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키노 >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1]

홍수다. 사진 관련 서적들이 물밀듯이 출판되고 있다. 대형서점에는 이제 전문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디지털카메라 보급에 따른 여파일 것이다. 그러나 고민이 뒤따른다. 이 많은 책들을 다 볼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7인의 사진 전문가들에게 청했다. 알찬 책을 추천해달라고. 그들의 Choice는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다. 그들의 Another Choice는 외서와 지금은 절판된, 시중에서 손쉽게 구하긴 어려운 책들이다. 업그레이드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똑딱이 카메라와 DSLR을 잠시 놓아두라. 셔터에서 손을 떼고 책을 보자. 봐야 찍는다.

자식을 믿지 못하는 근심 많은 부모 같은 책

영화스틸작가 한세준의 베스트, <사진학 강의>

Choice/ <사진학 강의> 바바라 런던, 존 업튼 외 지음/ 김승곤 옮김/ 타임스페이스/ 2004년 <사진> 바바라 런던, 존 업튼/ 이준식 옮김/ 미진사/ 2003년

제목부터 ‘사진학 강의’다. 단시간에 고수가 되는 비결을 일러주겠다고 꾀는 책들이 쏟아지는데, ‘사진학 강의’라니.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형서점에 가면 사진 코너 한가운데 딱딱하기 그지없는 이 책이 떡하니 버티고 있음을. 피어슨사에서 초판을 출판한 <사진학 강의>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사진학 교과서로 삼고 있는 ‘바이블’이다. 한세준 작가 또한 이 책으로 사진을 처음 배웠다. “처음 접한 게 1991년경이었을 거다. 사진 전공하기 전으로 동호회 등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때였는데 군대 간 친구에게서 건네받았다. 그때 본 책은 미진사 출판본이었다.” 첫장을 펼쳐보면 알겠지만 <사진학 강의>는 자식 믿지 못하는 근심 많은 부모 같다. 필름 끼우는 방법부터 인화까지 시시콜콜 일러준다. “속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어떻게 아웃포커스가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사진은 예술 이전에 과학이다. 카메라는 붓 이전에 기계다. 카메라의 구조, 광선의 원리 등을 모르면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가 없다. 촬영 중에 문제가 일어나도 해결할 수가 없다.” 유명 작가들이 찍은 600여장의 사진도판들이 풍부하게 예시되어 있다는 점도 돋보이는 장점이다. 타임스페이스가 펴낸 7판에는 디지털 사진에 대한 강의도 덧붙여져 이전 판보다 더욱 뚱뚱해졌다. “강의할 때도 이 책을 쓴다. 학생들이 좀처럼 책을 잘 안 사는 편이라 중요한 설명은 아예 사진으로 찍어서 슬라이드로 쏘아가면서 설명한다. (웃음) 구관이 명관이라고. 출판된 지 오래됐지만 훌륭한 쓰임은 여전하다.”

Another Choice/ 에드워드 S. 커티스의 <북미 인디언>(The North American Indians)

“1895년부터 마차를 타고 다니며 30년 이상 인디언들을 찍은 사진들을 모은 책이다. 네거티브만 무려 4만장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20세기 초에 이런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는 시도와 의식 자체가 대단하다. 슬픈 표정의 인물들이 많은 걸 보면 지배자의 입장에서 인디언의 삶을 기록했다는 일부의 비판이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간편한 장비도 없는 20세기 초에 사라져가는 삶의 양식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정초했다는 업적까지 무시할 순 없다.”

