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서재에서 유행하는 가나다 문답... 개인의 취향을 엿보기 하듯..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제 저녁 파***님의 서재에서 슈바빙에서 맥주를...하는 말이 나왔다..

슈바빙.... 독일의 슈바빙하면 전혜린이 떠오르고... 어젯밤 책장에서 이책을 꺼내 다시 읽어 내려갔다...

우리 아빠 보다 1년 먼저 태어나셨으니 그녀가 삶을 끈을 너무 일찍 놓아버리지 않고 살아서 삶을 살고 있다면 72세의 멋진 할머니 였을것 같다고 생각한다...

전혜린하면 떠오르는 얘기가 있다.. 고딩시절 친구들은 늘 전혜린 전혜린 하면서 그녀의 삶이 너무 멋지다는등 왜 그랬을까 하는등 누구나 여고시절 그녀의 삶을 꿈꾸듯 얘기했었다.

내가 그땐 전혜린의 책을 읽기 전이있고 도대체 전혜린이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살았길래 저러나 싶어 그길로 서점에 달려가서 전혜린에 대한 책을 사서 보았었다.

그런데 그때 내게 잡힌 책은 루이제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였는데 나는 왜 그렇게 큰 착각을 했는지 번역자가 전혜린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전혜린이 쓴 글이 생의 한가운데 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니 친구들이 하는 말과 동떨어져서.. 나는 왜 같은 책을 읽고서도 저렇게 저들과 다른 느낌을 받는걸까 하면서 속으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내 책장속에는 그때 사서 본 문고판 생의 한가운데가 꽂혀있다..

전혜린의 글을 읽으면서 무의식중에 가지게 된것중의 하나는 서른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기억한다.

목마른 계절.. 20대와 30대의 중간 지점에서 라는 글속에 자기에 대한 권태기.. 탄력 상실의 시대..  수레바퀴같이 타성처럼 회전하고 있는 생활이 30대 여인으로 되어가는 징후가 아닐까 했으니 10대 소녀들이 봤을때 멋져 보이기만 하는 그녀가 내뱉는 말이 얼마나 가슴에 박혀 버렸을까...

 

많은 어머니는 끊임없이 아이에게 방해받고 또 스스로 아이를 방해하면서 자기가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 방법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제나 아이를 위해서 거기 있는 어머니'다  그러나 과연 그 여자들은 정말로 있는걸까? 있는 것은 그들의 공허한 희망의 메아리뿐이다... 아무도 그 여자들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대개의 경우는 조만간에 증명되고 마는 것이니까.....

그들은 스스로의 생을 택하지도 살지도 않았으므로 결국 남의 생(아이들의 또는 남편의 생) 속에서 그 보상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이 아무런 생활도 갖지 않은 어머니가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은, 그리고 환멸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인 것이다.  가장 풍부한 개인적 생활을 가진 여자만이 아이로부터 가장 적은 요구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미 끝나 버린 생을 지속하고 있는 여자가 아니라 자기를 초월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의의를 찾고 실증하고 있는여인이 가장 겸손한 어머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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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하루에 몇 시간 동안 맡길 수 있는 탁아소가 단 한개도 없다는 것은 확실히 사회의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직장을 가진 어머니가 격증할 것이며 그에 따른 어떤 선처가 있을 것이 기대된다.

당시로서는 참 파격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여인이 아닌가 싶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40년이 되었지만 세상이 변한건 없다... 이렇게 따라오지 못하는게 현실이란것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하루를 L.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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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6-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녀가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죽는다면 눈덮인 산에서 동사하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제 생각에도 그게 멋져 보였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