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고야부터 시작합니다 ^^
프라도의 고야 컬렉션은 정말 대단한데요,
사실 고야가 평생 그린 그림의 대부분이 프라도에 소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주 일부만이 스페인 내 다른 미술관에 흩어져있고, 해외 미술관까지 진출(?)한 작품은 더더욱 적어서 극소수죠.
바꿔서 말하면 고야의 진수를 보려면 프라도에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
벨라스케스와 쌍벽을 이루는 이 간판스타를 위해 프라도는 미술관 한 윙의 전층을 고야에게 할애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정면(벨라스케스 입구)을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 편이 무리요 입구인데, 이쪽 윙 전체가 고야의 전시실입니다.
전시실 배치랑 분위기도 그림 분위기와 비슷한데요, 큐레이터 누구인지 ㅎㅎ 저는 이러한 사소한 것에도 감동합니다 ^^;
2층 로코코 분위기가 나는 샬랄라 스타일 그림
(전시실이 흰색 벽으로 되어있고 조명도 환해서 밝은 느낌을 줍니다. 걸려있는 그림들도 마찬가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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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기 걸작들
(5월 2일, 3일, 옷을 입었다벗었다 하는 마야 등 2층보다 좀 더 심각한 그림들; 전시실은 반쯤 어둑어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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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층 검은 그림들
(아주 어둡습니다; 무슨 지하실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 저는 중간층인 1층부터 봤습니다.
<39 전시실>
사실 이 39 전시실이 좀 황당한게 한쪽 윙에서 다른쪽으로 넘어가는 통로에 있습니다.
뭐 이런 통로에 전시실이 있나;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들어가봤는데 후덜덜 -_-
아니 이런건 좀 떡하니 중앙 전시실에 걸어놔야지 그냥 지나칠뻔 했잖아 ㅠㅠ
고야의 1808년 5월 2일 (Goya, The 2nd of May 1808 in Madrid: the charge of the Mamelukes)
고야의 1808년 5월 3일 (Goya, The 3rd of May 1808 in Madrid: the executions on Principe Pio hill)
저를 기절초풍하게 만든게 바로 이 5월 2일 5월 3일 연작이죠.
39 전시실은 반채광으로 되어있는데, 커다란 창문으로 희미하게 햇빛이 들어옵니다.
자체 조명이 거의 없고 자연광으로 겨우 감상할 수 있을 정도죠.
그래서인지 뭔가 극적인(?) 분위기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이것도 연출일까요? ^^;;
두 그림이 한쪽 벽에 나란히 걸려있는데, 두 그림의 크기는 똑같아요. 엄청 큽니다 ㄷㄷ 생각보다 정말 컸어요.
약 4 x 3m 정도 되지 않나 싶었는데 바로 앞에서 봐서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방과 함께 사람이 떼로 몰려있는 전시실입니다.
일단 왼쪽에 걸려있는 5월 2일을 먼저 보게 되는데, 역동적인만큼 조금 산만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칼 하나, 핏자국 하나까지 차례차례 칠해나갔을텐데 이걸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가슴이 싸늘해지면서 흰 옷을 입은 남자에게로 시선이 확 쏠립니다.
등을 진 프랑스 군인들, 땅에 쓰러진 사람들, 주인공(?) 옆의 수도사나 아기 엄마 등등
이건 뭘 상징하고 저건 뭘 상징한다는 둥 책에서 수도 없이 설명을 읽었는데도 주변은 전혀 눈에 들어오질 않아요.
그냥 흰 옷 입은 사람만 보입니다. 보고 또 보고...다리 아프다...그래도 보고 또 보고...사람 많다...그래도 또 보고..
하여간 저 남자만 보다 왔습니다 -_-;;
특히 이 전시실에는 아이들 데리고 와서 그림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설명하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저야 외국사람이니까 그냥 멍하니 보지만 스페인 사람들이 이 그림을 바라보는 느낌은 각별하겠구나 싶더군요.
<36 전시실>
고야의 옷을 입은 마야와 옷을 벗은 마야 (Goya, The Clothed Maja and The Nude Maja)
안타깝게도 제가 갔을 때에는 옷을 벗은 마야는 임대중 ㅠㅠ 옷 입은 마야만 걸려있었어요.
