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 상황은 끔찍하고 처절한데 주인공은 시종일관 무표정하다. 유럽만화를 보면 만화라기보다는 회화에 가깝다는 느낌과 함께 '이 나라는 만화 한컷 한컷을 이렇게 공들여 시간들여 그려도 만화가가 먹고 살 수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만화가 지망생 딸내미를 둔 엄마는 별 생각을 다한다 ㅡ.ㅡ;

책소개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유럽 예술 만화. 유럽 최고의 색채 화가, 루스탈의 작품으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뛰어난 영상미를 구사하고 있다. 영화적인 요소인 필름 느와르의 형식과 멜로 드라마의 스토리 방식으로 이뤄진 이 만화는 무엇보다도 세련된 화면 분할과 색채 감각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힐 듯하다.

이 작품에서 당신은 인간성, 그 원초적 욕구들이 시각화된 색채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것은 야수파, 멕시코 벽화 미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창녀였던 한 백인 여성이 감옥에서 출감하면서 강탈 당했던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 하나 현실의 냉혹함, 비열함에 또다시 좌절한다는 비극을 그린 이 만화는 매우 담담하면서도 냉소적인 어조를 띠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여자는 무엇으로 복수하는가? 시드니 셀던 식의 여주인공들은 미모와 두뇌, 재능으로 복수를 시도하지만, 이 작품에는 직접적이고 강인한 의지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작품은 영화적인 요소인 필름 느와르의 형식과 멜로 드라마의 스토리 방식으로 이뤄진 만화다. 하지만 폭력을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필름 느와르의 형식이주로 보여주는 전형에서는 벗어난 작품이기도 하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삶과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하드 보일드하게 그려낸 여성 특유의 감수성은 두 장르가 지닌 통속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인 루스탈은 주인공 소냐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간신히 뿌리 내린 인간 존재의 의미를 과장 없는 냉담한 어법으로 전하고 있다. 뉴욕의 백인 창녀인 소냐는 신은 존재하지 않으나 마피아는 현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주인공이다. 돈과 폭력 그리고 섹스라는 신 삼위일체는 그녀가 삶을 강탈당하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게 된다. 돈은 절대적인 가치의 척도이며 폭력은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방식이다. 섹스는 이 두 가지를 중개하기도 하고 단절시키기도 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그녀를 에워싼 세상과 법과 정의는 비극적으로 부재중이며, 안주할 가정과 여성으로서의 삶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정당한 여성으로서의 존재, 불분명한 성정체성은 그녀가 남자옷을 입도록 만들고 무장강도라는 일탈을 유도하게 만든다. 아이러니는 소냐를 감싸주는 유일한 가족은 감옥 안에서 호의와 자매애로 맞아주는 온갖 피부색의 여인들뿐이라는 사실이다. 남성들의 폭력에 대한 직설적인 대응 방식과 인종과 성을 넘어선 인간애와 자매애를 그린 이 작품의 역설은 현대 미국사회, 나아가서는 현대 인류사회의 비극을 암시한다.

야수파, 데이비드 호크니, 데니스 호퍼, 멕시코 벽화미술이라는 키워드를 붙이기에 손색없는 이 작품의 작가, 루스탈은 이미 유럽 최고의 색채화가로서 호평받고 있다. 굵은 선과 강렬한 색조의 사용은 야수파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그리고 멕시코 벽화미술을 생각나게 한다. 아울러 건조한 도시와 고독한 인간군상, 비열한 세상의 모습을 담은 구도와 성향은 미국 현대 회화사에서 이정표를 남긴 데니스 호퍼의 연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인간성에 대한 상념을 전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침묵과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들을 색채로 전달함으로서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평면적이지만 실사보다 강력한 화면의 구성으로 인하여 격렬한 긴장과 충동을 나타내는 이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인 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작품의 스토리 구성과 인물들의 동선, 그리고 교대로 나타나는 롱쇼트와 클로즈업 같은 기법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도회적 배경을 전달하기에 적합한 구도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 보드를 연상시키는 이 같은 서술적 구조는 루스탈의 표현주의적 감각과 만나 소설적인 뉘앙스마저 안겨주고 있다.

