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왕 1 - 녹스 동맹군
대장정 지음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랜시스 베이컨의 <에세이>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솔로몬은 말한다.'지구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따라서 플라톤이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지식은 단지 회상일 뿐이다.' 이에 응해 솔로몬은 자신의 격언을 말한다. '모든 새로운 것은 단지 망각의 결과일 뿐이라고.'"

베이컨의 말처럼 완벽한 창작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판타지의 고전 J R R Tolkin의 "반지의 제왕" 또한 북유럽신화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온 것 또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톨킨의 위대성은 텍스트의 뛰어난 문학성외에도 <반지의 제왕>, <호빗>, <실마릴리온>으로 이어지는 치밀하고 구조화된 상상력에 있었다.

하지만 반왕은 어떠한가? 물론 반왕을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비견할 수는 분명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반왕 또한 엄연한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은 창작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책을 파는 행위는 작가의 창작력과 상상력을 독자에게 파는 행위이다.

독자가 작가에게 지불한 비용은 말하자면 작가의 창작력과 상상력을 구매한 행위라고 하겠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니 자신의 구매하고자한 물건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 들어있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하나? 당연히 물건을 반품하고 비용을 환불받아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경제 행위이다.  GIVE AND TAKE!

소설 구성의 3요소가 무엇인가? 인물, 사건, 배경
자 반왕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인물로써 레미앙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시저와 판박이 처럼 똑같다. 그리고 레미앙쥬가 이끄는 그의 레기온(군단)은 카이사르가 자신의 아들처럼 아꼈던 로마의 13군단(카이사르는 13군단을 이끌고 갈리아를 정벌했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레미앙쥬가 그토록 지키고자 애썼던 요새는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방벽을 연상시키며, 그의 정벌기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와 별다른게 없다. 앞으로 벌어질 반왕 레미앙쥬의 행보 또한 카이사르의 행보와 유사하게 진행될 듯 하다. 프롤로그에 잠시 나오는 앙쥬의 언행을 지켜볼 때, 카이사르가 던졌던 유명한 명언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과 함께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해, 마침내 황제에 오르게 되는 카이사르의 <내전기>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임을 이미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 사건, 배경 무엇 어느 하나라도 작가의 Originality를 찾아볼 수 없는데 대체 작가는 독자에게 무엇을 사가라고 했던 것일까? 이건 표절에 가까운 행위라 아니 볼 수가 없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내전기>를 판타지란 형식을 빌어 교묘하게 각색해 놓은...
물론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로마의 시대상이나 배경을 두고 얼마든지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또한 소설의 배경으로도 얼마든지 차용할 수 있다. 린지 데이비스의 "팔코"시리즈만 보더라도 로마를 배경으로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쓸 수 있음을 증명한 바있다.

하지만 그런 역사적 배경을 차용하더라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등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Originality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책을 구매한 독자는 바로 작가의 그 상상력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설이 화장실에서나 읽혀지는 <킬링타임>용 소설이 되고 싶어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돈을 주고 당신의 창작력과 상상력을 구매하고 싶었던 "나"같은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는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10-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환타지 소설이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 무엇이 보르헤스님으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했는지. 그것이 궁금하네요.
 

 

그대, 내 어린 소녀여

어떤 노래보다 더 나은 그대여

영원히 노래로 불려지거나 말해질 그대여

그대는 살아있는 시요,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들은 죽은 것이리라.


Written by Dante Alighieri


누군가에게 읽혀질 글을 쓸 땐, 마치 발가벗겨진 채, 무수한 사람이 오가는 번화가 한복판에 우두커니 세워진 듯 한 느낌이 종종 들곤 한다. 게다가 자신의 변변치 못한 취향을 고백하게 될 때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싸대기라도 한 대 맞은 듯 얼얼하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수줍은 내 취향을 공감해주고 자신도 좋아한다고 말해줄 때면,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한 법이다.’라는 말이 여름 햇살아래의 안개처럼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마냥 들떠서 몇 시간이고 떠들어 대곤 한다.


내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아 버린 두 어린 소녀(지금은 두 사람 모두 어리다곤 볼 수 없게 되었지만)에 대해 지금 말하고자 한다.


