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미남과 여전사 1 - 21세기 남과 여
이명옥 지음 / 노마드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主成分)이다.
Written by Fichte
꽃미남과 여전사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나온 이 책은 어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여전히 던지고 있는데, 그건 인류가 달을 정복하고 심지어 허블 천체망원경으로 우주 구석구석을 훔쳐보는 21세기에도 그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쇠똥파리처럼 끈질기게 따라붙어 아테네 시민의 속을 무지하게 긁어댄 이유 하나만으로도 죽어 마땅한 소크라테스에 이어 그 제자, 플라톤까지 던져대던 그 진부한 질문들 말이다.
미(美)란 무엇인가?
마치 최첨단 전자제품 사용설명서에나 나옴직한 메트로섹슈얼이나 콘트라섹슈얼같은 해괴하기 그지없는 신조어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2000년이나 훨씬 더 지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하기 그지없는 해답을 독자에게 ‘떡’ 하니 제시해 놓은 것 또한 아니다. 그럼 우린 그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을 새삼 확인하기 위해 값비싼 비용을 굳이 지불해가며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하나?
글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난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진부한 질문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 진부한 질문들은 어쩌면 태곳적 인류가 두 발로 서서 처음 자신이 아닌 타자를 보았을 때부터 던지던 질문이었다. 그 타인이 남자였던지 여자였던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우리의 존재에 관한 근원적 질문과 같은 것으로 그 해답은 각자 자신이 풀어야할 숙명 같은 것이리라.
타자가 꽃미남이던지 여전사든지, 베트남 애완용 돼지든 간에 우리가 어떤 대상을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데에는 그 대상에 대한 순수한 감탄이라는 정서적 단계가 필요하다고 스탕달은 말했다. 그런 어떤 감탄에서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법이며, 사랑(eros)은 예술(arts)의 원천이 되어 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카라바조, 모로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위대한 화가들조차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결코 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그들이 아름답다고 느낀 대상을 그렸을 뿐이며, 우린 그들이 남긴 아름다움에 대해 순수하게 감탄한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위대한 예술을 결국 사랑하게 되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그들이 느낀 미의 본질과 우리가 느끼는 미의 본질은 어쩌면 동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 세상에 한가하게 그림이나 들쳐보며 미의 본질에 대해 사색하는 것이 쓸데없는 사치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쓰잘데기 짝이 없는 사치는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또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전혀 도외시 할 수 없는 사치라는 점이다.
들쳐보기만 해도 절로 즐거워지는 멋진 작품들을 접하며, 꽤나 황홀하기 짝이 없는 사치를 맘껏 누렸다. 다만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책에 관한 것인데 책의 전체 페이지가 기껏 200페이지 밖에 안되는데 굳이 상/ 하 권으로 나뉘어서 출판했어야만 했는지... 출판사의 저의를 묻고 싶다.
왜 나뉘어서 파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