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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상처주는 사랑 혹시 당신도 나쁜 엄마?


△ 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
루이 쉬첸회퍼 지음, 이수영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1만원


‘어머니’라는 말은 사랑과 희생의 다른 이름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의 생명을 존속시키고 세상의 평화를 유지하는 힘을 지닌다. 세상에 나아갔다가 지치고 상처 입은 자식들은 어머니의 품에서 위안과 힘을 얻는다. 어머니의 거룩하고 한량없는 사랑에 필적할 만한 것이라곤 조물주의 그것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깐!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이 모든 찬사에 딴죽을 거는 책이 나왔다. 독일의 심리학자 루이 쉬첸회퍼(65)가 쓴 <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는 ‘어머니 신화’의 감추어진 이면을 들춰낸다. ‘모든 어머니는 거룩하다’는 게 ‘어머니 신화’의 절대명제라면 이 책은 ‘어떤 어머니는 거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 모든 사랑에도 어머니들은 어떻게 자녀들을 불행하게 만드는가’라는 원제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어머니가 사랑하는 ‘방법’을 문제삼는다.

지은이는 18살에서 84살에 이르는 자녀들 50여 명과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적 어머니의 유형을 크게 넷으로 나눈다. 권력형 어머니, 희생형 어머니, 자기도취형 어머니, 애정결핍형 어머니가 그것이다.

18~84살 50여명 심층 인터뷰
사사건건 간섭하는 ‘권력형’등
자녀 상처주는 4가지 유형분석
‘문제적 엄마’ 안되는 방법 제시


△  어머니의 사랑은 그 방법이 그릇됐을 때 자칫 자녀와의 관계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사진은 고두심 주연 영화 <엄마>의 한 장면.

“권력형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려 하고,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이루려고 한다.” 주목할 것은 권력형 어머니의 권력이 주로 발휘되는 분야가 자녀들의 옷이나 머리 모양, 취미 같은 사소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권력형 어머니는 필요하면 폭력의 행사도 불사하며, 자녀들의 사생활에 대한 감시와 간섭을 자신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믿는다. 권력형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주장과 권익을 관철하지 못하는 대신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떠넘기는 소극적인 인간이 되기 십상이다.

희생형 어머니는 ‘어머니 신화’의 가장 전형적이고 극단적인 경우이다. “희생형 어머니는 끊임없이 죄책감을 만들어내는 전문가이다.” 희생형 어머니는 자신의 희생을 무기 삼아 자녀의 복종을 끌어낸다. 그 자녀들은 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힘으로써 정상적인 유년기를 박탈당하며,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게 된다.

자기도취형 어머니에게 자녀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도구로 인식된다. 이 유형의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상을 가지고 있”으며, 자녀를 자신의 생각대로 키우기 위해 폭력을 포함한 온갖 수단에 의존한다. 애정결핍형 어머니는 ‘어머니 신화’의 배반과도 같다. 칭찬에 인색하고 스킨십을 모르며 무관심이 아니면 편애로 자녀들을 대하는 이 유형의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그저 ‘한 어머니의 아들’일 뿐이라고 소개하는 지은이가 어머니들을 비난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책의 말미에는 각각의 유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객관적인 인식,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강조하는 한편, 아버지들의 역할 강화를 역설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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