한세준/ 영화스틸작가·<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씨> <남극일기> <범죄의 재구성> <괴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거룩한 계보> 촬영

브레송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의 베스트,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Choice/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열화당/ 2006년

“모두들 브레송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했다. 하지만 외국 서적을 뒤져봐도 피상적이고 간접적인 인용 뿐이었다.” 이상엽이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를 첫손에 꼽는 건 당연하다. 사진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있다면, 누구나 홍역처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증후군을 경험한다. 라이카 M3로 무장하고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살금살금’ 현실에 침입했다는 거장 브레송에 대해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생전에 그는 사진 철학을 책으로 묶어낸 적이 없다. 그가 직접 쓴 짧은 글들을 묶어 펴낸 <영혼의 시선…>은 브레송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1996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발행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1999년)을 거쳐 10년 만에 한국에 당도한 이 에세이는 거장의 단호하고 매혹적인 잠언들로 시작한다. 특히 “사진가들의 참고서이자 시학으로 남은” 사진집 <결정적 순간>(1954)의 서문을 포함하고 있는 ‘스케치북으로서의 카메라’에서 브레송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성찰을 드로잉하는 순간적인 행위”며,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고”, “달아나는 현실의 숨결을 포착”할 때만 가능함을 간결한 필치로 설명한다. 일독만으로는 알쏭달쏭하다고 포기하지 말 것. <시간과 장소>와 <사진가들과 친구들에 관하여>에선 기관총이 잔뜩 실린 캐딜락을 타고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러 갔던 일 등을 비롯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브레송은 사진 해설에서도 알 수 있듯 자신의 사진에 대한 다른 해석을 용납치 않던 강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사진을 책임지겠다는 오롯한 작가의 태도이기도 하다. 여전히 글이 사진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누르는 국내 포토저널리즘의 관행을 감안하면 두고 곱씹을 만한 태도다.”(이상엽)

Another Choice/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The Americans)

“브레송과 대척점에 서 있는 로버트 프랭크는 현대사진의 문을 연 거장이다. 특정한 결정적 순간이 있다는 믿음은 착각이라고 여겼던 그는 일생 동안 매그넘 같은 조직에 속하지 않고 개인작업을 하면서 사적인 일상을 통해 사회를 드러내보였다. <미국인들>은 1960, 70년대 미국인들의 유복한 삶의 허약한 실체를 까발린 사진집으로 유명하다. 미국보다 프랑스에서 한해 먼저 출판된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건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 자신의 허위를 폭로할 만한 용기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가·웹진 <이미지 프레스> 대표·<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이미지 프레스 01, 여행하는 나무> 기획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흔적에 대한 마술적 소묘

사진평론가 진동선의 베스트,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

Choice/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 베르나르 포콩 지음/ 심민화 옮김/ 마음산책/ 2003년

“흔히 훌륭한 사진은 ‘보면 볼수록 비밀이 새어나오는 사진’이라고 한다. 또 사진의 비극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되 진실을 말하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베르나르 포콩의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은 이를 사진과 글로 보여준다.” 진동선은 포콩을 브레송과 맞먹는(!) 프랑스 사진가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눈앞의 세상의 결정적인 순간을 인식하는 대신 그는 존재하나 사라진 감정의 파편들을 되살려 맞춘다. 진동선은 <사랑의 방…>의 발문에 “최초로 사랑의 실체를 사진으로 표현한 작가는 포콩이 아닐까 한다… (중략)… 지금까지 사진에 찍힌 사랑이란 순간적인 행복의 표정이었거나 열락의 포즈였을 뿐 사랑의 실체는 아니었다”라고 썼다. “<사랑의 방…>은 보이지 않는 것, 말해질 수 없는 것,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너, 나, 우리의 지난 기억들을 돌려세운다.” 책에 실린 50장의 사진과 글은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흔적들에 대한 마술적 소묘다. 작가 스스로 ‘광기’라 불렀던 열정은 사진 속에서 불가능한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명징의 빛’으로 변하고, 이 마술의 빛 아래서 보이지 않던 시간의 상처와 감정의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가장 찍고 싶은 것이 가장 찍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의 얼굴”, “온갖 갈망의 대상이 되는 것, 바로 그것을 잡았다고 늘 생각하는데, 그것은 슬그머니 미끄러져 달아나고, 또다시 미끄러져 달아나, 껍질만 남기고”라고 토로하지만 말이다. 포콩이 안내하는 마법의 성을 둘러보고 나면 포토숍으로 느낌을 창조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Another Choice/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지금은 절판된 <카메라 루시다>에서 롤랑 바르트는 ‘사진이란 단 한 사람을 위한 불완전한 과학’이라고 규정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단 한 사람을 위한 사진. 사진은 공동작업이 불가능한 매체다. 단 한 사람의 손가락으로부터 셔터가 눌려지고, 그리고 저마다, 각자의 살아온 경험과 이해로부터 해석되는 오묘한 코드다. 그래서 바르트는 한장의 사진은 누구에게나 홀연히 날아와 상처를 찌르는 푼크툼(punctum)이라고 했다. 존재증명이면서 동시에 부재증명인 사진의 존재론을 펼치는 이 책이야말로 사진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참고로 이 책은 9월31일 동문선에서 <밝은 방>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진동선/ 사진평론가·현대사진연구소 소장·<한국 현대사진의 흐름> <사진사 드라마 50,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현대사진의 쟁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러브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외로움은 사람을 슬프고 우울하게 만들죠.