[예스24 제공] 

 

 

 



 

 

 

 

 

 

 

 

 

 

 

 

 

 

 

 

 본문 중 한 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판된 책을 운빈현님이 구해 주셨는데 오늘 다 읽었다.

지금 보면 다 고개를 끄덕끄덕, 공감하게 되는 이론인데 처음 나올 당시에는 반대하는 과학자들의 집중공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에 대한 재반론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구는 무생물이 아니다. 지구 자체가 넓은 의미의 '생명'의 정의에 꼭 들어맞은 초유기체('가이아'라고 이름 붙인다)인 것이다. 즉, 지구는 '경계를 가진 체계로서 에너지와 물질의 출입이 가능하고 외부조건의 변화와 관계없이 내부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가진' 생명체이다. 지구의 모든 생물은 나름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있는 조건을 항상 유지하도록 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기의 성분을 조절하고, 온도를 적정하게 조절한다. 이에 대한 증거는 무수히 많다. 지구는 저절로 지금처럼 생명이 살기 적합한 조건을 갖춘 것이 아니다. 

지금 지구는 열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같다. 몇백년 동안 인간들은 온실효과를 배가시키는 각종 기체를 대기중에 발산해 왔다. 그것의 결과가 파국일지 아닐지는 아직 모른다. 인간이 지구에 대해, 가이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표면적인 몇몇 현상에 불과하다. 인간이 '지구의 관리자'가 되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건 너무나 골치 아픈, 어찌보면 불가능한 일이거든. 지금까지 하던대로 가이아가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자. 그리고 인간은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금보다는 더 조심조심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5-04-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이 이론이 각종 SF소설과 만화에 무진장 차용되고 있는거군요..^^

깍두기 2005-04-0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읽으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처음 이론이 나올 때는 반론이 만만찮았던 모양이어요. 아니면 지구가 생명체라는 생각이 이 책에서는 단순 비유가 아닌 까닭에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것인지.....
 



보면서 신파라고 생각했다. 이건 뻔한 신파야. 거기다 내가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남자들의 세계. 미련한 사람들. 태식과 상환. 참, 어떻게 이렇게 요령없이 살 수가 있나들.

그들의 처절한 삶을 보니 계속 한쪽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짜증이 치밀어 올라왔다. 왜들 저렇게 살어. 적당히 숙이고 적당히 실실거리고 비위 맞춰가며 살 일이지. 부러질 순 있어도 흔들릴 순 없다는 거야 뭐야. 차라리 태식의 사기꾼 친구(임원희 분)의 삶이 더 보기가 나았다. 태식, 아무리 망했어도 그렇지 인간 샌드백이 뭐냐고. 차라리 심부름 센터에 취직해서 남의 빚 받아주는 해결사라도 하는 것이 나을 터인데.(난 아마 쫌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나쁜 길로 빠질 것이다ㅡ.ㅡ;)

정말이지 미련하고 무식하고(아들의 참여수업에 일일교사로 한 발언을 들어보면 기가 찰 노릇) 큰소리만 빵빵치는 태식의 삶(태식의 표현을 빌면 '')도 화가 났고 아무데나 대가리를 들이받는 상환의 모습도 기가 찼다. 저렇게 지 성질을 못 이겨서 어떻게 살아갈래.

그러면서도 계속 마음이 아려왔다. 그리고 결국 태식과 상환의 마지막 대결, 그 길고도 긴 6라운드를 보면서는 눈물 콧물을 다 쥐어짜고 있었으니.....아마 난 그 둘을 동정하고 가슴아파해서라기 보다는 "어떤 이에게는 삶이 저렇게도 피투성이일 수도 있다는" 그 일반적인 사실에 대해 슬퍼했던 것 같다. 내가 저렇게 힘들게 살아 옛생각이 떠올랐던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사실 자체가 좀 서러웠던 거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도, 할머니가 쓰러졌어도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욕하고 화내기만 하는 상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슬플 때 맘껏 붙잡고 울 상대만 있었어도 상환이는 저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과연 상환이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그제서야 욕 섞지 않고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울 수 있게 된다. 태식도 마찬가지, 이 세상 고뇌는 자기가 다 짊어진 것 같았던 그도 경기가 끝나자 모든 것을 긍정하는 웃음을 웃는다. 둘에게 이 경기는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기를 긍정하는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삶은.....이제 좀 바뀌겠지. 내가 아까 말한 '요령'이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태식의 말대로 '인생에는 말로는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니까.

