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식당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이책에 대한 글을 신문에서 봤었다..  시장에서의 삶을 여과없이 그려낸 질펀한 입담이 재미를 주는 책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오래되어서 기억은 가물거리기에 그냥 내가 이책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라고 해두자..

보관함속에 묵혀두고 있던 이책을 주문했는데 이런 곳곳마다 품절이라고 한다...그래서 취소와 주문을 반복하다가 드뎌 내손에 들어왔다.  그래서 밀려있는 책을 뒤로 하고 이책을 집어들었다.


읽다보니 이곳에 나오는 사람들은 굳이 영등포시장에 가야만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바로 우리 곁에서 바로 볼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었던것이다...

글의 중심축이 되는 삼오식당의 주인만해도 딸셋을 키우는 과부댁... 무릎이 빨갛게 달아오를정도로 관절이 심한데도 딸자식 벌어 먹으라면서 손주를 업고서도 식당일을 해내는 억척엄마이다... 자신의 몸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사는 것으로  난 이렇게 살았어도 내 자식만큼은 이렇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엄마의 그 마음...  그 모습은 바로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다.

입으로는 내가 뭣하러 니들을 옆에 끼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냥 뚝 떨어져서 살아야 이꼴저꼴안보고 속편히 살지 하면서도 아침이면 언니네 문을 두르리고 들어가서 언니네 셋째를 데리고온다.      오빠네 보고 내가 아직 아이 봐줄수 있을때 맞벌이 하라고 하지만 저녁이면 엄마는 퉁퉁부은 다리에 쑥뜸을 뜨신다.

남편이 수위로 나가며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다 줬다는 당진상회 할머니를 두고 삼오식당아줌마와 봉투아줌마가 주고받던 "여자는 그저 남편이 십원 벌어오면 십원어치 죽 끓여 먹고 백원 벌어다 주면 백원어치 밥해서 먹고 사는게 젤로 행복한 인생인데..." 라는 말이 귓가에 계속 울린다...

월급 꼬박꼬박 갖다 주는데 여편네가 뭔 할 지랄이 없어서 노름을 한데...엉덩이 내려놓을 데가 없다는등을 말하면서 나는 남편이 월급만 꼬박꼬박 갖다주면 장사때려치고 하루 왼종일 닦고 또 닦고 해서 유리알처럼 하고 살겠다는 아줌마의 푸념에서 어렸을때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아서 인가보다.

가끔 언니랑 내가 엄마에게 타박을 한다.. 어떻게 엄마는 딸들한테 피아노도 안가르쳤데...

뭐 내가 안가르치고 싶어서 그랬겠냐... 내 꿈이 딸들한테 풍금이라도 하나 사주어서 집에서 항상 노래 소리가 들리게 하고 사는거였다...그런데 시집이라고 온게 이러니 내가 하고 싶은걸 해보고 산줄 아냐...누구네처럼 월급이 꼬박고박 들어와야 적금도 들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이건 어떤날은 많이 들어오고 어떤날은 하나도 안들어오니 계획이란걸 세우고 살수가 있어야지 하면서 너희들은 나처럼 살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시는 엄마의 모습은 정녕 삼오식당 아줌마와 봉투아줌마의 푸념과 다를바 없다..

아침이면 삼오식당에서 설겆이를 하고 점심시간엔 고물을 주어다 파는 박씨할머니가 의료기기상을 돌아 다니면서 공짜 선물을 받고 그와중에  지금까지는 내가 자식을 위해 살았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서 살겠다면서 의료기기를 구입했다는 모습에서 난 우리동네의 조씨할머니늘 떠올렸다.

19살에 시집와서 이날 평생 남편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5남매를 길렀다는 우리동네 최고참할머니..내가 봐도 할아버진 당시에 너무 잘생긴 젠틀맨이셨다...게다가 공무원이셨으니 여자가 늘 따라 다녔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할머닌 외로운분이셨다...

작년 여름 땀을 뻘뻘흘려가면서 의료기기 파는곳을 쫓아다니시면서 이제 몇일만 가면 고추장 탄다 된장탄다면서 자랑을 하셨다... 여름이면  엄마네 집앞에는 동네 아줌마 할머니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계시기도 하고 동그란 의자를 놓고 앉아 계시곤하는데

맨날 허리 아프다면서 맨날 거긴 왜 다니세요... 그리고 우리엄마는 왜 같이 가자고 꼬시구 그래 할머니 그러면 조씨할머닌 이런낙으로 사니깐 지랄하지 말라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누가 된장한덩어리라도 던져준다던...거기가면 얼마나 재밌는지 아냐...이러면서 쿠사리 놓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엊그젠 남대문 시장에가서 분홍바지 사입고 오셔서 자랑을 하셨다...내가 이날 이때까지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살았나 몰라...누가  흉을 보던 말던 나는 내방식으로 살란다 하시면서 활짝 웃던 할머니의 모습이 고물장수 박씨할머니와 다른건 뭐있나 싶다.

책한권이 주는 즐거움이 이렇게 크다.

하루 하루 바쁘게 살고 있다는 핑계로 내모습조차도 돌아보기 힘든데 책한권으로 두루 두루 살아온 날들을 꿰어 맞춰볼수 있다니... 이래서 나는 사람냄새 물씬 묻어있는 책이 좋다.

영등포청과시장있는곳은 요즘들어 홈플러스에 간다고 하면서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다.   다닥다닥붙어있는 그곳을 지날때면 삼오식당을 찾아봐야겠다... 정가제 안된다 L.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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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1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오식당은 또 언제?
음식은 맛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