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첫날부터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다.
원래 여행가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12시 땡칠 때까지 돌아다니는데  
첫날은 진짜 씻자마자 쓰러져 잠이 들어 다음날 8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오늘은 천천히 시내도 돌아다니고 왕궁 구경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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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가장 처음 향한 곳은 시내 북쪽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역.
마드리드의 지하철은 정말 깨끗하고 잘 관리되고 있다. 
내 기억에 예전 유럽 여행할 때에도 대도시 지하철 중 가장 깔끔한 것이 바르셀로나 지하철이었는데
스페인 지하철은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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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메뜨로(Metro)라고 부르는데 색색별로 구분되어 10 라인이 넘지만
한국에서 지하철 내공을 쌓은 사람이라면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다 ^^
(이게 나름 중요한게 멕시코시티 갔을 때에도 지하철이 익숙하지 않아 엄청 헤매는 미국애들에 비해
나는 장난? ㅋㅋ 이러면서 노선도 줄줄 외우면서 타고 다녔다 ㅎㅎㅎㅎ)

각 메뜨로 역은 저렇게 빨간 간판으로 표시해놓아 눈에 잘 띈다.
플랫폼에도 전자 안내판으로 다음 열차가 몇 분 후에 오는지 표시해주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한 번 타는데 거리에 관계 없이 1유로(요즘 환율로 2000원 좀 안되는 돈?)인데
10회권을 7유로에 팔고 있으므로 7번 이상 탈 예정이면 무조권 10회권을 끊는 것이 절약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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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역으로 향한 이유는 물론 성지순례를 위해 -_-;;;;
전세계의 양키즈 팬들이 양키 스타디움에 성지순례를 가듯이
전세계의 마드리드의 팬들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성지순례를 간다;;;
(물론 딱히 마드리드팬들만 오는건 아니고 마드리드에 여행 온 왠만한 축덕후들은 한 번씩 다 들러본다;;)
지하철 역에 내려서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하자 감동이 저절로 밀려온다 어흑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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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사러 매표소로 갔는데 이탈리아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왔는지
저렇게 남자애들이 버글버글하다 ㄷㄷㄷㄷ
이태리어로 어쩌고저쩌고 마구 떠드는데 뭔말인지는 모르겠고 정신은 하나도 없고
하여간 겨우겨우 낑겨서 표를 샀다. 입장료 15유로. ㄷㄷㄷ
이건 성지순례만 아니면 거의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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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투어 첫 코스인 경기장 전체 파노라마를 보는 순간 입장료 아깝다는 생각은 싹 사라졌다;
그저 굽신굽신 어익후 제가 드디어 성지순례를 왔습니다. 감동 ㅠㅠ 
다음날 직접 경기까지 볼 생각을 하니 감동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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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트로피 전시실도 구경하고...사진도 찍고...두리번두리번 시골쥐 놀이를 하고 있으려니
한 독일 남자애가 트로피들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너도 성지순례왔니?' '응 나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우리는 덕후 ㅠㅠ

경기장이 야외라서 엄청 추웠는데 다행히 그 독일애가 덩치가 좀 커서 
 그 뒤에 고목나무 매미처럼 붙어다니니 그래도 약간은 바람막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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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벤치에도 앉아보고...아 이게 꿈이야 생시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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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렇게 감동의 성지순례(?)를 마치고 이번에는 왕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도 유럽 도시에 왔으면 금칠한 궁전 하나는 보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왕궁은 오뻬라(Opera) 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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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왕궁 팔라시오 레알(Palacio Real = Royal Palace) 가는 길.
가로등도 예쁘고 너무 분위기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와~ 예쁘다 하면서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하마터면 말똥 밟을 뻔 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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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라면 빠질 수 없는 아이템 (1) 분수  
추워서 물은 안 틀어놓은 것 같다. 물까지 틀어놓았으면 보기만해도 얼마나 추웠을까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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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뒷면도 요렇게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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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라면 빠질 수 없는 아이템 (2) 조각이 줄줄이 늘어선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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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시오 레알에 들어선 순간. 아..역시 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런게 궁전이지 ㅎㅎ  
팔라시오 레알은 네모난 광장을 둘러싸고 지어졌는데 바로 정면에 보이는 것이 주건물,
주건물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이 갑옷 박물관, 오른쪽이 왕실 약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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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반대쪽. 그러니까 주건물을 등지고 광장 저편을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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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광장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휘휘 둘러봐준 후 메인 건물로 향했다.
햇빛은 저렇게 쨍쨍한데 왜 이렇게 추운거야 ㅠㅠ
(나중에 오는 길에 공항에서 신문을 잠깐 봤더니 이상 한파라고 -_-) 
어쨌든 머무는 동안 날씨 자체는 계속 좋았는데(맑음) 기온이 너무 낮아서 고생했다.
내 다시는 겨울에 유럽을 가나 봐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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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시오 레알의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이 사진은...물론 도촬 -_-;;