주, 조연의 연기 모두 훌륭하고 적재적소에서 딱 맞는 사람들이 심금을 울려주었으나 막상 내가 기대했던 최민식은.....내가 너무 기대를 해서인가? 그리고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선지 몸이 좀 덜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다. 둘이 그라운드에 올라가서 붙는데, 상환 63 킬로그램, 태식 63.5 킬로그램 하는 대목에서 허걱! 소리가 나왔다. 둘이 10키로는 차이가 나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과잉, 그것은 배우 때문인지 원래 극의 의도가 그런 것인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urblue 2005-04-0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 저도 어제 이 영화보고 오늘 페이퍼 쓸 생각이었는데..음.. ^^

깍두기 2005-04-0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쓰세요, 궁금해요^^

moonnight 2005-04-0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물 콧물 다 짜면서 봤답니다. 힘든 영화에요. 훌쩍 ㅠㅠ
 



일단 나는 이정진의 가슴팍과 엉덩이를 보았으니 그걸로 됐구(남편 손잡고 영화 봐놓고 이런 말을 하다니 난 정말 가증스러워!), 영화 내용도 대충은 만족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웃을 수 있었다. 내가 귀여워하는 이문식이 나와서 온몸으로 웃겨주셨으며(심지어 똥폭탄까지 맞는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 연기력 입신의 경지에 오른 할머니들이 각각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여 한몫 하셨고, 이정진은 조금만 더 망가졌어도 좋았겠지만 그 정도면 되었다. 몸뻬 입어도 섹시하니 다 용서가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과연 나는 160억원짜리 당첨복권을 갖고 줄행랑을 놓다가 멍청하게 그걸 갈매기밥으로 빼앗겨버린 가시내를 용서할 수 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너무도 마음씨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약간은 휴먼드라마틱하게 가버린 것이 좀 아쉽긴 했으나 안 그러면 또 무슨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의 그 담배 한대로 약간의 껄적지근한 마음은 다 하늘로 날려 보낼 수 있다. 인생은 요지경이여~~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픽팍 2005-03-3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 영화 김수미쌤 때문에 보려고 했는데
김수미쌤 웃겨요??

깍두기 2005-03-3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무섭고 웃겨요^^

하루(春) 2005-03-3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 정말 웃겨요. 하하하

깍두기 2005-03-3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가 주책이죠? ㅎㅎ

마태우스 2005-03-3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볼거예요. 깍두기님과 제가 코드가 맞으니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근데 갈매기는...스포일러!!

sooninara 2005-03-3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어여^^ 전 일부러 내용 안썼는데...
이정진 엉덩이가 보였던가요? 난 아무것도 못봤어요..눈 가리고 봐서리..ㅋㅋ
(언니 번개때 백년초 잊지마세요??)

깍두기 2005-03-3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그렇군요. 경고 표시를 하죠^^
수니, 시치미 떼기는....^^(백년초 백년초........외고 있는데 막상 그날 어떨지 몰라)

깍두기 2005-03-3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너무 노골적이었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런 게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겁니까? 아주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태연한 듯이 사실과 섞어서 얘기하는군요. 그게 아주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은 연인이 선물한 분홍색 장미를 꼭 껴안고 가시에 찔려 피를 흘려서 그걸 빨간 장미로 만든 후, 그 장미잎으로 요리를 만듭니다. 그 요리는 한 여자의 감정을 폭발시켜 그녀는 자기의 열기로 목욕통을 불태우고(비유가 아니고 진짜로 말입니다) 발가벗고 들판으로 나가 한 남자를 만나 말을 달리며 사랑을 나눈 후(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창녀가 되었다가 혁명군 장교가 되었다가. 이런 얘기를 별다른 수식도 변명도 없이 어제 옆집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얘기합니다.

