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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언젠가부터 우린 좋은 것들만 쳐주는 이상스런 세계에 살고 있었나 보다. 옛 것은 그저 낡고 보기 싫은 존재가 되어 뒷전으로 밀리는.. 그래서 아주 화려하고 좋은 것에 집착하면서 살게 된 듯 하다.
나 역시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대한 애착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이 더 심했으니..
이 책을 받고 우리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어 나도 이렇게 찍은 사진이 있는데..
낡은 담벼락에 기대어 찍은 사진은 우리 어렸을 때의 공통점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어린 시절의 사진첩을 들춰 본다면 누구나 한 장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그런 흑백사진이었다.
사진과 시의 조화.
시인은 첫머리에 사랑 일색인 연시풍의 시에 식상한 독자들은 틀림없이 여기 실린 시들을 예뻐해 주리라 믿습니다 라고 쓰고 있는데 시도 좋지만 나는 이 흑백사진들에 마음을 더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파란비닐우산.
연탄을 지고 가는 소년의 모습에서 겨울철이면 광 한 가득 연탄을 들이면서 엄마가 분필하나 손에 쥐어 주고 잘 세서 × 표시 잘 해하면 동시에 눈 부릅뜨고 연탄지고 나르는 아저씨 옆에 지켜 서서 셈을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시와 시에 대한 시인의 해설...사진..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때론 버리고 싶었던 기억이나 기억하지 못했던 추억들이 새록 새록 펼쳐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살면서 잊혀졌던 것들이 이제는 아련한 풍경이 되어 내 머릿속을 헤집고 있다니... ..
시는 그저 학교 다닐 때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웠던 그런 것들에 불과 했는데 이렇게 시를 접하는 마음이 풍요로워 질 줄이야..
표지속의 환한 웃음을 짓는 소녀의 웃음만큼 내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갖게 하는 그런 좋은 시들과 사진으로 하여금 비오는 날 촉촉함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행복한 하루를 L.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