심으로 한 왼쪽 아랫부분에 치우쳐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말을 탄 사람은 루벤스 본인이라고 하네요. ^^

<12 전시실>


대박 전시실이죠. 실제 모습이 이렇게 생겼습니다.
다만 벽지(?)의 색은 저렇게 회색톤이 아니고 좀 더 베이지색에 가깝지만요.
들어가는 순간 탁 트인 8각형? 10각형? 방의 한쪽에 보이는 시녀들!!!!!!!!!
천장이 높은 이 멋진 방은 시녀들을 포함한 벨라스케스의 여러 걸작들을 사방팔방에 매달고 있어요;;
프라도에서 가장 사람이 우글거리는 방이자, 가장 단체 관람객이 많은 방이자,
의자 하나 없어서 다리 부러지는 방입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Velazquez, Las Meninas>


과연 명불허전; ㅠㅠ 감동의 작품입니다.
인판다 마르가리타가 너무너무 사랑스럽게 그려져있죠. 공주를 돌보는 시녀들도 마찬가지고.
너무 귀여워서 나중에 미술관샵에서 마우스패드까지 하나 사왔습니다. (지금도 잘 쓰고 있죠 ㅎㅎ)
프라도의 간판스타이자 개인적으로 나중에 보게되는 무리요의 아기예수와 짝지워주고 싶은 아기공주님입니다 ^^;;;

그러나 어휴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버글버글 ㄷㄷ 사람들을 뚫고 설명조차 읽기가 쉽지 않더군요.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리타는 여러 작품이 있는데 어릴 때일수록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커가면서 별로 안이뻐진다는;;;;  물론 단명하기도 했지만요. ㅠㅠ

벨라스케스의 테크닉이며 작품성이며 완성도며 이것저것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다 떠나서 화가의 공주에 대한 애정이 너무 잘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니...과연 감탄만 나오더군요.
아무런 지식 없이도 그냥 보면서 아유 귀여워~ 하면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그림. 이 이상 가는 것이 있을까요.





벨라스케스의 바쿠스의 승리 (Velazquez, The Triumph of Bacchus)

그러나 이 방에는 시녀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벨라스케스의 여러 걸작들이 주렁주렁; 
옆으로 한 걸음 가면 아 이거...이거.. 또 한 걸음 가면 어..이거...뒤를 돌면 아...저거...이런 식입니다 ㄷㄷ
포도주의 신인 바쿠스와 그 술친구들(?)을 그린 이 작품도 아주 유명하죠.
주인공인 잘생긴 바쿠스보다도 더욱 눈길을 끄는 사람이 바로 정가운데 있는 구수한;; 얼굴의 농부 스타일 남자지요.
옆쪽을 보고 있는 바쿠스와는 달리 정면을 보면서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신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이지만 완벽한 외모와 몸매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작품과는 달리
이 그림은 보통 사람을 모델로 하여 신화를 그려냈죠. 비록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벨라스케스의 불칸의 대장간 (Velazquez, Vulcan's Forge)

아폴로신이 대장간에 들러서 부인인 비너스가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
이 작품은 특히 빛과 그림자의 처리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소식을 듣는 남자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에요 ^^;;;

<15 전시실>

벨라스케스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Velazquez, Christ Crucified)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그린 그림은 무수히 많지만 역시 벨라스케스라서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배경을 아주 어둡게 처리하고 대상만 밝고 두드러지게 묘사한 것이 카라바지오 생각도 나구요.

<15A 전시실>

벨라스케스의 베짜는 여인들 (Velazquez, The Tapestry Weavers)

어떤 의미에서 시녀들만큼 기대를 한 작품인데요, 저는 이상하게 이 그림이 참 좋더라구요.
아라크네의 신화를 한 폭의 그림에 모두 담은 작품입니다.
베짜기 명인이던 아라크네는 아테네(미네르바) 여신과 베짜기 경쟁을 하게 되는데,
그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아테네 여신이 뒤쳐지게 됩니다.
이에 우쭐한 아라크네는 아테네의 아버지인 제우스 신이 금비로 변해 다나에를 찾아가는 장면을 짜넣게 됩니다.
아버지를 비웃는 아라크네를 보고 격분한 아테네는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어버리죠. 평생 실을 짜면서 살아가도록;

