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돈 ①] 화가의 인기는 작품값에 비례 ?

▲ 작년에 162억원에 팔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차 안에서`(1963).
감정을 붓 가는대로 마음껏 표현한 듯한 ‘추상표현주의’와 싸구려 상업 이미지를 예술의 소재로 쓴 ‘팝아트’. 각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던 이 두 미술그룹이 최근 뉴욕에서 미술경매가 있을 때마다 화제다. 이 두 그룹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엔 소더비 경매에서 추상표현주의 조각가인 데이비드 스미스(1906~1965)의 작품 ‘큐비 28’(1965)이 249억원(2380만 달러·수수료 포함)에 낙찰돼 전후(戰後) 현대미술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 바로 전날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시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마티스를 위한 경의’(1954)가 235억원(2240만달러)에 팔려 기록을 세운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도 화제였다. 만화책 이미지를 크게 확대한 그림으로 유명한 그의 유화 ‘차 안에서’(In the Car·1963)라는 작품을 그의 아들이 내놓았는데, 162억원(1620만달러)에 낙찰돼 리히텐슈타인 자신의 경매가로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밖에 팝아트의 대표주자인 앤디 워홀, 팝아트 정신을 현대미술에 계승하고 있는 미국 작가 제프 쿤스도 상한가를 달린다. 이런 현상은 자국의 현대미술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이 높아지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뉴욕미술계는 분석한다.

이렇듯 경매에서 ‘고가 낙찰’로 화제가 되는 작가들은 자연히 미술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비싼 화가는 곧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미술 경매시장에서는 지난해 박수근(朴壽根·1914~1965)이 화제였는데 그의 작품이 1월에 5억2000만원, 11월에 7억1000만원, 12월에 9억원으로 1년 동안 세 번이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에는 경매시장 덕에 그림 값이 바로 공개되기 때문에 한 작가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그의 작품 가격을 빼놓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작년에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갑자기 33억원에 팔려 화제가 된 마를린 뒤마의 `선생님`.
지난 한 해 미국과 유럽 미술계에서 급격하게 부상한 마를린 뒤마(Marlene Dumas·51)라는 작가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인 그는 고급예술의 사색적 요소와 상업적인 팝 이미지가 함께 들어있는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 세계 미술계에서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2월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를 시작으로 그는 갑자기 서구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유화 ‘선생님’(The teacher·1987)이 갑자기 33억원(330만달러)이라는 높은 가격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인 2003년에 그의 비슷한 유형의 작품이 10분의 1인 3억원(30만달러)에 팔렸는데 이후 경매에 나올 때마다 가격이 두 배, 세 배로 오르더니 마침내 2년 만에 10배로 뛴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경매가 있고 한 달 뒤 뉴욕에서 마를린 뒤마의 개인전이 열리자 신문 한 면을 다 털어서 뒤마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면서 “그의 높은 가격은 바로 요즘 미술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추구하는지 보여준다”고 썼다.

물론 미술계의 톱뉴스가 자꾸 ‘돈’으로 장식되다보니 예술을 ‘돈’과 연관짓는 것을 꺼리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돈’은 화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은 어쩔 수 없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그의 책에서 “그림이 안 팔려서 고통 받는 작가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무슨 수를 써서든 그들의 그림을 팔아 돈 문제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욕 저소득층 동네에서 미술운동을 해온 미국의 현대미술가 팀 롤린스(50)는 “나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느니 개인 컬렉터에게 돈을 받고 싶다. 작가가 독립적이 되기 위해서는 미술시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회사원에게 월급이 필요하듯 화가에게도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중섭과 박수근 식의 ‘가난한 천재화가’는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 소더비가 런던 경매에서 에곤 쉴러의 작품을 파는 모습. 뉴욕 경매와 달리 출품작을 사람이 직접 들고 나와 보여준다.

서양미술사에서는 훌륭한 화가 뒤에는 그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컬렉터와 딜러가 있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꾼 입체주의 화풍으로 20세기 초 서양미술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피카소. 그의 뒤에는 그를 비롯해 당시 파리의 아방가르드 현대미술을 사모으던 거트루드 스타인이라는 컬렉터, 그의 그림을 팔아주던 볼라드라는 딜러가 있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거장 화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도 그들이 그림만 그릴 수 있게 전적으로 밀어주던 교황 줄리어스 2세가 없었더라면 대작을 줄줄이 생산하는 게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특히 현대미술에서 돈은 화가의 가치를 대변하는 척도 중 하나다. 한 작가의 값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에 따라 그 작가에 대한 관심도 변하곤 한다.