난 지금 블루스(The Blues)를 말하는 겁니다.

혼자 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그런 슬픔 말이에요.

블루스는 그런 슬픔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것만이 진정한 블루스입니다.


Written by Son House(델타블루스의 전설적 가수)


토니 모리슨의 Love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난 절로 탄성을 질렀다.


“아! 이건 정말 완전 깜둥이들이 부르는 블루스 그 자체네. 진짜 블루스는 바로 이런 거야.”


블루스라는 건 그저 음악의 한 형식이 아니다. “블루 노트(Blue Note)”와 12마디 코드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블루스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블루스는 삶이 고통으로 가득하여, 흐느끼듯 노래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삶을 가까스로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음악이 바로 블루스다.


즉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삶에 아무런 걱정거리 없는 사람에게는 블루스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토니 모리슨의 “Love"는 전형적인 블루스 형식이 그대로 녹아있는 소설이다. 우선 AAB라는 블루스의 전형적인 3부 형식을 빌려 서사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점과, 주제 또한 매우 블루스적이라는 점(대부분의 블루스는 사랑하는 남녀를 그리고 있으며, 가끔은 수세기간의 걸쳐 붕괴된 흑인 가족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열정을 그 가사에 담고 있다.)에서 더욱 그러하다.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인물은 크리스틴과 히드, 그리고 주니어인데, 이 세 인물은 같은 주제 선율을 가지고 있다. 우선 흑인 여성이라는 점과 아버지의 부재(不在)라는 공통적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틴과 히드는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사이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갔으나  “윌리엄 코지”라는 그녀들이 일찌기 갖지 못했던 부성(父性)을 만나게 되면서, 서로를 격렬히 증오하게 되는 사이로 변모하게 된다. 하지만 두사람 모두 간절히 갈구했던 부성의 대상이었던 윌리엄 코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아버지를 철저히 증오하는 인물이다.


윌리엄 코지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난 우리 아버지가 죽도록 싫었네. 성탄절에 돌아가셨는데, 우리 아버지 장례식은 온 세상이 주는 선물 같았지.” -p.176-177발췌


크리스틴과 히드가 평생을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면,(크리스틴은 또 다른 부성애의 대상이었던 닥터 리오를 만나지만, 그로부터 잔인한 버림을 받게 된다. 또한 히드는 남편인 코지를 항상 “파파”라고 부른다.) 주니어는 두 여성과는 조금 다른 존재이다. 그녀 또한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단 한 번도 부성애를 겪어보지 못한 인물이지만, 그녀의 시선은 아버지에게 머물러 있지 않고, 오히려 대등한 대상인 <남성> 로멘 에게 머문다. 그녀와 대등하지만 때로는 미숙하기까지한 그에게서 사랑을 느끼며, 비로소 상처의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토니 모리슨!