한두번이 아니고요, 시도때도 없이 그런다니까요. 주인공 티타가 태어날 때 흘린 눈물이 마른 후 말라붙은 소금을 쓸어모았더니 5kg 푸대자루로 한가득이었다, 티타가 결혼준비를 하면서 뜨게질로 뜨기 시작한 담요가 20년 후에 3헥타르나 되는 농장전체를 한바퀴 두르고도 남았다, 성냥을 먹고 뜨거웠던 추억으로 성냥에 불을 붙여 불타 죽었다, 언니와 결혼한 자기의 연인 페드로의 아이가 태어나자 처녀인 티타의 가슴에서 젖이 흘러넘쳤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리얼한 감정묘사 중간중간에 태연자약하게 등장합니다.

제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요, 이런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사실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너무도 적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늙은 엄마의 노후를 보살피기 위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아야하는 막내로 태어나면 누구라도 5kg이 아니라 5톤은 되는 짠 눈물을 쏟아내고 싶을 것이며, 열몇살 때 부푼 가슴을 안고 혼수를 마련하고자 시작한 뜨게질로 2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기다림을 표현하자면 3헥타르가 아니라 지구를 한바퀴 두르고도 남을 것이고,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아이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처녀의 가슴에서 젖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생산할 수 있지 않겠는가요. 리얼리즘이란 이런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2. 진정한 에로틱이란 이런 것입니다. 

페드로의 눈길이 티타의 가슴에 머무를 때까지 두 사람은 황홀경에 빠진 채 서로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티타는 맷돌질을 멈추고는 페드로가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꼿꼿하게 세워서 자랑스럽게 가슴을 펼쳤다. 이 뜨거운 탐색전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바뀌었다. 옷을 뚫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나눈 후로는 모든 게 전과 같지 않았다. 티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불 같은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페드로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서도 티타의 가슴을 순수한 소녀의 가슴에서 관능적인 여인의 가슴으로 바꿔 놓았던 것이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에로틱이라니, 너무나 높은 경지 아닌가요? 읽다보면 정말 '섹시하다'고 느끼게 되는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표현도 없이 말이죠.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이야기의 처음부터 여러가지 음식에 대한 얘기로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고, 그런 것들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음식과 섹스'라니, 남들은 그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난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여겼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더군요. 난 몰랐지 뭡니까.

3. 근데 참 이 간악하게도 현실적인 아줌마는 이렇게 불타듯 뜨거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티타의 인생의 나중에 등장하여 그녀를 구원하여 주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며 모든 것을 알고도 이해하고 청혼하는 존이란 의사선생님을 보며 "티타, 존이 더 나아. 페드로랑 맺어져봤자 고생길이야. 존을 선택해!"라고 부르짖고 있었으니.....


댓글(7)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5-03-3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에 읽기 좋은 에로틱한 리뷰군요.
추천하고 가요.^^

깍두기 2005-03-3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야하게 썼나요?^^ 고맙습니다요.

플레져 2005-03-3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드로 같은 남자, 딱 질색...! 그래도 사랑에 눈이 먼 자에게 그런게 보일리 없겠죠... 에스페란사, 한동안 그 이름을 잠시 잊었네요. 깍두기님이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우 같아요. 멋진 리뷰여요. 추천!

깍두기 2005-03-3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플레져님! 페드로는 대체 뭐냐고요!! 그렇게 사랑하면 데리고 도망이라고 갈 것이지 바보냐고요. 그리고 언니랑 결혼했으면 언니랑 잘 살 일이지 마음은 여따 두고 몸은 거기다 두고, 사람이 비열해! 난 존, 무조건 존이라고!!^^

sooninara 2005-03-3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책은 안보고 영화로 봤었는데..영화에서도 죽이게 불타올랐죠^^
그눈빛...안어벙보다 뜨거웠어요

밀키웨이 2005-04-2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왜이리 안 읽어진답니까?
그런데 깍두기님 리뷰를 보고나니 갑자기 동합니다.
왜?
야하니까 ^^;;;;;;

깍두기 2005-04-2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ㅎㅎㅎ
이래 댓글에서 님 모습 보니 너무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