현재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주요 컬렉터 중 하나로 찰스 사치(Charles Saatchi·62)라는 영국의 갑부가 있다. 미국 미술이 세계를 장악하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영국의 젊은 실험적 작가들에게 큰돈을 투자해 YBA(Young British Artists)라는 영국 젊은 작가 그룹이 세계미술계의 중심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한편으로는 한 작가의 작품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가 어느 순간 무더기로 되팔아 차익을 챙기기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한 예로 그는 이탈리아 작가 산드로 키아(Sandro Chia)의 작품을 한창 수집하다가 값이 올랐을 때 왕창 되팔아버렸다. 산드로 키아는 그 일이 있었던 1990년 당시 언론이 자기를 가리켜 “사치에게 희생당했다”고 하자 몹시 불쾌해했다. 하지만 키아는 당시 미국 주요 미술잡지인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사치가 내 작품을 팔아버린 것과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작품을 잘 하고 있지만 미술잡지들이 더이상 내 전시 리뷰를 쓰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어느 작가의 작품이 갑자기 비싸지면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값이 떨어지면 관심도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화가와 돈을 어찌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으랴.


이규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kyuh@chosun.com)

-----------------------------------------------------------------------------

역시 주간조선에서 퍼왔습니다.

아무래도 작품이 비싼 값이 팔렸다면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그래도 거래를 통해 생기는 이익이 중간 거래상이 아닌 예술가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모님의 서재에서 덧글을 달다가 문득 작년에 내가 읽은 거의 유일한 한국소설이 바로 이 책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이 책 이외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읽었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이상문학상 수상집에도 박민규씨의 단편 소설이 있다!) 평소의 내 취향과는 달랐지만 무수한 추천글을 보고 망설임없이 집어든 이 책을 나는 출장가는 비행기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꽤나 중요한 미팅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호텔방에서 피곤한 눈을 부릅뜨고 밤 두세시까지 읽어서 끝장을 내버렸다.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삼미 슈퍼스타즈. 이 전설(?)의 팀이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때 우연히도 나는 인천에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연고지 팀이 있다는 사실에 살짝 흥미를 가졌으나 계속해서 하위권을 멤도는 팀 성적에 곧 삼미 슈퍼스타즈를 무시하고 다른 팀을 열렬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인천에 살고 있었지만 주변에서도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삼미에게는 꼴찌팀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따라다녔다. 결코 꽉 차는 일이 없던 삼미의 홈구장이 관객으로 터져나갔을 때에는 바로 너구리 장명부 선수가 활약할 때였다. 그리고는 팀이 다른 회사에 팔리고, 또 팔리고, 그리고 나는 삼미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퍽이나 즐거웠다. 주인공이 기억하고 생생하게 묘사해주는 당시의 프로야구를 때로는 맞아맞아!를 외치며, 때로는 키득키득거리며 꼭 그때 그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야구를 보며 남동생과 꽤나 열을 내서 토론하던 어린시절 나의 모습이 주인공과 그대로 오버랩되었다. 이렇게 생생하게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해 기억하고 그 기억의 상당한 부분을 나와 공유하는 작가가 있다니. 바꿔 생각하면 내 어린시절이 이제 이렇게 소설속의 추억으로 그려질 만큼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건 슬퍼할 부분인가...)

 

어쨌든, 나는 이 소설로 박민규씨라는 작가를 알게되었다. 표지의 그 강렬한(?) 외모와 잘 들어맞는 통통튀는 문체도 마음에 들고, 소설의 흐름이 워낙 좋아서 술술 읽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나의 특별한 추억과 맞물려서 이 책 읽기가 더욱 즐거웠던건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았어도 내가 소설에서 추구하는 많은 것을 만족시켜주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희미하게나마 프로야구 원년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르크 레비의 '천국 같은'을 읽고 있어요. 하이드님이셨던가..한번 제목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정말 천국 같은이라는 제목은 어디서 나온건지 모르겠어요. 영화제목에서 따온건가요.. 어쨌든, 이 책 참 귀엽네요. 1/3 약간 넘게 읽었는데 마구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가끔 Geary st. 등등 낯익은 지명이 마구 등장해주는 바람에 신나게 읽고 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원작이 불어인 것 같은데 어떻게 배경이 샌프란시스코인 것이지요? 파리였어도 충분히 로맨틱했을 것 같은데..^^;;;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영어식 이름이던데 번역하면서 현지화된건가요? 아니면 불어로 된 작품이지만 원래부터 배경도 미국이고 이름도 영어식으로 쓰여진건가요?

