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몇 년 전부터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놀러온다고 일어공부를 했었는데
미국으로 가면서 영어로 갈아타신 것 ㅡㅡ;;;
나이가 있으셔서 어차피 젊은 애들처럼 금방 외우고 써먹고 하기는 어려울 터,
그냥 소일거리, 취미로 배우시는 거니 그러려니 했다.
1주일에 2~3번씩 근처 시청에서 하는 영어강좌도 다니고
아줌마들끼리 하는 영어회화 스터디도 다니고 그러기를 어언 4~5년.
이제는 통역(?) 자원봉사 일까지 어디서 물어와서 다니신다;;
물론 구경하러 가보았더니 말만 통역이고 외국인은 없었지만 ㅎㅎ
아침에 일어나면 EBS 영어강좌 틀어놓고, 저녁 때도 단어 외우느라 열공.
심지어 나보고 자꾸 집에서 영어로 대화하자고 그래서 짜증이 ㅋㅋㅋ
(영어쓰기 지겨워서 한국 왔는데 집에서 왠 영어;;;;)
거기다가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 영어마을(?) 이런 프로그램도 신청해서 다녀오셨는데
몇박 며칠 영어만 쓰다 왔다나...
공항에서 외국인이랑 얘기도 하고, 영어로 식당에서 주문도 하고...아주 신이 나셨다.
얼마 전에는 해석이 안된다고 무슨 책을 가져와서 물어보시는데 마지막 잎새...;;;
마지막 잎새는 나도 해석이 잘 안된다고! ㅋㅋㅋ
오늘은 어린왕자를 영문판/한글판 나란히 놓고 독해 중인 엄마를 발견...
헉...! 엄마 무슨 과거 준비해?
그러고 보면 예전에 엄마랑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
당연히 내가 일정을 짜고, 호텔 잡고, 안내를 했는데 엄마가 나를 참 부러워했다.
넌 말이 통하니 혼자서 어디라도 갈 수 있어서 참 좋겠다.
기차에서 외국 애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라도 할라치면
무슨 말이니? 엄청 궁금해하시고 한두 마디 가르쳐 드리면 열심히 말 걸어보고...
지금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시는 걸 보면
엄마도 그 옛날에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서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어쩌면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_-;;)
나는 부모님 덕에 대학은 자동으로 가는 줄 알았고,
여기저기 다른 나라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하고, 참 편하게 살았다.
그래도 어디 가서 딱히 머리 나쁘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는 건 엄마 덕분인데
(애들 머리는 엄마를 닮는다니까;;)
맨날 엄마 돋보기 쓰고 찡그리며 단어 외우면 뭐 먹고살일 났냐고 핀잔만 주지 말고
다음에 같이 여행가면 입국심사할 때 한 마디도 하지 말고 엄마 영어 시켜야지 ㅋㅋㅋ
엄마의 영어공부를 응원하며 나는 오늘도 영어학습서를 지른다. 엄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