나는 정말 전혀 사진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진심으로)
내 옆에 있는 외국 여자애가 경비만 없어지면 너무나 태연하게 마구 셔터를 눌러대는 거였다.
그래서 나도 소심하게 슬쩍 카메라를 켜서 딱 한 장 찍었다 ㅠㅠ
이 방은 이름이 엠베세더 룸인가 그랬는데(확실치 않음),
스페인이 유럽 연합에 가입할 때 서명식을 했던 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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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시오 레알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다.
베르사이유나 쉔브룬 등 유럽의 대표적인 궁전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다.
(참고로 저 위 도촬한 방은 이 궁전에서 제일 수수한 방이다 -_-;;)


스페인 왕가는 부르봉과 합스부르크 두 왕가와 모두 직접적인 혈연 관계이고,
실제로 이 궁전을 지은 스페인 왕은 루이 16세의 손자뻘이라서 어린 시절 베르사이유에서 자랐다고 한다.
당시에 각 나라의 왕들이 너도나도 화려한 궁전을 짓겠다고 경쟁을 했다는데
이 팔라시오 레알도 '무조건 다른 나라 궁전보다 화려한 궁전을 짓겠다'는 목적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총책임자였던 건축가가 설계만 마치고 사망하는 바람에;;
원래 계획의 1/4 규모로 지어진 대신, 각 방에 정말 공을 들였다고.

궁전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보통 왕이나 왕비의 취향)로 장식되기 쉬운데
팔라시오 레알은 너무 신기한게 어떤 방은 프랑스풍으로 장식되어 있는가 하면
바로 다음 방은 마치 중국에 온 것 같고, 바로 다음 방은 또 아랍풍으로 장식을 해놓고...
여러 문화를 골고루 느낄 수 있는 점이 굉장히 특이했다.  
아니, 스페인이라는 나라 자체의 특성이 그런 것일 수도.  
이건 나중에 안달루시아쪽 내려가서 더욱 강하게 느낀 것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사진을 못찍게 하는게 너무 아쉽다. 
사진 찍으면 어디 닳냐....ㅠㅠ
할 수 없이 팔라시오 레알 홈피에서 몇 개 퍼왔다.





이건 Thrown Room (뭐라고 해야 되나;;)
금칠은칠은 기본, 샬랄라 천장화와 조각상, 도자기들은 필수,
방 중간까지 내려와있는 샹들리에는 뽀인트라고나 할까...
 






이건 팔라시오 레알에서도 화려하기로 유명한 가스파리니 룸의 벽지 장식.
이렇게만 보면 딱히 별다를까 싶지만 저 벽지로 방의 4면과 모든 가구를 몽땅 둘러쌌다 ㄷㄷㄷ
딱 들어가는데 무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화려함에 멀미가 날 정도.






이건 포슬린 룸(도자기 방)
저 방을 전체를 모두 도자기로 만들었다 ㄷㄷㄷ
무늬는 포도 덩굴 모양인데 저 방 전체에 도자기의 이음매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음매는 모두 덩굴 잎사귀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서 보이지 않게 했다고 한다.
하여간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방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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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궁전의 주건물 구경을 마쳤다.
현재의 카를로스 국왕과 소피아 왕비는 이 팔라시오 레알에 살지는 않고
마드리드 근교의 좀 더 심플한 궁전에 산다고 한다.
다만 중요한 왕실 행사가 있을 때는 실제로 이 궁전의 방들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와...닳을까봐 사진도 못찍게 하더니...
왕이런거 진짜 한 번 해볼만하지 않은가? ㅎㅎㅎㅎ


