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하여 집에 가보니 큰애만 있고 작은애가 없다.

"야, 소현 어디 갔냐?"

"만화책방에 만화 본다고 갔는데?"

우리 동네 대여점은 만화를 거기서 보면 200원을 받는다. 100원이 아쉬운 아이들은 거기서 서서 잘 보고 온다.
그런데 늦는 것도 정도가 있지 엄마가 퇴근하고 밥 차리고 한참 되었는데 소식이 없다.
대여점에 전화를 했다.

"혹시 우리 소현이 거기 있나요?"(우리집 애들은 만화방의 단골손님이다. 그 만화방에는 해송이의 작품도 걸려있다)

"네, 만화 보고 있는데"

"지금 좀 보내 주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큰년이 지나가는 말투로 쓰윽 얘기를 꺼낸다.

"엄마, 걔 내가 나갔다 오래서 나간 거야"

"왜 나가라 그랬는데?"

"어, 19세 만화 인터넷으로 볼려구" (천연덕, 천연덕,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야, 야한 만화 볼려구 동생을 쫓아냈단 말이니?"

"그럼 어떡해. 걔는 그런거 보면 안되잖아"

"너는 되구?"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요즘 그런거 안보는 애들이 있는 줄 알아?"

 

불행 : 19금 만화를 보려고 동생을 쫓아내는 딸년이 과연 정상적인 그 또래의 중학생일까????

불행 중 다행 : 그나마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에게 얘기하는 걸 보니 딸애는 엄마와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게 아닐까?(희망사항, 희망사항, 희망사항)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해송이는 BL물(남자들끼리의 연애물) 애독자였다. 어제는 레즈비언 이야기가 나오는 무슨 유명한 만화를 만화가게 아줌마가 줬다며 나에게 자랑을 한다. 걔가 BL물을 보고 있을 때 내가 한 말.

"너, 거기 꽃미남이 떼거지로 나오니까 그 맛에 보는 거지?"

"히히. 어떻게 알았어?"

니 속이야 뻔하지 뭘. 사실은 나도 그렇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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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1-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오이물..매니아가 되면.....허걱....안되는데...안되는데...안되는데....

sooninara 2006-11-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이야기하면 정말 좋은 딸이죠?
고등학생때 뭔지도 모르고 수업시간에도 숨어서 봤던 할리퀸로맨스책도..
제 성장에 어떤 문제도 안일으킨거 보면 나쁜거 본다고 나쁜짓 하는것은 아닌가봐요.호호
소현이는 무슨 만화 읽고 왔으려나? 이 페이퍼 보니 만화책 보고 싶당..

엔리꼬 2006-11-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을 얼핏 보고 '흐뭇한'인지 알았는데 내용을 보고 다시 보니 '므흣한'이군요.. 정말 므흣하네요.. 그래도 부모자식간 흉금없이 터놓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네요.. 깍두기님 슬하에서 크는 자녀들이 과연 올바르게 안클 수 있을까요? ㅎㅎ

물만두 2006-11-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명하게 잘 보리라 생각됩니다^^

blowup 2006-11-2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난처함이 보여요. 막으면 안 털어놓을 테고. 두고 보자니 속이 타고.
결론은 늘 '그래도 보고 아는 게 낫겠다'로 날 것 같지만. ㅋㅋ

urblue 2006-11-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19세 만화 볼 수 있는데 좀 알려달라고 해송이한테 물으면 안될까요? =3=3

moonnight 2006-11-2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해송이 너무 이쁜걸요. ^^ 엄마에게 감추는 거 없이 솔직할 수 있다는게 딸에게 참 커다란 복이란 거, 이쁜 두 따님들도 잘 알고 있을 거에요. 저도 깍두기님 딸하고 싶어욧. >.< (죄송;;)

아영엄마 2006-11-2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이야기도 서로 할 수 있는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죠. (음냐.. 그러고 보니 나도 서림님처럼 제목을 흐뭇한...으로 읽었네..-.-;)

마냐 2006-11-2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저도 블루님과 같은 질문...
그리고 흉금없는 모녀가 되는 법....강의라도 언제...

sweetrain 2006-11-2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중학생때 늘 므흣한 소설을 써대서 부모님을 걱정시켰죠. ㅋㅋㅋ

날개 2006-11-22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할 수 있다는건 마음에 걸리는게 없다는 얘긴데.. 참 좋아보여요~^^

조선인 2006-11-2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대원씨아이 도서목록을 보다가 boy's love가 별도 카테고리로 되어 있는 걸 보고 뒤집어졌더랬는데... ^^;;

깍두기 2006-11-2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안될 건 또 뭐랍니까. 저는 권장은 안해도 묵인은 한답니다^^
님의 안되는데 안되는데.....가 자꾸 되는데 되는데...로 메아리쳐 들림은....^^

수니님, 할리퀸, 저도 몇권 봤죠. 스토리가 다 비슷해서 금방 질리던걸요. 고등학교 때 그 책 교과서 안에 넣고 공부시간에 보던 녀석들 많았는데....지금 다 잘 살고 있겠죠^^

서림님, 흐뭇한 스토리도 조속히 만들어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만두님, 네, 저도 그렇게 믿어요^^

나무님, 별로 막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가 애한테 한 얘기도 "엄마가 돈 주고 사보라고 할 순 없지만 니돈으로 니가 보고 싶은 만화 보는 거 막지는 않겠다" 거든요. 그러니까 애도 안심하고 저한테 얘기하는 거겠죠^^

블루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ㅎㅎㅎ

달밤님, 많이 죄송해 하셔욧! 딸이라니! 동생이면 몰라도!!!

아영엄마님, 그런 사이가 되려고 제가 노력합니다. 다른 쪽으론 하나도 좋은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마냐님, 님마저.....ㅠ.ㅠ

단비양, 조숙하셨군요^^;;;

날개님, 괜히 숨기고 그러면 제가 마음이 불안할 텐데, 그러지 않아서 안심되긴 해요.

조선인님, ㅎㅎㅎ 그렇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일가를 이루고 있는 거네요^^

진/우맘 2006-11-2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흉금을 터놓는다는 긍정적인 쪽에 강하게 힘을 실어드립죠.^^

깍두기 2006-11-2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수다^^

이리스 2006-11-2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오이 좋아하는 것은 무어 크게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ㅋㅋ

깍두기 2006-11-23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별로 걱정 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