 

어쩌면 그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AAB라는 블루스의 3부 형식이 흑인 여성 작가인 그녀에 의해 이처럼 멋지게 체화되었고, 사랑과 증오, 그리고 용서와 치유라는 블루스의 진정한 가치가 소설이란 또다른 이름으로 여기에 구현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앞에서처럼 난 진정 그녀에게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블루스의 시작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시작한다는 말처럼, 소설 Love도 우리의 가슴에서 시작되어 가슴에서 끝이 난다. 냉철한 이성이 굳건하게 자리 잡은 머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뜨거운 피와 심장이 가득한 가슴의 이야기이다. 바로 진한 블루스처럼!


삶이 외롭고 괴로우세요?


ASK THE BLUES!(블루스에게 물으세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6-11-1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지금 읽고 있거든요. 님의 리뷰가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리뷰 자체만으로도 퍽 좋은 글이네요 :)
 



Goya의 dog

Miles Davis의 Blue in Green

 

11월에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를 디시 읽었어. 읽다 마음을 휘잡아 끄는 구절에 줄을 그었지.

 

우리의 옷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슬픔을 짊어진 광대들이다.

우리는 상심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하는 광대들이다....

1895년 11월 13일, 나는 런던에서 이곳으로 이감되었다. 그 날 2시부터 2시 30분까지

나는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로 클래팜 역의 중앙 플랫폼에 서 있어야 했다.

그렇게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나는 병동에서 끌려나와야 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괴물 같은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 삼십분 동안,

 

나는 조소를 보내는 폭도들에 둘러싸여 잿빛 11월의 비를 맞으며 그곳에 서 있어야 했다.

 

난 언제나 고독과 방랑에 관한 구절이 눈에 띄면 지나치지 못했어.

언제나처럼 고독이란 글자사이에 내 검은 사인펜을 갖다 들이대야 직성이 풀렸지.

난 그렇게 고독을 사랑했어.

 

책을 읽다 마음에 들어 그어놓은 고독에 관한 아포리즘을 몇 가지 적어보면...

 

어떤 사람의 고독은 병자의 도피이며, 또 어떤 사람의 고독은 병자들로부터의 도피이다.

 

달아나거라, 나의 친구여. 그대의 고독속으로!

-Nietzsche-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다.

-Camus-

 

인간은 시회(詩會)속에서 사물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영감(靈感)을 받는 것은 오직 고독 속에서다.

-Goethe-

 

완전한 고독속에서 혼자 살 수 있는 것은 야수(野獸)나 신 뿐이다.

-Aristoteles-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은 고독한 인간이다.

-Ibsen-

 

그렇다고 고독이 항상 우울하고 무거운 것만은 아니지.

 

 

 

 

 

이런 것도 있다.

 

남녀간의 섹스는 사실 서로가 상대방의 "마스터베이션"을 도와주는 행위이다.

혼자서 하는 마스터베이션은 아무래도 처량할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는 이성(異性)의 몸을 빌려,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다.

섹스라고 해서 두 몸이 하나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영원한 혼자"이다.

-마광수-

 

재미나지? 아닌가. 난 한동안 아랫배를 움켜지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는데...

다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까 말이지

하긴 프랑소와 모리악은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사막"라고 말하더군. 맞는 말이것 같어.

흠...

 

꿀꿀한데 꿀꿀한 시 하나 읊어줄까?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혼자 살아본 사람만 알 수 있을꺼야. 이 안전한 저녁이란 거 말이지.

혼자 살다보면 다들 한가지씩 병들을 달고 살게 되지. 나같은 경우는 만성 위염이었어.

가끔 혼자인 건 좋지만, 항상 혼자인 것은 권장할만한게 못 돼.

혼자인게 싫다고 무작정 길을 나서서도 안돼.

