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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공감은 이해에서 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책은 이해를 하게 해 준다. 나에 대해서, 또 타인에 대해서.
저자의 시선에 대해 딱 하나 공감할 수 없는 부분.
지나친 프로이트적 해석.
이건 그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살면서 내 내면에서 그런 면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든가, 거세공포라든가, 남근 선망 같은 개념들이
나에게는 참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내가 정신분석을 차근차근 받으면 무의식에 저장된 어린 시절의 기억이 기어나올지도 모르겠고
그럼 저런 개념들이 이해가 갈 지도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이 책에 있는 사례들은 특수하거나 이상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주변의 사람들, 그냥 스치듯 만나는 사람들에게서조차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뭐라고 찝어 말할 순 없지만
하여간 뭔가 있다는 걸 냄새 맡고는 한다.
이 책의 사례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어떤 것은 나의 문제고, 어떤 것은 내 아이들이 커서 겪을 문제고
또 어떤 것은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문제다.
상담을 의뢰한 사람들의 글에 대답하는 저자의 답변은
내 얕은 소견으로는 꽤 예리하게 여겨진다.
나르시시즘적 성격 뿐 아니라 권위에 복종하기 어려워하는 마음, 일대일 관계에 고착하기, 세 사람 이상의 관계를 불편해하는 마음 등은 오이디푸스 단계를 자연스럽게 이행하지 못한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 이 대목에서 뜨끔했던 이유는? ㅎㅎ 그건 내가 바로 그렇기 때문인데, 그것이 오이디푸스 단계를 자연스럽게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니 그럼 난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일방적 희생과 잔소리로 살아가는 엄마에게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 자식에게 무관심하면서도 강압적이었을 아버지에 대한 분노, 좌절된 감정을 보살펴본 적 없이 죽 그렇게만 살아왔을 날들......
====> 이건 내가 아는 누군가의 삶인데, 아, 그래서 그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나 보다. 이해가 되니 공감이 간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 이해를 통한 공감, 공감을 넘어선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고 자신의 문제를 보게 해 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긴 하는데........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책을 읽고 자기 문제를 실감하며 떨쳐 일어날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거다.
아니,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자기 문제를 인식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주는 역할로 자신의 사명을 다한 거라고 본다. 책이 하는 일은 원래 거기까지.
책을 읽고, 자기 문제를 느끼고, 그 문제가 자기 삶의 장애가 된다고 생각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심리상담을 받거나
이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종교단체에서 하는 수련에 참가하거나
어쨌든 자신을 바로 보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박차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변한다.
책을 읽는 건, 그냥, 그렇구나 하는 거다.
저자가 맨 마지막에 강조한 것.
天福을 기억하고(Follow your bliss) 공동체에 회향하기.
천복을 기억하라 - 모든 인간에게는 불성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는 하느님을 닮은 자가 있다.
공동체에 회향하라 - 무주상보시. 잘 쓰이는 사람 되기.
自利利他. 이타행은 결국은 자신을 위한 최고최선의 행위. 개인의 내면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마음 공부가 결국은 어떻게 잘 쓰이는 사람이 될 것인가, 에 대한 궁리로 환원된다는 사실의 신비함.
신비할 것도 없다. 남을 위하는 행위로 우리는 우리가 홀로가 아니라는 것, 연대감, 연기의 그물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