Lisa Ekdahl

 



 


19세의 나이로 Peter Nordahl Trio의 재즈 보컬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사실상 재즈보컬로 보긴 힘든 면이 많다. 으레 Jazz Vocal이라면 떠올리기 쉬운 다소 Husky하고 중성적이며, 하드한 목소리를 지닌 것이 아닌 가냘프고, 여리디 여린 다소 불안정한 음색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Jazz Standards를 부른다? 어쩌면 무모한 모험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그녀는 당당히 성공을 거두었고, 23살의 어린나이에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가수로 평가받게 된다. 그녀의 약점일 수도 있는 가냘프고 소녀적인 다소 미성숙한 음색은 재즈를 통해 정감있고, 편안하며, 호소력있는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로 변화했다. 그녀의 I don't miss you anymore를 한번 들어보라!


I don't miss you anymore

Unless the moonlight's grey

Or on a stogy night

I just might miss you

A little bit


그녀의 간절한 호소를 당당히 거부할 만한 강심장을 소유하고 있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Carol Sloane

 



 


캐롤 슬론? 그게 누구야? 하는 분들이 많을 듯 싶다. 사실상 그녀는 무명에 가까웠으니까.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잊혀져 버리는 오늘날 30년 가까이 그녀를 기억해 주리라곤 그녀 자신도 몰랐을테니까. 그녀는 14살의 아주 어린나이에서부터 전문적으로 노래를 시작했고, 1961년 Newport Jazz Festival에서 강인한 인상과 함께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를 계기로 Columbia에서 2장의 음반을 내기도 했으나, 그녀의 이런 시도는 불행히도 성공하지 못했고, 1977년에 이르기까지 단 한 장의 음반도 녹음할 수 없었다. 아리따웠던 24살의 Carol Sloane은 어느새 40세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의 주부가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여전히 그녀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그녀의 고향도 아닌 머나먼 타국, 바로 일본에서의 부름이었다. (이런 부분에선 정말 일본의 문화저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Art Blakey, Eddie Higgins, Sir Rolland Hanna... 얼마나 많은 잊혀진  재즈 뮤지션들이 일본에서 부활의 날개짓을 했던가!)


개인적으론 Jazz를 들을 땐 맥주가 제격이란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가끔씩 여성 재즈 보컬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와인 생각이 절로 난다.


굳이 두 사람을 와인으로 비유하자면 리사 엑달은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캐롤 슬론은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보졸레가 가볍고, 어리며 친근하면서, 자유롭고 화려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라면, 샤토 라투르는 처음엔 시고 떫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히 숙성되어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황홀한 맛을 가지게 되는 장기숙성와인이라 하겠다.


얼마 전 1961년산 샤토 라투르가 경매에서 1병에 560만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캐롤 슬론은 1961년에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 서는 영광을 잠시 누렸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을 무명으로 보내야 했다. 하지만 30년의 오랜 인내를 거쳐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와인으로 성숙되는 샤토 라투르처럼 캐롤 슬론의 발걸음도 이제 시작이다.

 

PS> 음악이 연달아 나오니까 밑에껀 꺼두시고 하나씩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06-10-1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가서 조용히 감상할께요.

보르헤스 2006-10-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하이드님 오랜만이네요 ^^
 



Chill October

 

 

인간이 진실로 혼자인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사회를 떠나 고독 속에 살듯이 이젠 고독을 떠날 필요가 있다.

Written by Ralph Waldo Emerson

 

하늘을 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본 하늘은, 너무 시리도록 파래서 마치 금방이라도 깨어져 부서져 내릴 듯한, 그래 살 얼음판 같았다.

 

 

 

 

 

 

 

 

If you should go skating

On the thin ice of modern life

 

현대인의 삶이란 살 얼음판 위를 넌 스케이팅을 하며 지나 가야만 해

 

Dragging behind you the silent reproach

Of a million tear stained eyes

 

눈물에 젖은 수많은 시선들이 널 비난하듯, 그렇게 소리 없이 널 잡아 끌겠지

 

Don't be surprised when a crack in the ice

Appears under your feet

 

발 아래에서 얼음이 깨어져 나가도 너무 놀라지는 마!

 

You slip out of your depth and out of your mind

With your fear flowing out behind you

As your claw the thin ice

 

공포가 너를 엄습할수록 너의 몸과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기만 하겠지.

움켜쥐어도 부셔져 나갈 뿐인 그 살 얼음판 밑에서

 

핑크 플로이드가 이 곡을 작곡했을 당시 그는 아마도 나와 같은 하늘을 보았을 것이리라.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라는 확신이 내심 드는 아프도록 시린 하늘이었다.