이런 만행이....지금 장난합니까? ㅠㅠ
어쨌든 그래서 두 그림을 목전에서 비교해볼 수는 없었기에 옷입은 아줌마만 열심히 보다 왔습니다;
가이드에 따르면 고야는 옷 벗은 마야를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 옷 입은 마야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비밀에 붙여진 가운데 알바 공작 부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얼굴을 마스크(가면)같이 그렸다고 하네요.
특히 옷 벗은 마야는 화가 본인이 매우 아끼는 작품이라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었다고 하죠.
같은 배경에 같은 포즈에 (아마도) 같은 인물을 그린 작품이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는 매우 다릅니다.
(이래서 꼭 같이 봐야 하는 거였다구요!! 왜 떨어뜨려 놓는건지 ㅠㅠ)
옷을 입은 마야는 좀더 뚜렷한 윤곽에 얼굴빛도 홍조를 띄고 있어서 훨씬 진짜 사람같습니다.
반면 옷을 벗은 마야는 한마디로 투명하죠. 눈같이 흰 살결도 그렇고 전체적인 실루엣도 아른아른...
표정도 조금 더 신비스럽습니다. 뭔가 이세상 사람같지가 않은...한마디로 유령? -_-;;;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두 작품을 그렸는지...고야만 알겠지요 ㅎㅎ
<32 전시실>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Goya, The Family of Carlos IV)
역시 유명한 작품이죠. 이것도 생각보다 커서 놀랐습니다. ㅎㅎ 엄청 크더만요;
왕가를 그린 것인데도 중심에는 왕이 아니라 왕비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요.
더군다나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왕비 얼굴에 주름도 많고;;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더군요.
(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클로즈업은 위험한거죠 ㅎㅎㅎㅎㅎ)
근엄한 왕의 가족을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그렸다는 설명이 많이 붙어있는 그림인데,
실제로 크게 괴상한 가족같이 보이지는 않았어요.
왕이 이 그림을 보고 고야의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음에 들어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그림 왼편 뒷 배경에 이즐을 앞에 두고 정면을 보고 있는 고야 본인이죠.
이 구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넵! 바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입니다!
고야는 따라쟁이인걸까요? ㅎㅎ
<34 전시실>
고야의 오수나 공작 가족 (Goya, The Duke and Duchess of Osuna and Their Children)
그 외에도 수많은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가 이 1층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 작품이 눈에 띄었어요.
꼭 어셔가에 사는 가족 같죠;;;;;;;;;;;;;;
오수나 공작은 고야의 초기 후원자 중 하나로, 고야는 이 가족과 매우 가까웠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아이들에게까지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서 각기 특징을 잡아 그렸다고 하는데요,
고야는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유령같이 그려냈던 것일까요? (농담입니다 -_-;;;;;;;;;)
좀 창백하기는 해도; 아이들이 아주 귀엽습니다. 특히 엄마 무릎쪽에 넙죽 앉아있는 막내 아들이 너무너무 귀엽죠.
아이들 하나하나 들고 있는 장난감이나 부채하며, 발치의 강아지까지 사랑스러운 그림이더군요.
<85 전시실>
85-93 전시실은 궁전이나 저택을 장식했던 예쁜 그림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전시실 전체가 프랑스 궁전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기죠.
이걸 보고 지하로 내려가면 도대체 같은 사람이 그린건지 적응이 안되죠 -_-;;
고야의 파라솔 (Goya, The Parasol)
고야의 샬랄라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색감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
파란 몸통에 노란 치마로 되어있는 드레스에 머리에 빨간 장식이라니 이건 그대로 백설공주가 아닙니까? ㅎㅎㅎ
그리고 머리가 까매서 그런지...앉아있는 여자의 얼굴이 꼭 동양사람처럼 보이죠. 저만 그런가요?;
<93 전시실>
고야의 성 이시드로의 초원 (Goya, The Meadow of San Isidro)
이 그림은 또 생각보다 엄청 작더군요. 길이가 40-50cm 밖에 되지 않을 듯.
뒤에 상세히 보이는 배경하며 각 귀부인들의 옷차림 동작 등등 꽤 정밀하게 묘사했다 싶었는데
확대경 들고 봐야하는 수준이;;;;;
이렇게 샬랄라 그림을 보다가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어둠침침한 분위기;;;;
<66 전시실>
고야의 거인 (Goya, The Colossus)
안그래도 방도 침침한테 색깔까지 거무튀튀합니다;
이 그림은 엑스레이로 촬영 결과 처음에는 거인이 앞을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무슨 심경의 변화로 거인이 등을 돌려버린걸까요.