이 그림에서는 등을 보이고 있는 젊은 처자가 아라키네, 반대쪽에 약간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이 아테네입니다.
지혜의 여신인만큼 일부러 노파의 모습으로 그렸다는데, 이게 좀 신기해요. 여신은 나이를 안먹잖아요. ㅎㅎ
가운데 둥근 문 밖에는 이 경쟁의 결말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신의 모습을 드러낸 아테네가 오만한 아라크네에게 벌을 내리는 장면이고,
그 뒤에 있는 태피스트리에는 에우로파가 납치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지요.
한 겹 벗기면 또 한 겹, 그걸 벗기면 또 한 겹 이렇게 양파처럼 자꾸 이야기가 드러나는 작품이라 너무 재밌어요.

<16 전시실>

벨라스케스의 발타자르 왕자의 기마상 (Velazquez, Prince Baltasar Carlos on Horseback)

벨라스케스가 그린 왕족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많은 기마상 중 가장 귀여운 작품입니다 ^^
어린 발타자르 왕자의 앳되지만 당당한 모습이 잘 그려져 있지요.
안타깝게도 근친결혼의 폐혜로 얼굴이 유독 길어지는 유전적인 결함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녀들의 마르가리타 공주도 점점 커가면서 얼굴이 길어졌죠 ㅠㅠ 
  

벨라스케스의 브레다의 항복 (Velazquiz, The Surrender of Breda)

보기만 해도 훈훈한 그림입니다. 특히 인물들을 그린 아래쪽 반은 정말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지요.
이 그림은 벨라스케스가 야외 풍경에까지 영역을 넓힌 그림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싸움에서 결국 네덜란드군은 브레다라는 곳에서 항복을 하게 되는데
왼쪽의 네덜란드 장군이 성의 열쇠를 넘겨주고 있으며 오른쪽의 스페인 장군은 정중한 태도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치른 사이인데도 두 수장 사이에는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태도가 느껴지지요.
특히 승자인 스페인 장군이 직접 말에서 내려 패장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사람이니까 더욱 우호적으로 그리기는 했겠지만
실제 전투에서도 이렇게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고 합니다.

에구구...이제 고야로 넘어가야 하는데 또 졸려서 다음 포스트로 미룹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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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12-1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벨라스케스의 그림중의 인물은 가분수(머리가 몸통에 비해 큰)로 그려진 것들이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시녀들>도 그렇고, <바쿠스>도,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왕자의 기마상도 약간 그런 것 같고.
스페인 기행문 잘 읽고 있는 중입니다.

Kitty 2008-12-16 12:21   좋아요 0 | URL
앗 말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 얼굴을 강조한 탓일까요?
얼큰이 공주랑 말탄 왕자가 느무 귀여워요~ ㅎㅎ

BRINY 2008-12-1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가리타 공주가 합스부르크가의 근친 결혼으로 인한 유전적 결함으로 결코 예쁘지 않았지만, 화가는 이미 어릴 때부터 정략약혼 상대자(역시 같은 합스부르크계겠죠?)가 있었던 그녀의 초상에 애정을 담아 가능한 예쁘게 그려주었다는 걸 어디선가 본 거 같네요.

Kitty 2008-12-16 12:23   좋아요 0 | URL
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렸을 때에는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클수록 안타까운 ;ㅁ;
벨라스케스는 왕가랑 워낙 가까워서 그런지 그가 그린 왕가의 초상화들은 다 애틋한 맛이 있어요.
고야와는 정 반대라는 ㅎㅎㅎ

바람돌이 2008-12-2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선 벨라스케스 전시실이 대박입니다. 우와 저렇게 멋진 전시실이라니.... ^^ 엘 그레코의 그림에서는 얼굴뿐만이아니라 몸통도 모두 길죠. 사실적 묘사와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오히려 신성하면서도 애잔한 분위기를 더 자아내는 것 같아요.

Kitty 2008-12-29 12:07   좋아요 0 | URL
벨라스케스 전시실은 정말 너무 예뻐요.
탁 트이고 천장이 높아서 무슨 왕궁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니까요 ㅋㅋ
엘 그레코 전시실은 진짜 들어가면 쓰러집니다. ㅠㅠ
사방팔방에서 천사들이 날아올라가는 것 같아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