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 콩이야 - 맛있는 콩 이야기 ㅣ 어린이 들살림 7
도토리 기획, 정지윤 그림 / 보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곱 살, 여섯 살 우리 아들들에게 내가 집안일 시키는 것은 아직은 많지 않지만 슈퍼에서 사온 강낭콩 콩깍지를 까라고 하면 둘다 고함 지르며 좋아서 달려 든다.
작년부터 같이 해 보았는데, 우리 셋이 하면서 알록달록한 강낭콩 모양들도 서로 비교해 보고 순식간에 모여들어 콩깍지를 같이 까 보는 것 자체가 놀이 같았다. 이렇게 함께 깐 후 낯익은 콩 들어간 밥을 떠 주면 또 잘 먹는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가끔 강낭콩을 사 온다. 냉동실에 검은 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콩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리 출판사는 세밀화로 유명한 출판사여서 늘 믿음이 가는데 이 책 또한 세심하고 사실적으로 여러 가지 콩에 대한 그림들이 앞 뒤로 곁들여져 아이들이 신기해 하고 좋아 하였다.
내용은 시골 할머니한테 놀러 온 들쥐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문체가 구어체라 더 쉽게 느껴지고 쉽게 읽힌다.
"산 좋고 물 맑은 시골에 콩 할머니가 살았어.
째재불 째재불 말 많은 들쥐도 살았어."
들쥐는, 한시도 쉬지 않고 일 하시면서도 인정 많고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인자한 할머니에게 와서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사계절이 차례차례 나오며 그 사계절 따라 콩 이야기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참 좋았다. 콩 심고, 콩밭 매고 순지르고 콩대 묶고 풋콩 까는 할머니. 우리네 할머니 우리네 어머니처럼 동화 속의 할머니는 집안일 밭일에 능숙하고 성실하다.
가을이 되어 할머니는 콩 꺾느라 바쁜데 조금 거들라는 할머니 말에 콩알 물고 후닥닥 달아나는 들쥐의 모습이 난 참 재미있었다. 들쥐는 철부지 손자처럼 할머니랑 쫑알거리면서도 자기 삶에 바쁘다.
서리가 내리자 할머니는 콩을 삶고 메주를 쑤는데 그 모습이 참 세심하고 재미나게 묘사되었다.
함박눈 내리는 겨울 밤, 할머니는 콩을 가리고 들쥐가 친구처럼 할머니를 위로하러 놀러온다.
할머니는 씨 할 콩, 먹을 콩, 소 줄 콩 그리고 들쥐에게 줄 콩을 가리느라 오늘도 바쁘다. 할머니 집에 편안하게 누운 소, 닭, 여러 마리 쥐들이 다정하게 자고 있다. 할머니는 가족이 없지만 동물 친구들이 있어 조금은 덜 쓸쓸할 것 같았다.
특히 우리네 민화처럼 정감있는 그림이 내용을 잘 살리고 있어 화가의 이름을 다시 보게 되었다.
훈훈한 이야기에 콩에 대한 정보가 있어 취학 전 어린이나 1,2학년 어린이에게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