지금은 11월이야. 특히 밤에는 무지 춥지. 콧물이 나올지도 몰라.

 

다들 무지 외로울꺼야 하지만 힘내.  이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

It's all right!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11-0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야 그림 스크롤 내리는데, 가슴이 철렁.
11월의 너덜해진 잿빛수요일에... 남은 목,금,토가 너무 버거운 어느 수요일에...
 

 

외설스러움(OBSCENE)


내 사랑은 “창녀들의 요란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음란하고도 벌거벗은 제물로 만드는 황홀감에 사로잡혀 장엄하고도 악취 풍기는 사정(射精)의 끔찍한 소리를 지르며 전율하는 놀라운 감수성의 성적 기관이다.(조르쥬 바타이유)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ve Got you under your skin


재즈의 어원이 jive와 ass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여자의 성기를 의미한다는 설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접어두고서라도 이 곡만큼 외설스러운 곡이 있을까 싶다.

있다면 나에게 살짝궁 귀띔해 주시길...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Diana Krall의 와 Stan getz quartets의 동명의 음반.

개인적으로 남성분들은 반드시 Diana Krall의 음반을 선택하시길. 그녀의 멋진 외모는 이 곡을 더할 나이 없이 황홀하게 만든다는 점을 반드시 참조하시길 바라며...

여성분들은 당연히 스탄 겟츠의 음반을 흐흐 녹습니다 마구


깨어남(REVEIL)


서글픈 깨어남,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다정함으로) 깨어남, 텅 빈 깨어남, 순진한 깨어남, 까닭 모를 불안한 깨어남(“그러자 갑자기 그의 불행이 생각 속에서 명백해 졌다. 사람은 고통으로는 죽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이 순간에 벌써 죽어 있었을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Falling in love with love


열풍과도 같았던 사랑의 시기가 지나게 되면, 우리는 다시 본질을 탐구하게 된다. 내가 사랑한 것이 그/그녀 였는지 아니면 사랑 그 자체를 갈구한 것에 지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이 곡의 가사처럼

사랑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일이요 어리석은 자의 놀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혹은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서 사랑의 감정을 잠시 빌려온 것이라면 이제 그 사랑을 서서히 잃어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도 모르겠지.


추천하는 음반은 Helen Merrill과 Clifford Brown의 멋진 협연이 돋보이는 Helen Merrill with Clifford Brown을 최고의 선택으로 꼽을 수 있다. 차선으로는 Sarah vaughan의 Sings the Standards를 연주 음반으로는 Hank Mobley가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 동명의 음반을 들 수 있겠다. Bill evans의 연주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고 기교 또한 흠잡을데 없지만, 그의 음악은 너무 청량하다고나 할까 왠지 이 곡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해서 PASS! 


질투(JALOUSIE)


질투하는 사람으로 나는 네 번 괴로워한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나는 자신이 배타적인, 공격적인, 미치광이 같은, 상투적인 사람이라는 데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My Foolish Heart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위험한 열정, 질투>라는 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할 정도로 극단적인 질투를 오셀로 증후군이라 부른다.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따온 이 병명은 전체 살인 사건의 13퍼센트가 배우자 살해이며, 그 주된 원인이 질투에 있다는 것을 주목하면서 더욱 알려졌다. 지나친 질투는 대단히 파괴적이고, 비극적이지만 적절한 질투는 헌신적 관계의 특징이라는 점을 이 진화심리학자는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가 최고의 선택이다. 재즈계의 쇼팽이라 불리는 빌 에반스의 명징하고도 청량한 피아노 터치, 드럼의 폴 모션, 비운의 천재 베이시스트였던 스콧 라파로! 이 세 명이 빚어내는 interplay는 과히 피아노 트리오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보컬 곡으로는 얼마 전 소개했던 Carol Sloane! 농후하면서도 밀도 높은 그녀의 목소리는 여성재즈보컬이 재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언쟁(SCENE)과 마귀(DEMON)


나는 내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이미지들(질투, 버려짐, 수치심)을 연신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자해하려 하며, 천국으로부터 추방하려 한다. 이렇게 하여 열려진 상처를, 다를 상처가 내도하여 그것을 잊어버리게 할 때까지 다른 이미지들로 양분을 주고 부양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Love me or Leave me


I want your love

don't want to borrow

to have it, today

give it back, tomorrow

your love is my love

there's no love for nobody else


나는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하지만 애걸하는 사랑은 싫어요.

