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첫번째 맞이한 나의 생일에 옆지기는 거금(?)을 들여 백화점에서 진주귀걸이를 선물로 사들고 왔다. 그 당시 시댁에 함께 살며 어른들을 어렵게 생각하던 새댁은 진주를 유난히도 싫어하시는 시어머님의 눈치가 보여 그 귀걸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똑같은 제품을 일명 금은방에 가면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거였다. 결국 나는 그 귀걸이를 껴보지도 못하고 백화점에 직접 들고가 반품을 하고왔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다.
남자들이 뭔가 호의를 보일때는 못해도 잘한다 칭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도 고맙다고 호들갑 떨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였을까? 그 후로는 생일이고, 결혼기념일이고 옆지기의 선물은 구경할 수 없었다.ㅜㅜ 그래서 생일날 마다 카드를 직접 만들어 전한다는 N님의 옆지기님도, 옆지기의 생일에 선물할 악세사리를 알라딘에서 고르는 J님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먹는것을 좋아하는 옆지기 맛있는 저녁을 사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한식을 좋아하는 옆지기의 입맛때문에 거의 철퍼덕~~ 앉아서 먹는 음식점을 자주 갔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색다른 곳에서의 분위기 있는 식사도 하고 싶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25일...
결혼하고 맞이하는 나의 12번째 생일에 옆지기는 나를 여러번 놀래켰다.
오후가 되자 아이들과 함께 가려고 패밀리레스토랑에 예약을 해놨다는 문자를 보내더니, 평소와는 달리 일찍들어오는 옆지기의 손에는 아주 커~~다란 상자가 들려있었다. 여름내내 두 아들들에게 시달려 힘들어 보이는 내가 안쓰러웠다며, 먹고 힘내라며 홍삼진액을 사들고 온 것이다. 거기다 빨간봉투에 직접 쓴 카드도 있었다. 나는 의례 알고 있는 상식대로 나를 오늘 여러번 놀래킨다며 호들갑을 떨어주었다. 하지만 입안에서는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는것은 나에게 꿀리는게 있다는 얘긴데... 어서 털어 놓으시지..."라는 말이 맴돌고 있었다.ㅋㅋㅋ

여하튼, 오래 살고 볼일이다.
그날 저녁 우리가족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맛난 스테이크와 함께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는 옆지기가 내년에는 미역국을 한번 끓여 보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뭐 기대는 안하고 있을란다.^^

어제는 귀엽고 깜찍하고 자상하기 까지 하신 마노아님이 생일선물을 보내주셨다. 작년에 잠깐 얼굴을 스치고, 올해는 후애님 덕분에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술잔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정말 예쁜 사람이다. 나의 언어구조가 딸려서 그 이상의 표현이 되지 않는다. -.-;;; 다른 선물은 몰라도 책선물은 감사하게 넙죽 받는데 <감성지식의 탄생>을 골랐더니, 얼마전 마노아님의 서재에서 보았던 <채링크로스 84번지>도 함께 보내주셨다. 진심이 담긴 편지글을 읽다보면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질것 같다. 마노아님!!! 선선해지는 날씨에 즐겁게 독서할께요. 마노아님 말씀처럼 여행가기전에 도착해서 더욱더 기쁜마음으로 떠날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쪽~~~

자!!! 저는 오늘 오후에 영월로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일요일에 돌아오니 다음주에나 뵙겠네요.
다녀와서 뵐께요~~~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10-08-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내년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생일이었군요. 축하해요. 여행도 잘 다녀오셔요~

같은하늘 2010-09-01 00:12   좋아요 0 | URL
아마도 내년에도 미역국은 기대하기 힘들거예요.

울보 2010-08-2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저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잘 안되네요,,,ㅎㅎ

같은하늘 2010-09-01 00:1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울보님 류랑 여기저기 잘 다니시잖아요.^^

양철나무꾼 2010-08-2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났지만,저도 생일 축하드려요~

음,저도 꽃을 사들고 오는 남편에게,
이거면 책이 몇권인데 했더니,
뭐,이제는 화분이나 모종을 사들고 옵니다.

또 여행이시라구여~
살짝 부럽고 샘이 나려고도 하지만,
Have a nice trip~!

같은하늘 2010-09-01 00: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래도 양철나무꾼님의 옆지기님은 무드가 있으시네요.

루체오페르 2010-08-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 아,리버버깅 부러워라ㅎ

같은하늘 2010-09-01 00:13   좋아요 0 | URL
리버버깅 두번이나 타고 왔다면 더 부럽겠지요? ㅎㅎㅎ

2010-08-27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2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하지만 궁금한 그 비리는 모른척하시고^^;
못해도 잘한다 칭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도 고맙다고 호들갑 떨어주셔야 내년이 있습니다요ㅋ

같은하늘 2010-09-01 00:15   좋아요 0 | URL
앗!! 결혼도 안하신 분이 너무 많은걸 알고 계시는거 아닌가요? ㅎㅎ

토트 2010-08-2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여행도 잘 다녀오시구요.
아.. 부러운 일상이에요. ^^

같은하늘 2010-09-01 00:16   좋아요 0 | URL
원래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다 좋아보여요.ㅎㅎ
토트님만의 멋진 일상이 있으시잖아요.
보여주세요~~~

꿈꾸는섬 2010-08-2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지났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영월 여행은 재미있었나요? 거긴 비가 안 왔나 모르겠어요.
세심한 남편의 생일축하...너무 부러워요.^^

2010-08-29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8-2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선물 받으면 그저 행복해 하는 모습 보여주어야 한다니까요. ㅋ
영월을 다시 가셨군요. 한달 사이로 또 가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잘 다녀오셨죠?

같은하늘 2010-09-01 00: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는 그걸 결혼후 나중에 알았지 뭡니까? ㅋㅋㅋ
영월은 숙식을 무료로 갈 기회가 생겨서 다시 다녀왔답니다.ㅎㅎ

마녀고양이 2010-09-01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그동안 아파서 제대로 못 들어왔더니,
같은하늘님 생일이었네여? 아이고. 생일 너무 축하드려여!

같은하늘 2010-09-02 01: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젠 나이 먹는거 슬퍼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