 

다시 걸었다. 걷고 멈추었다 그리곤 다시 걷고, 또 하늘을 쳐다보고……

 

그러다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스치듯 떠올랐다.

처음엔 전화번호부에서 이름들이 지워지고, 그 다음엔 흔적들이, 마침내는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져 버린 그들과의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함께 서서히 떠올랐다.

 

때로는 오해로 인해, 혹은 몰이해로 인해, 아니면 배신으로 인해 어느새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에게서 강탈되어버린 존재들.

 

살얼음판 같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내 발 밑의 얼음이 깨어져 나가버리면 잡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의 손 뿐일텐대, 비록 내 손을 잡아주진 못하더라도 나를 기억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람들 뿐인데……

 

용서할 수 없었던 것도 어느새 잊혀져 가고, 잊혀져 가는 것은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버린 듯 하다.

 

그땐 그들이 떠나는 것을 잡지 못했다. 아니 잡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오만이었고, 고집이었고, 욕심이었지만 그땐 그걸 알지 못했다.

 

내가 애써 지워버리려고 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나에게서 그리움과 가을만을 남기고서 떠나버렸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 때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밤 하늘에 흘러가리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9-2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만되면 꼭 흥얼거리는 노랩니다.
 

 

 

 


 

남자가 일생동안 저지르는 일의 대부분은 비록 다른 핑계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여자 때문이다.

Written by Hermann Hesse


지독스레 무더웠던 이번 여름에 난 내방 구석탱이에서 꿋꿋히 버텼다. 일단 바캉스를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명을 하자면, 우선 수십만 아니 수백만 일수도 있는 온갖 사람들의 궁뎅이를 담그었을 것이 분명한 해수욕장이 싫어서이며,(특히나 작은 것도 아니고 큰 것을 하시고는 씻지도 않은 채, 그냥 물에 뛰어든 사람도 분명 있을 터이다.) 깊은 계곡물 곳곳마다 떠내려 오는 정체모를 밥풀때기가 싫어서이다.


바캉스(vacance)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제대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인간이 싫어서 산수를 찾았더니, 오히려 도심이 더 한산한 격으로, 쓰레기차를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는 꼴인 셈이다.


anyway, 선풍기 하나로 잘 버텨나가던 중 전력과다 사용으로 그만 shutdown이 되버렸다. 가뜩이나 더운데 전기마저 나가버리자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를 찾아 백화점을 찾게 된 것이다.


백화점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당연 명품관이다. 돈을 가장 잘 쓰는 이들이 많이 들리는 곳인 만큼 온갖 편의가 제공된다. 마땅히 에어컨도 가장 빵빵하게 나오는 법인데, 밍숭맹숭  개기다 보면 괜스레 눈치 아닌 눈치를 받게 된다. 점원의 눈치를 받지 않으려면 당연히 살 것 같이 굴어야 하는 법이다.


당당하게 점원에게 이것저것 보여 달라며 시간을 잘 죽여 나가던 중에, 그만 그 녀석을 만나고 말았다. a.testoni-아! 테스토니다. 그냥 아 테스토니가 아니라 아! 테스토니다. 절로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구두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별다를 수가 있나 하지만 별다를 수가 있다. 미묘한 detail이 여타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타비아니(Taviani) 형제가 감독한 영화 굿모닝 바빌론에서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장인은 손과 판타지다!”비록 가격대가 어마어마하게 붙어 있어도 일단 이런 것을 한번 보게 되면, 다른 것은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법이다. 여러 매장을 돌아도 계속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며 영상이 밟힌다.





‘홈쇼핑에선 79000원에 신사화가 두 켤레인데... 제 아무리 볼로냐 공법에, 꼼꼼하게 숙련된 장인의 손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그 내구성이나 실용성에서 79000원짜리 10켤레만 하겠어? 조금만 침착하게 생각해봐. 응? 니가 그걸 사려고 하는 것은 베블런이 말했던 현시적 소비를 하려는 것이고 부르디외가 꼬집은 것처럼 "구별짓기"를 하려는 거라구. 한마디로 헛짓하는 거란 말이야.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나가는 거야! 별로 어렵지 않다구. 한 발자국씩 떼면 되는 거야. 왼발, 오른발, 왼발... 잘한다! 아기가 걸음마 하듯이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난 가까스로 두 눈 질끈 감은 채 매장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20여분이 지난 후 a. testoni 매장으로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말았지만...


