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신파라고 생각했다. 이건 뻔한 신파야. 거기다 내가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남자들의 세계. 미련한 사람들. 태식과 상환. 참, 어떻게 이렇게 요령없이 살 수가 있나들.

그들의 처절한 삶을 보니 계속 한쪽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짜증이 치밀어 올라왔다. 왜들 저렇게 살어. 적당히 숙이고 적당히 실실거리고 비위 맞춰가며 살 일이지. 부러질 순 있어도 흔들릴 순 없다는 거야 뭐야. 차라리 태식의 사기꾼 친구(임원희 분)의 삶이 더 보기가 나았다. 태식, 아무리 망했어도 그렇지 인간 샌드백이 뭐냐고. 차라리 심부름 센터에 취직해서 남의 빚 받아주는 해결사라도 하는 것이 나을 터인데.(난 아마 쫌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나쁜 길로 빠질 것이다ㅡ.ㅡ;)

정말이지 미련하고 무식하고(아들의 참여수업에 일일교사로 한 발언을 들어보면 기가 찰 노릇) 큰소리만 빵빵치는 태식의 삶(태식의 표현을 빌면 '')도 화가 났고 아무데나 대가리를 들이받는 상환의 모습도 기가 찼다. 저렇게 지 성질을 못 이겨서 어떻게 살아갈래.

그러면서도 계속 마음이 아려왔다. 그리고 결국 태식과 상환의 마지막 대결, 그 길고도 긴 6라운드를 보면서는 눈물 콧물을 다 쥐어짜고 있었으니.....아마 난 그 둘을 동정하고 가슴아파해서라기 보다는 "어떤 이에게는 삶이 저렇게도 피투성이일 수도 있다는" 그 일반적인 사실에 대해 슬퍼했던 것 같다. 내가 저렇게 힘들게 살아 옛생각이 떠올랐던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사실 자체가 좀 서러웠던 거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도, 할머니가 쓰러졌어도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욕하고 화내기만 하는 상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슬플 때 맘껏 붙잡고 울 상대만 있었어도 상환이는 저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과연 상환이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그제서야 욕 섞지 않고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울 수 있게 된다. 태식도 마찬가지, 이 세상 고뇌는 자기가 다 짊어진 것 같았던 그도 경기가 끝나자 모든 것을 긍정하는 웃음을 웃는다. 둘에게 이 경기는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기를 긍정하는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삶은.....이제 좀 바뀌겠지. 내가 아까 말한 '요령'이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태식의 말대로 '인생에는 말로는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니까.

주, 조연의 연기 모두 훌륭하고 적재적소에서 딱 맞는 사람들이 심금을 울려주었으나 막상 내가 기대했던 최민식은.....내가 너무 기대를 해서인가? 그리고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선지 몸이 좀 덜 만들어진 느낌이 들었다. 둘이 그라운드에 올라가서 붙는데, 상환 63 킬로그램, 태식 63.5 킬로그램 하는 대목에서 허걱! 소리가 나왔다. 둘이 10키로는 차이가 나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과잉, 그것은 배우 때문인지 원래 극의 의도가 그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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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4-0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 저도 어제 이 영화보고 오늘 페이퍼 쓸 생각이었는데..음.. ^^

깍두기 2005-04-0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쓰세요, 궁금해요^^

moonnight 2005-04-0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물 콧물 다 짜면서 봤답니다. 힘든 영화에요. 훌쩍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