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ya의 dog
Miles Davis의 Blue in Green
11월에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를 디시 읽었어. 읽다 마음을 휘잡아 끄는 구절에 줄을 그었지.
우리의 옷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슬픔을 짊어진 광대들이다.
우리는 상심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하는 광대들이다....
1895년 11월 13일, 나는 런던에서 이곳으로 이감되었다. 그 날 2시부터 2시 30분까지
나는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로 클래팜 역의 중앙 플랫폼에 서 있어야 했다.
그렇게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나는 병동에서 끌려나와야 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괴물 같은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 삼십분 동안,
나는 조소를 보내는 폭도들에 둘러싸여 잿빛 11월의 비를 맞으며 그곳에 서 있어야 했다.
난 언제나 고독과 방랑에 관한 구절이 눈에 띄면 지나치지 못했어.
언제나처럼 고독이란 글자사이에 내 검은 사인펜을 갖다 들이대야 직성이 풀렸지.
난 그렇게 고독을 사랑했어.
책을 읽다 마음에 들어 그어놓은 고독에 관한 아포리즘을 몇 가지 적어보면...
어떤 사람의 고독은 병자의 도피이며, 또 어떤 사람의 고독은 병자들로부터의 도피이다.
달아나거라, 나의 친구여. 그대의 고독속으로!
-Nietzsche-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다.
-Camus-
인간은 시회(詩會)속에서 사물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영감(靈感)을 받는 것은 오직 고독 속에서다.
-Goethe-
완전한 고독속에서 혼자 살 수 있는 것은 야수(野獸)나 신 뿐이다.
-Aristoteles-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은 고독한 인간이다.
-Ibsen-
그렇다고 고독이 항상 우울하고 무거운 것만은 아니지.
이런 것도 있다.
남녀간의 섹스는 사실 서로가 상대방의 "마스터베이션"을 도와주는 행위이다.
혼자서 하는 마스터베이션은 아무래도 처량할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는 이성(異性)의 몸을 빌려,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다.
섹스라고 해서 두 몸이 하나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영원한 혼자"이다.
-마광수-
재미나지? 아닌가. 난 한동안 아랫배를 움켜지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는데...
다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까 말이지
하긴 프랑소와 모리악은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사막"라고 말하더군. 맞는 말이것 같어.
흠...
꿀꿀한데 꿀꿀한 시 하나 읊어줄까?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혼자 살아본 사람만 알 수 있을꺼야. 이 안전한 저녁이란 거 말이지.
혼자 살다보면 다들 한가지씩 병들을 달고 살게 되지. 나같은 경우는 만성 위염이었어.
가끔 혼자인 건 좋지만, 항상 혼자인 것은 권장할만한게 못 돼.
혼자인게 싫다고 무작정 길을 나서서도 안돼.
지금은 11월이야. 특히 밤에는 무지 춥지. 콧물이 나올지도 몰라.
다들 무지 외로울꺼야 하지만 힘내. 이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
It's all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