왜 이런 헛짓을 하고만 걸까? 다 알면서도 왜 욕망에 굴복하고 만 걸까? 난 내가 납득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잠시 후 보잘것없지만 나름대로 흡족할만한 해답을 찾아냈다. 내가 헛짓인걸 뻔히 알면서도 이 짓거리를 굳이 한 것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며, 내가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대상은 결국 여자밖에 없다. 군대에 있을 때 난 어둑칙칙한 나일론 군복에 촌스러운 오렌지색 체육복을 입고 족구를 했어도 전혀 수치스럽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근데 왜 군대에 있을 때랑 지금이랑 다를까? 그건 바로 여자의 존재 때문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내세우지만, 내가 저지른 일의 대부분은 결국 여자 때문이다.

Hesse여! 그대는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키는 법이 없구려.

집에 가서 헤세의 선집이나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볼 참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8-2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너무 재밌게 읽고 갑니다.
어제 구두 두켤레 굽가는데 거의 십만원 돈을 냈는데 홈쇼핑얘기엔 대략 기절..^^;;

하이드 2006-08-2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지...라고 해야 할까요? 여자 신발.은 가죽이 너무 딱딱해서 별로던데. 맨날 까지는 발 보고, 엄마가 비싼 신발 사서! .. 엄청 구박해요. -_-a

하이드 2006-08-2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물론 신었을때의 모습과 또 천양지차.이겟지만, 저 신발은 정말 이쁘군요.
 
꽃미남과 여전사 1 - 21세기 남과 여
이명옥 지음 / 노마드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主成分)이다.

Written by Fichte


꽃미남과 여전사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나온 이 책은 어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여전히 던지고 있는데, 그건 인류가 달을 정복하고 심지어 허블 천체망원경으로 우주 구석구석을 훔쳐보는 21세기에도 그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쇠똥파리처럼 끈질기게 따라붙어 아테네 시민의 속을 무지하게 긁어댄 이유 하나만으로도 죽어 마땅한 소크라테스에 이어 그 제자, 플라톤까지 던져대던 그 진부한 질문들 말이다.




미(美)란 무엇인가?


마치 최첨단 전자제품 사용설명서에나 나옴직한 메트로섹슈얼이나 콘트라섹슈얼같은 해괴하기 그지없는 신조어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2000년이나 훨씬 더 지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하기 그지없는 해답을 독자에게 ‘떡’ 하니 제시해 놓은 것 또한 아니다. 그럼 우린 그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을 새삼 확인하기 위해 값비싼 비용을 굳이 지불해가며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하나?

글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난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진부한 질문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 진부한 질문들은 어쩌면 태곳적 인류가 두 발로 서서 처음 자신이 아닌 타자를 보았을 때부터 던지던 질문이었다. 그 타인이 남자였던지 여자였던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우리의 존재에 관한 근원적 질문과 같은 것으로 그 해답은 각자 자신이 풀어야할 숙명 같은 것이리라.


타자가 꽃미남이던지 여전사든지, 베트남 애완용 돼지든 간에 우리가 어떤 대상을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데에는 그 대상에 대한 순수한 감탄이라는 정서적 단계가 필요하다고 스탕달은 말했다. 그런 어떤 감탄에서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법이며, 사랑(eros)은 예술(arts)의 원천이 되어 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카라바조, 모로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위대한 화가들조차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결코 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그들이 아름답다고 느낀 대상을 그렸을 뿐이며, 우린 그들이 남긴 아름다움에 대해 순수하게 감탄한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위대한 예술을 결국 사랑하게 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그들이 느낀 미의 본질과 우리가 느끼는 미의 본질은 어쩌면 동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 세상에 한가하게 그림이나 들쳐보며 미의 본질에 대해 사색하는 것이 쓸데없는 사치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쓰잘데기 짝이 없는 사치는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또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전혀 도외시 할 수 없는 사치라는 점이다.


들쳐보기만 해도 절로 즐거워지는 멋진 작품들을 접하며, 꽤나 황홀하기 짝이 없는 사치를 맘껏 누렸다. 다만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책에 관한 것인데 책의 전체 페이지가 기껏 200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굳이 상/ 하 권으로 나뉘어서 출판했어야만 했는지... 출판사의 저의를 묻고 싶다.

 

왜 나뉘어서 파는 건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8-1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그림과 제임스 딘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