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1999년 6월
구판절판


사람이 늘 그렇게 살 것도 아닌데 편한 걸 알면 꾀가 나게 된다..편한 걸 알게 되면 지 사는 데가 싫어지고 며칠 살아본 편한 곳만 자꾸 생각하게 돼. 니 거기 가서 공부 잘했다니 애비도 좋긴 하다만, 불편하게 사는 사람은 불편한 게 무엇인지도 알고 또 참고 커야 한다.. 지금 그게 그렇게 돼 있는 니 몫이면 말이지.

-48쪽

그런 저런 생각 속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이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늘 바라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계여서 더 궁금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 세계 각처의 나라들에 대해 역사와 산업과 기후와 지형을 배우면서도 정작 내가 내 발로 딛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곳은 그런 바다 건너의 나라들이 아니라 걸어서도 하루면 오를 저 산 너머의 세계였다.
....마음먹고 하루만 걸어도 오를 저 산은 이제까지 내게 그 산 너머로 품을 팔러 가거나, 형처럼 대처 학교로 가거나, 또는 돈을 벌러 떠나는 어른들만 넘을 수 있는 어른들만의 세계였던 것이다.
이제 저 산을 넘고 싶다... 아닝 그곳이 어떤 곳인지 그것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
그날밤, 나는 어린시절 잠시 기르다 날려버린 한 마리의 파랑새를 다시 내 마음속에 가두었다.

→ 내 어릴적엔 버스를 혼자서 타는것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버스 안내양언니 옆에 붙어 앉아 언니 아직 멀었어요를 외치던 그 마음엔 나는 어른이다 하는 마음.. 잊혀지지 않는다. 초행길에 불안에 떨면서도 나 혼자 갈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며 버스에 오르던 7살의 기억...나 아마도 그때부터 어른이고 싶어 안달을 했나 보다..-63쪽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공부 많이 한 사람과 적게 한 사람의 차이는 그렇게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적게 읽은 사람의 차이는 몇 마디 얘기만 나눠봐도 금방 눈에 보인다.

....

학문이든 뭐든 세상살며 한두 해 무얼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마지막 서는 자리까지 뒤처지는 것도 아니고...-163쪽

내가 정수 그 말 가슴속에 간직할게.. 정수도 오늘 내게 했던 말 영원히 잊지 말고. 우리는 거기까지야.. 지금 정수가 한 말이 아름다운 건 정수가 지금 내게 한 말도 아름답지만 그 말을 하는 정수의 나이가 아름답기 때문인 거야. 아마 스물 살만 지나가도 그 말이 스스로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몰라.. 내 열여덟 살도 그랬거든 선생님에게든 누구에게든, 어떤 때는 결혼한 선생님에게까지 내 가슴속에 품고 있던 생각들 다 아름다웠을 거야..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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