오늘은 갖고 놀다가

내일은 돌려주는 사랑 따윈 싫어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사랑

다른 누구의 사랑도 아니에요


love me or leave me

let me be lonely


날 사랑하든지 아님 떠나세요.

나를 혼자 있게 두세요.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역시 사랑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 바로 빌리 할리데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husky한 것은 아니었다. 고통스럽고 굴곡 많은 삶이 그녀로 하여금 허스키하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빌리 할리데이”만의 목소리를 만들어 주었다. 연주 음반으로는 Miles Davis의 Walkin'이 최고의 선택일 듯. Miles Davis를 필두로 J.J. Johnson, Lucky Thompson, Dave Schildkraut, Horace Silver, Percy Heath, Kenny Clarke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하여, 완벽하리만치 소름끼친 연주를 들려준다.


파국(CATASTROPHE)


내 모든 육신은 뻣뻣해지며 뒤틀린다. 날카롭고도 차가운 섬광 같은 순간에 나는 내게 선고된 파멸을 본다. 그것은 힘든 사랑의 예의 바르고도 은근한 우울증과는 무관한, 버림받은 주체의 전율과도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나는 울적하지 않다. 전혀 울적하지 않다. 그것은 파국처럼이나 분명한 것이다.

“난 끝장난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 Cried For You


이 곡은 빌리 할리데이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곡이 재즈 스탠더드로써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게 된 것은 빌리 할리데이가 이 곡을 여러 차례에 걸쳐 부르고, 수많은 녹음을 남겼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의 추천음반으로는 빌리 할리데이의 것을 들고는 싶지는 않은 데, 그녀의 곡은 마치 차가운 서리가 잔뜩 서려 서늘한 한기마저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 때문에 울었죠, 이번은 당신이 나를 위해 울 차례에요.” 라는 가사는 얼핏 들으면 ‘빌리 할리데이’식의  곡 해석이 분명 자연스러운 것일 테지만, 이 곡의 내면에는 단순히 버림받은 여자의 처절한 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뒤틀리고 어긋나버린 지나간 사랑의 후회가 아닌 한땐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옛사랑의 노스탤지어를 이 곡은 함께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보다는 Ella Fitzgerald의 서글프고 애절한 I Cried for you 가 내 정서에는 더욱 맞다.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결코 그대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건망증은 내 마음을 충족시켜 주고, 또 아프게 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별은 빛나건만"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중 하나인 토스카의 주옥같은 아리아 중 백미로 뽑힌다. 아직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빅토르 데 사바타 지휘로 마리아 칼라스가 토스카로 분한 1952년도 녹음이 명반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쥬세페 디 스테파노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은 헐! 천의무봉의 경지이다.


각설하고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 아마 Stardust만큼 이 곡에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stardust를 작곡한 호기 카마이클은 어쩌면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었던 인디애나 대학의 법학과를 다니던 중에 파멸적인 성격의 재즈 뮤지션 빅스 바이더벡을 만나 의기투합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도 본격적인 재즈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가 결혼이 허가되지 않던 학생 시절 연인의 모습을 보고 하늘의 별을 보며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그대로 stardust가 되었던 것이다.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Clifford Brown with Strings와 Lester Young with Oscar Peterson Trio다. 우리의 사랑은 처음 무렵에는 입맞춤 하나하나가 영감이었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 나의 위안은 노래의 별똥 속에 있다라는 내용의 가사처럼 이 곡의 매력은 씁쓸하면서도 은은한 여운을 얼마나 오랫동안 잡아주느냐가 관건인데 두 음반 모두 테크닉과 감성 어느 면으로도 절정의 경지에 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6-10-2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님, 햇살 밝은 일요일 아침입니다.^^ 좋은 글 담아가도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하이드 2006-10-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추천하고 담아가요. 아래글도요.
'사랑의 단상' 선물 받아서 앞에 몇장 읽다가 재미없어서 던져버렸는데, 슬그머니 찾으러 갑니다.

