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꼬네집에 놀러올래
이만교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평점 :
아무리 책이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읽혀지지 않고 뒤로 자꾸 밀리는 책은 내게서 좋은 책은 아니다. 내가 봐서 흥미를 느끼고 공감하며 뒤가 궁금하여 단숨에 읽어 내리는 책... 이게 내가 좋아하는 책의 우선순위다.
이만교의 책에는 어설픈 것 같으면서 세상을 콕 집어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IMF를 떠올리면 정말 그 긴 겨울 같은 터널을 어떻게 보냈는지 한숨부터 나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폭락한 집을 여러 채 사들이고 정부에서 내놓는 빌딩들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우리의 숨통이 트인 후 팔아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겼던 사람들에겐 살면서 3번 온다는 기회중의 기회였을 것이다. 높은 나라님들께서 기회를 주셨는데 그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런 바보 하면서 손가락질을 해도 누가 탓하랴.. 내 재수는 거기 까진 것을 말이다.
높은 건물들 사이에 폭 주저 앉은 낡은 집을 지키면서 살아보려고 애쓰는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작은 집 이야기라는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도 생각이 났다. 풍경 좋고 살기 좋은 시골마을에 길이 나고 건물이 들어서고 점점 숨 막혀 가는 작은 집 결국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 옮겨 진다는 이야기가 말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마음이 잠재하고 있나 보다..
이렇게 복닥거리면서 한 집에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10년 전 모습이라니... 우리가 억 억 하면서 사는 동안에 주변의 많은 것들을 잃어 버리고 살고 있는 듯 해 가슴 한 편이 아리다.
죽기 살기로 나물을 뜯어 팔아 오던 사돈 할머니의 죽음은 비정한 지금의 현실을 말해 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저 마다 자기 위치에서 자기 몫을 다해 내고 있는데도 왜 늘 가지는 자는 더 많이 가지고 없는 자는 왜 자꾸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지?
세상엔 흉흉해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사기치는 사람은 배 두드리면서 떵떵거리고 살고 피해를 당한 사람은 피 눈물 흘리면서 발을 동동 굴리면서 살아야 하는지...
정말 요즘 세상이 이게 머꼬?
머꼬네 집에 놀러 가면 이런 모든 게 머꼬의 손짓하나 몸짓 하나로 웃게 만들어 줄까?.. 머꼬야 너네 집에 가면 나 좀 웃게 해 다오.. 행복한 하루를 L.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