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외로움은 사람을 슬프고 우울하게 만들죠.

난 지금 블루스(The Blues)를 말하는 겁니다.

혼자 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그런 슬픔 말이에요.

블루스는 그런 슬픔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것만이 진정한 블루스입니다.


Written by Son House(델타블루스의 전설적 가수)


토니 모리슨의 Love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난 절로 탄성을 질렀다.


“아! 이건 정말 완전 깜둥이들이 부르는 블루스 그 자체네. 진짜 블루스는 바로 이런 거야.”


블루스라는 건 그저 음악의 한 형식이 아니다. “블루 노트(Blue Note)”와 12마디 코드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블루스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블루스는 삶이 고통으로 가득하여, 흐느끼듯 노래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삶을 가까스로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음악이 바로 블루스다.


즉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삶에 아무런 걱정거리 없는 사람에게는 블루스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토니 모리슨의 “Love"는 전형적인 블루스 형식이 그대로 녹아있는 소설이다. 우선 AAB라는 블루스의 전형적인 3부 형식을 빌려 서사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점과, 주제 또한 매우 블루스적이라는 점(대부분의 블루스는 사랑하는 남녀를 그리고 있으며, 가끔은 수세기간의 걸쳐 붕괴된 흑인 가족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열정을 그 가사에 담고 있다.)에서 더욱 그러하다.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중심인물은 크리스틴과 히드, 그리고 주니어인데, 이 세 인물은 같은 주제 선율을 가지고 있다. 우선 흑인 여성이라는 점과 아버지의 부재(不在)라는 공통적인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틴과 히드는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사이로 돈독한 우정을 쌓아갔으나  “윌리엄 코지”라는 그녀들이 일찌기 갖지 못했던 부성(父性)을 만나게 되면서, 서로를 격렬히 증오하게 되는 사이로 변모하게 된다. 하지만 두사람 모두 간절히 갈구했던 부성의 대상이었던 윌리엄 코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아버지를 철저히 증오하는 인물이다.


윌리엄 코지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난 우리 아버지가 죽도록 싫었네. 성탄절에 돌아가셨는데, 우리 아버지 장례식은 온 세상이 주는 선물 같았지.” -p.176-177발췌


크리스틴과 히드가 평생을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면,(크리스틴은 또 다른 부성애의 대상이었던 닥터 리오를 만나지만, 그로부터 잔인한 버림을 받게 된다. 또한 히드는 남편인 코지를 항상 “파파”라고 부른다.) 주니어는 두 여성과는 조금 다른 존재이다. 그녀 또한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단 한 번도 부성애를 겪어보지 못한 인물이지만, 그녀의 시선은 아버지에게 머물러 있지 않고, 오히려 대등한 대상인 <남성> 로멘 에게 머문다. 그녀와 대등하지만 때로는 미숙하기까지한 그에게서 사랑을 느끼며, 비로소 상처의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토니 모리슨!

 

어쩌면 그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AAB라는 블루스의 3부 형식이 흑인 여성 작가인 그녀에 의해 이처럼 멋지게 체화되었고, 사랑과 증오, 그리고 용서와 치유라는 블루스의 진정한 가치가 소설이란 또다른 이름으로 여기에 구현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앞에서처럼 난 진정 그녀에게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블루스의 시작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시작한다는 말처럼, 소설 Love도 우리의 가슴에서 시작되어 가슴에서 끝이 난다. 냉철한 이성이 굳건하게 자리 잡은 머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뜨거운 피와 심장이 가득한 가슴의 이야기이다. 바로 진한 블루스처럼!


삶이 외롭고 괴로우세요?


ASK THE BLUES!(블루스에게 물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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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11-1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지금 읽고 있거든요. 님의 리뷰가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리뷰 자체만으로도 퍽 좋은 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