2006-10-22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10-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도 추천하고 담아갑니다앙~

보르헤스 2006-10-2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이 Paper는 얼마 전 퍼니핑크님과 주고 받았던 리플이 그 시금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즈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나의 일천한 지식이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절대 무리인 듯 싶고,

아주 좁은 범위의 경험에만 한정한다면 “아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분명 낙서 수준의 글이 될 것임에는 분명한 일지만...


사랑에 대한 담론을 주제로 삼되, 텍스트는 롤랑 바르트(Rorand Barthes)의 <사랑의 단상:Fragment d'un discours amoureux>만을 참조하는 바이다.


황홀(RAVISSEMENT)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최면이다. 나는 한 이미지에 매혹된다.

마치 소크라테스에 의해 메논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흔들리고, 충전되고, 얼떨떨해지고, 뒤집히고, 마비된다. (키르허)


누군가 사랑하기로 결심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놀라게 된다.

 마치 카탈로니아 총독의 궁전에서 플로리다를 만난 아마두르가 “그녀를 오랫동안 쳐다본 후, 마침내 그녀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뭐라고요? 나는 내가 미치광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심의하고 결정해야 한단 말인가요(그렇다면 사랑은 내가 원하는 그 광기인가요?)


추천하는 Jazz Standards




Fever: 페기 리(Peggy lee)에 의해 1958년에 처음 취입된 곡으로  데이븐 포트에 의해 작사된 가사가 너무나도 재미있다. 가사의 한 부분을 발췌해서 실어보면


Everybody's got the fever, that is something you all know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한번씩은 열병에 걸리지


Fever isn't such a new thing, fever started long ago.

열병은 새로운 것은 아니야, 열병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


Romeo loved Juliet, Juliet she felt the same

로미오가 줄리엣을 사랑했을 때, 줄리엣은 그 열병이란 것을 앓았지


When he put his arms around her, he said "Julie baby you're my flame

로미오가 그녀를 안았을 때, 그는 “줄리엣, 당신은 나의 열정적인 사랑”이라고 말했다네.


최근엔 Michael Buble에 의해 다시 불리워지긴 했지만(Michael Buble/WEA), 그의 느끼한 음색을 무지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은 음반이다. 차라리 다이아나 로스의 Lady Sing The Blues를 한 번 들어보시길...


예속(DEPENDANCE)


사랑의 예속 관계란 역학은 아무 근거도 없는 하찮은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순수 상태에서의 예속이란 지극히 가소로운 상황에서 터트려져야 하며, 또 소심증으로 고백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투박한 예속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 Don't Know Why (I just do)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름으로써 비로소 Jazz Standards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스윙감이 찰찰 넘치는 매력적인 곡이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고, 내가 왜 이러는지도 알 수 없다.’라는 사랑에 빠진 귀여운 철부지 소녀의 고백과도 같은 가사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음반으로는 역시 시나트라의 중후하고도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매력인 “The Voice" 음반!

차선이라면 Nat king cole의 베스트 음반이랄까...


광인(FOU)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미쳤거나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에 자주 사로잡힌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광인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다만 초라한, 불완전한, 은유적인 광기만을 가질 권리가 있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Crazy she calls me



100년에 이르는 재즈사에서 사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들이 누가 있을까?