(매우 쓸데없는 것을 궁금해하는 -_-;;)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06-01-1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경은 미국이었어요. 마르크 레비의 책 3권 읽어봤는데, 배경이 미국과 유럽을 오가더군요. 최근에 나온 ;;;; 제목 까먹었어요. 는 영국의 마벨아치 지역에 주인공 여자의 겔러리가 있어서 그 지역과 영국의 다른 지명들이 자세히 디테일하게 나와요. 잘은 몰라도, 여주인공이 커피마시는 커피숍도 찾아보면 있을듯. ^^ 해요. 제일 맘에 들었던 소설은 ' 너 어디 있니?' 인데, 정말 최고에요. 두고두고 생각나는 따뜻하고 아름답고 예상을 깨는 소설이지요. 책 제목 '천국같은'은 영화에서 따온거구요.( 맘에 안들어요. 흥) 닉혼비의 '피버피치'는 미국현지화해서 영화로 만들었었잖아요? 것도 맘에 안 들어요. 투덜투덜.
암튼, 마르크 레비의 소설중 ' 너 어디 있니' 강력추천입니다. ^^

Kitty 2006-01-12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렇군요. 너무 자세하게 거리 묘사가 나와서 어떻게 된건가 어리둥절했습니다. 너 어디 있니는 바로 보관함으로 직행입니다. 히히
하이드님도 닉 혼비 좋아하시나요. 저도 어바웃 어 보이 보고 재미있어서 한 두개 구해서 읽었답니다. 몇달전에 닉 혼비 새 책 나왔던데 그것도 궁금해요 ^^
 



(사진이 지저분하게 나온 -_-;; 원래는 더 먹음직스러워요;;)

왠지 오늘은 너무너무 밥하기가 싫어서 집에 오는 길에 타코를 테이크 아웃해서 왔어요. 주변에 멕시칸 레스토랑이 많지만 간단하게 타코나 브리토를 먹고 싶을 때는 chipotle라는 체인점에 갑니다.

손바닥만한 소프트 타코 쉘에 스테이크/치킨 등 고기를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야채, 치즈를 얹은 후 살사 소스를 듬뿍 뿌려줘요. 전 살사 소스라는게 케찹처럼 특정한 소스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살사 소스에도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더군요. 각각 이름이 따로 있고 맵기도 다 다르더라구요. 전 이름을 잘 몰라서 빨간거로 뿌려줘, 파란걸로 뿌려줘 등 단순하게 나갑니다만 ^^;;; 오늘은 토마토를 잘게 썰어넣은 살사와 옥수수+실란트로 소스 2가지를 뿌렸습니다. 하나만 먹어도 배부른 타코 3개에 5불정도 하니까 친구랑 가면 나눠먹기도 하죠. 그치만 오늘은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혼자서 3개 다 먹고 배뚜들기고 있습니다. 저녁때 이렇게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erryticket 2006-01-1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먹고 싶어요..
저희 집 식구들이 멕시칸 음식을 안좋아 해서, 먹으러 갈 수도 없어요..혼자 가긴 뭣하고..

Kitty 2006-01-1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저도 멕시칸 음식 매우 좋아해요!!!
멕시칸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입에 안 맞아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실비 2006-01-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늦은밤에 배고파요.ㅠ

Kitty 2006-01-12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앗 늦은밤에 뭐 드시면 아니되옵니다;;;
 

눈 빠지게 기다리던 책이 드디어 왔습니다!!

딱 열흘 걸렸네요 -_-;;

받자마자 달려라 아비는 누가 빌려가고 4권만 집에 들고왔습니다.

오호호호호 넘 좋아요. 아까와서 쫙 펴지도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___^;;;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6-01-1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

미미달 2006-01-1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 재미있어요. ^ ^

Kitty 2006-01-12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

미미달님/ 네 그러게요. 평이 좋아서 저도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