주건물 구경을 마친 후 Royal Armory (왕실 갑옷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처음엔 갑옷 박물관? 뭥미? 이렇게 생각했는데 가이드북에 꼭 봐야된다고 하도 강조를 해서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농담 아니고 들어서는 순간 '엄마야...' 가 절로 튀어나왔다.
와...진짜 이런건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듯. 
이 사진은 정말 후지고 후진데; (도대체 왜 이거밖에 못하냐 홈피 관리자 -_-;;)
 

엄청나게 넓은 홀에 저렇게 막 전쟁터로 튀어나갈 것 같은 완전무장(기사와 말 모두) 갑옷이
너무나 멋지게 전시되어 있는데 진짜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전시실 전체가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다고나 할까...역동감이 최고다.  


중세 서양의 갑옷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아랍 등등 세계 여러 나라의 갑옷을 모두 모아놓았다.
전쟁을 해서 패한 나라의 갑옷을 진상받기도 하고, 선물로 받은 것들도 있단다.
필리페 몇 세, 카를로스 몇 세 등등 왕들이 직접 착용했던 갑옷도 있고
어린 왕자들이 입었던 애기 갑옷들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의 갑옷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말의 갑옷인데
말의 갑옷까지 얼마나 정교하고 공을 들여 만들었는지...


가이드북에 실린대로 팔라시오 레알에 갔다면 꼬옥, 반드시, 절대 보아야 할 곳이 바로 이 갑옷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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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박물관을 나와서 맞은편의 왕실 약국으로 향했다.
(아참..여기서도 도촬 1장 -_-;;;)

왕실 약국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약방과 같은 구조인데;;;;;
모든 약초들을 금칠한 상자나 도자기에 담아놓았다는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
이렇게 약을 늘어놓은 방이 몇 개나 되고,
약을 조제하거나, 달이거나, 서로 섞거나 했던 작업실도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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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왕궁을 구경하고 나와서 숙소에 들어와 좀 쉬고 있으려니 어느새 어둑어둑...
저녁을 먹고 다음날 일정을 짜고 있노라니 갑자기 문득
마드리드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돌아다닌다는데 정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9시가 넘었는데 나가볼까 말까 좀 망설이다가 옷을 두툼하게 입고 나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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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었다!!! 꺅 ㅋㅋㅋ 밤 9시가 넘었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버글버글거리다 못해 치일지경...
(이게 한겨울의 평일 저녁 9시 반이다 후덜덜)
스페인 완전 내 스타일이야 ㅋㅋㅋ 신나게 사람 구경을 하다가 백화점도 밤 10시까지 연다는 사실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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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가장 큰 백화점 체인 엘 꼬르떼 잉글레스(El Corte Ingles)의 크리스마스 장식. ^^
엘 꼬르떼는 정말 스페인 전국 어디에나 있다. 특히 마드리드에는 번화가마다 두세 개 씩은 꼭 있을 정도.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뭐 구경하기는 그렇고,
지하 식품 매장에 가서 요구르트랑 과일, 물을 사가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완전 배낭여행 기분이라 너무 신나는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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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2-10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내일이면 레알 경기 장면이 올라오는 겁니까? +_+

Kitty 2008-12-10 08:14   좋아요 0 | URL
넹 그럼요 ^^ 으쓱으쓱 ^^ 근데 하필이면 경기를 지는 바람에 좀 김이 샜다는 ㅠㅠ

마노아 2008-12-1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으로나마 호강해요. 춥지만 않았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말예요!

Kitty 2008-12-11 04:10   좋아요 0 | URL
그쵸 마노아님 아이고 제가 추워서 고생한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ㅠ

바람돌이 2008-12-11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축구장보면 우리집 옆지기 환장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왕궁과 갑옷박물관에 환장하는 중입니다.
오늘도 환율소식에 절망... 언제쯤 내릴까요?

Kitty 2008-12-11 04:11   좋아요 0 | URL
으흐흐 얼른 가셔야하겠다는 ㅎㅎ
안그래도 환율이 너무 올라서 여행하는 내내 한국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이더군요;;;
유로가 거의 2000원에 육박하니 이거 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