 

우선 빌리 할리데이를 빼놓을 수 없겠고, (바람을 피우고는 뻔뻔스레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 지미 몬로에게 Don't explain이라는 멋진 명곡을 선사한) 순애보로 잘 알려진 클리포드 브라운(임신한 아내를 보기위해 무리하여 빗길을 운전하다, 절벽에 추락해 사망한),그리고 비장의 무기인 Mute Trumpet으로 수많은 여성의 애간장을 무참하게 녹여버린 쳇 베이커를 들 수 있겠다.

 

이 세 사람 모두 이 곡을 부르거나 혹은 연주했으니까 취향에 맞게 아무나 한 명 골라서 들어보면 ‘당신이 사랑에 빠져 미쳐있다.’라는 사실이 그다지 부끄럽게 여겨지지는 않을 듯하다. 정말 사랑에 빠져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매 계절마다 스쳐지나가는 독감과도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나의 첫번째 선택으로 쳇 베이커의 Baker's Holiday 를 선정한 이유는 쳇 베이커가 빌리 할리데이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취입한 음반이라서 더 애정이 간다라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이유로..


난 널 사랑해(JE-T-AIME)


수없이 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난 널 사랑해”는 사전 밖에 있다.

그것은 그 정의가 명칭을 초과할 수 없는 그런 말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Love Letters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항상 영화 Blue Velvet이 떠오른다. 블루벨벳은 <무방비 도시 open city>와 <전화의 저편 Paisan>으로 일약 네오리얼리즘 거장으로 떠오른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당대 최고의 탑스타였던 잉그리드 버그만(그녀는 당시 아이를 둔 유부녀였다)과의 광풍과도 같았던 열정의 결과로 태어난 “미녀”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고혹적 매력이 잘 드러난 영화로 Love Letters는 블루벨벳에 실린 OST중 한 곡이었다.


가사를 잠시 살펴보면


Love letters straight from your heart

Keep us so near while apart

I'm not alone in the night

when I can have all the love you write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나에게 바로 배달되어온 사랑의 편지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당신을 가깝게 느끼게 해준답니다.

편지에 쓰인 당신의 사랑을 느낄 때

전 한 밤에도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답니다.


I memorize ev'ry line

I kiss the name that you sign

and darling

then I read again night from the start

love letters straight from your heart


난 편지에 쓰인 모든 문장들을 다 외우고

당신이 사인해 놓은 그 이름에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 내 사랑

나는 다시 처음부터 그 편지를 다시 읽기 시작해요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바로 배달되어온 그 사랑의 편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 한 번 써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의 사랑은 무언가가 비틀어지고 상실되어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확신하는 바이다.


충족(COMBLEMENT)


... 그리하여 마침내 “욕망이 엿보게 했던 가능성을 쾌락이 초월하는 그런 상태를 알게 된다.” 그것은 기적이다. 모든 만족감을 뒤로 한 채, 과음이나 포식도 하지 않은 채 나는 포만의 한계를 넘어서서, 역겨움, 구역질, 취기 대신에 일치(coincidence)를 발견하게 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Fly Me To The Moon


바트 호와트에 의해 1954년에 의해 처음 작곡될 당시에는 "In other words"라는 다소 생뚱맞은 곡목으로 인해 그리 큰 빛을 발하진 못했던 곡이었다. 하지만 조 하넬이 지금의 곡명으로 제목을 바꿔단 이후 이 곡은 재즈 스탠더드의 불멸의 명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뮤지션들이 이 곡을 다투어 부름으로써 또 그 만큼의 좋은 버전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기억나는 명 버전으로는 줄리 런던, 치에 아야도, 사라 본, 다이아나 크롤 등등.. (그러고 보니 다들 여성 보컬들 곡뿐이군.ㅠ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리스 2006-10-2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올리시고 낙서 수준의 글.. 운운 하시다닛! 겸손도 지나치면 죄여요. (어머, 정말?) ㅋㅋ 추천 누르고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