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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만큼이나 강력하게 길을 떠나도록 재촉하게 만드는 책이 바로 『On the Road』다.
책을 만나기 전엔 받는 순간 단숨에 읽어 내려 갈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는데 한 장 한 장을 펼칠 때 마다 가슴 속에 뭉클함이 남는 것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더 잘 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사람들.
난 그 주변인이다. 여행을 한 번 떠남으로 얻는 득보다 실에 더 집착하는 그래서 하루 하루 좀 더 여유를 갖고 난 뒤에 떠나야지 하다 결국엔 꿈꾸는 자로 남을 지도 모르는 그런 주변인이다.
저자를 포함한 15인의 여행에서 만난 이야기 중 나의 시선을 잡는건 아무래도 부부가 떠난 심재동, 임정희 부부의 이야기와 노년에 떠난 김선우,서명희 부부의 이야기였다.
부부의 연을 맺어 떠난 시기는 달랐지만 그저 두 사람이 하나 되어 세상을 엿보고 다닐 수 있는 것에 눈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다 보니 이렇게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큰일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휴가 날짜도 맞추기 힘들고 그렇다고 회사를 관두고 떠나기엔 뒤 감당이 무섭고..
세상을 엿보고 다니면서 물질에 대한 애착이 줄었든 다는 부부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며 살고 있는 내게 아주 큰 일처럼 보였다.
패키지 상품으로 가이드가 안내하는 데로 이곳 저곳을 둘러 보고 오면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두 발로 품팔아 걸었던 골목 하나 하나가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는 건 정말이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못 알아 들을 이야기 일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제주도 여행을 처음 갔을 땐 같은 말을 씀에도 불구하고 그냥 낯선 땅에선 왠지 길을 잃을 것 같고 그래서 패키지 여행을 했었는데 그땐 정말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디고 정신이 하나도 없이 몇 시까지 오세요 하면 둘러 볼 시간도 없이 후다닥 사진 몇 장을 기념으로 남기고 나오곤 했는데 작정을 하고 남편과 떠난 여행에선 여기가 좋으면 계속 머물며 구석 구석을 구경하고 차를 타고 가다가 좋은 곳이 나오면 차를 멈추고 캔 커피를 마시면서 여기 정말 좋다.. 했던 그런 기억들의 차이라고나 할까?
장기여행을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 떠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나는 그래도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고자 하는 꿈도 못 꾸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이 책을 덮는다.
책으로 대리 경험하는 세상과 실제로 내가 겪는 세상의 차이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테니...
아마도 나는 한동안 떠나고 싶은 마음에 몸살을 앓고 말 것 같다. 여행은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닌 돌아와서 더 잘 살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나 여기서 더 잘 살게 되면 어떡하지? 행복한 하루를 L.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