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를 떠나있던 아이들이 돌와오자 나의 해방구(?)는 닫혀졌다.ㅋㅋ
몸은 자유로워도 정신적으로는 공허하였던가?
적막하던 집안이 아이들 활기로 채워지고 나는 비로소 몸을 움직인다.
그렇다.
두 입 먹자고  밥하기는 귀찮아도
네 입 먹는 밥하기는 뚝딱 해치우는게로군
남편의 가벼운 투정은 한 귀로 넘기면서
방학 마지막 날 보글보글 된장찌개가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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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8-2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래언덕님.. 아이들이 어디 가 있었나요? 한달여씩이나... 맛있는 된장찌개로 온가족이 저녁 맛있게 드녔는지 모르겠어요.
 

집은 아직 따뜻하다

 

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

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

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

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

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

 

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

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갔을까

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

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갓이

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

 

저 만리 물길 따라

해마다 연어들 돌아오는데

흐르는 물에 혼은 실어보내고 몸만 남아

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

아직 따뜻한 집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늙은 가을볕 아래

오래 된 삶도 집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닺지 못하고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 어제 밤 시인의 시집을 보다 잠들었다.  5년여의 먼지가 쌓인 시집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아릿하다. 내 마음 속의 집도 아직은 따뜻하다고 믿는 어느 날 아침에 문득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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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8-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에 글을 쓰셨네요. 아이들 없는 한갓진 여름을 보내신 듯한데 이제 여름도 다 떠났네요...
 

일전에 신문을 보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기사를 보고  한달에 작은 금액이라도 후원을 하리라 결심을 하고 굿네이버스에 회원 등록을 하였다.
후원금 입금 방법을 지로로 할까 자동인출로 할까 고민하다가 매월 받는 고지서(?)들이 무심한 나를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에 지로로 선택하였다.
며칠 후인 오늘 한통의 전화가 왔다. ‘굿네이버스’ 사무국인데 이번 달에 신규 가입한 회원들 대상으로 추첨을 하여 열 사람에게 책 한권씩을 선물한다고 하였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연금술사’ 이 중에 한권을 택하라 하는데 책이라는 말에 귀가 쏠깃하여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칭찬은..’을 택하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다른 책을 택하여서 옆 사람에게 선물을 할 껄 하는 생각이 든다.  팜플렛을 나누어 본  당신도 후원하시오 하는 압박용으로... ^-^
사무국에서 책도 후원을 받는지 그것도 돈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괜찮아요’  그럴껄 후회도 들고 공짜라니 기분도 괜찮고... 무더운 여름 오후 졸음을 잠깐 깨운 전화 한통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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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아이의 학교 4학년 권장 도서 목록에서 발견한 뜻밖의 보물, 내가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게 되었다.
   프린들이라니... 마치 털이 복술복술한 다정하고 귀여운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이 이름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을까? 언어의 탄생에서 전파까지 그리고 그 것이 주는 의미를 눈에 보이듯이 그려가는 소설. 선견지명이 있는 훌륭하고 의지가 굳은 선생님과 그에 버금가는 제자가 보여주는 뜻밖의 결말은 감동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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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7-1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아이가 초등 2학년이에요~ 님의 아드님께 골라주시는 좋은 책들을 앞으로 우리 아이에게도 접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저는 님과 마찬가지고 '작은 책방'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는 두 아이 엄마랍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__)

모래언덕 2004-07-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예쁘고 알찬 '작은 책방'을 가지셨던데요. 가끔씩 리뷰에서 뵈었습니다. 이쁜 따님들에게 저의 리스트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사실 아들내미 책은 아직 정리가 안되어 있는 편인데 부랴 부랴 정리해야 겠네요. 나중에 예쁜 서재에 살짝 들리겠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연애 통화

가을이면
금빛 동전을 짤랑거리는 노란 은행나무
둥치를 사이에 두고 만나기
만나서 손잡기
사랑하는 이여.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아아 끝없이 끝없이 눈이 내려서
집도 세상도 폭삭
눈에 파묻히게 되면
삽으로 눈 속에서 굴을 파기
너희 집에서 우리 집까지
굴을 뚫고 오가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죽으면
무덤을 나란히하고 누워
깜깜한 땅 속에서
드러누운 채로 팔을 뻗어
나무 뿌리처럼 팔을 뻗어
서로 간지럽히기

 - 시인의 시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이는 애정시여서 마음이 끌리던 나날. 그리고 이를 전해 준 이여.
   단절과 소통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 때의 나는
   사무실 대청소 중에 누렇게 바랜 나의 옛날 책들을 보관한 작은 박스 안. 책과 책사이에 찔러 넣었던 카피본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의 지나간 젊은 시간들과 함께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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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7-1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불쑥 현재의 나를 깨우는 낡은 기억들이 간혹 있지요.
간혹 그때의 내가, 지금과는 먼 곳에 서 있는 내가 남긴 작은 메모라도
발견할 때면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내가 잊은 나를 발견한 듯하여...

모래언덕 2004-07-1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마음이 서늘해지는 느낌과 함께...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안타깝거나 쓸쓸하지는 않으니
이젠 제가 정말 늙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