검은 그림들을 쭉 보다보면 저까지 우울해지는 것 같은데요,
고야는 말년에 염세주의에 빠진데다가 귀까지 멀게되면서 검은 그림들을 그리게 되었다고 해요.
<67 전시실>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루누스(Goya, Saturn Devouring His Son)
역시 쇼킹한 그림입니다. 우중충한 분위기도 ㄷㄷ
저 위의 파라솔과 비교해보면...이게 같은 사람이 그린거 맞습니까?;
아들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는 예언을 들은 사투루누스는 부인이 아이를 낳자마자 족족 먹어버립니다.
마치 괴물과 같이 부릅뜬 눈이 너무 무섭죠.
특히 이미 몸의 일부는 아버지에게 잡아먹혀서 생명을 잃은 아들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으스러져라 먹이(?)를 꽉 쥐고 있습니다.
눈과 손으로 권력 및 힘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어요.
고야의 독서 (Goya, The Reading)
역시 오싹한 그림이죠; 아니 왜들 저리 컴컴한데 모여서 책을 읽는건지;
<29 전시실>
그 다음에 향한 곳은 1층에 있는 또 한 명의 스페인 거장 무리요의 전시실입니다.
무리요의 장기는 성가족, 특히 성모나 어린 아기(예수) 그림들이 끝내주죠 ^^
사랑스러운 포동포동 아가들이 그림 속에 가득해서 보고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무리요의 작품들입니다 ^^
무리요의 착한 목자 (Murillo, El Buen Pastor)
엉엉 이 예쁜 아가를 어쩜좋나요 ㅠㅠㅠㅠㅠㅠㅠ
아유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서 볼을 쥐고 막 흔들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그래도 양치기라고 저 조막만한 손에 지팡이를 꼬옥 쥐고 있는 걸 좀 보세요. 한쪽 손은 양의 등에 척 올려놓고 ^^
어쩜 그 옛날에 이렇게 예쁜 아기를 이토록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는지요. 무리요는 좀 짱인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그림 앞에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어찌나 12 전시실의 마르가리타 공주 옆에다 냅다 걸어주고 싶었는지 ㅎㅎ
둘이 사이좋게 지낼 것 같지 않나요? 비록 나이 차이는 약 1500년 이상 나지만 -_-;;;
무리요의 성 요한과 예수 (Murillo, The Holy Children with a Shell)
조개를 내밀고 있는 아이가 예수, 물을 마시고 있는 아이가 요한입니다.
나도 물 좀 줘-하는 양 빤히 쳐다보고 앉아있는 양까지 셋트로 너무 귀엽죠 ㅎㅎㅎ
무리요의 수태고지 (Murillo, The Annunciation)
무리요의 손만 거치면 누구나 사랑스럽게 다시 태어납니다.
마리아의 얼굴이 무척 청순하고 순수해보이죠. 앞쪽에 놓은 눈처럼 흰 빨래가 그런 분위기를 더해주구요.
윗쪽의 아기천사들도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
무리요의 새를 쥔 예수 (Murillo, The Holy Family with a Little Bird)
역시 성가족입니다. 이번엔 아빠까지 등장하네요.
실을 잣고 있는 엄마나 아빠의 옷차림 등을 보면 매우 평범하고 검소한 가족처럼 보입니다.
다만 아기는 귀티가 줄줄 흐르네요 ㅋㅋ
<26 전시실>
리베라의 성 야곱의 꿈 (Ribera, Jacob's Dream)
리베라는 카라바지오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은 화가입니다.
이 그림에서는 그다지 티가 나지 않지만 빛과 어둠의 대비를 뛰어나게 구사한 작품이 많죠.
창세기의 야곱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이 그림은 은근슬쩍 짜넣은 큰 X자 구도로 안정감을 줍니다.
한창 깊은 잠에 빠진 야곱의 얼굴과 오른쪽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마치 진짜 꿈을 꾸는 것같은 분위기를 냅니다.
빛 속에 아른아른하게 보이는 천사들도 볼거리!
(다음은 드디어 프라도 마지막 ㅠㅠ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 이태리 거장들과 프라도 최고의 충격인 보쉬+브뤼겔의 56 전시실만 올리면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