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40대이건만 금요일에 아이들 따라 너무 무리를 하였나봅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온몸을 심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목이 붓고 열이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깨면 한 두시간쯤이 지나있고 다시 목이 너무 아파 깨면 또 두시간쯤 지나있더군요.
오슬 오슬 추워서 이불을 덮으면 땀에 흠뻑 젖고 좀 시원하게 하면 너무 추워서 더 아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일요일 새벽부터는 너무 아파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픈 와중에서도 목감기가 빨리 낳으려면 가글을 해야한다고 목욕탕을 한시간 간격으로 드나들었으니... 병뚜껑을 열기는 했는데 닫는 것이 귀찮아서 내 던지듯 던져두고 침대로 기어들길 서너번... 새벽녁에 미음한모금을 억지로 삼키고 약 한봉지를 먹고 다시 하루 종일 끙끙 앓았습니다.

머리 속에는 설 대목을 맞아 장도 보아야 하고 아이들 옷도 좀 사야하고 선물도 미리 장만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지금쯤 가면 사람이 없으니 괜찮겠지 하다 다시 까무룩하게 잠이 들고...

이렇게 일요일 밤까지 꼬박 아프고 다시 월요일을 맞았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는데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이 영 칠칠치 못한 기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은 맑을 수가 없군요.
이틀 동안 미음 몇모금밖에 들어가지 않은 몸도 말할 수 없이 가볍고...
아 도를 닦으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요?
아무 생각없이 아프기만 하면서 몸과 마음이 순화된걸까요?
다시 세상속으로 들어가 티끌(?)을 묻힐 생각을 하니 안타까운 기분마저 드는 걸 보니 아직 제 정신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han63 2004-01-2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아파지고 약해지던데. 설날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오늘부터 날이 풀린다더니 아직도 춥네요.
얼마전만 해도 겨울이 춥질않아서 문제라더니 겨울이 이 소릴 들었나봅니다.
보란듯이 맹추위를 주는것을 보니.

모래언덕 2004-01-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겨우 몸을 추스리고 설을 그럭저럭 시늉만 냈답니다.
명색이 외며느리인데...
긴 휴일 후에 보고서 쓸게 많아서 지금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stellahan님의 서재에 자주 가보지도 못하지만
코멘트 등록이 너무 반가와서 얼른 들어왔답니다.
설날.. 이쁜 따님들과 부군과 함께 잘 보내셨지요?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맛있는 것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한 숨 돌리고 서재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어느 누구도 소홀히하지 않고 또 반대로 어느 누구에게도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학급이라는 개인들의 집합체에서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하는 '정신적인 체조'라고, 누구도 교사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직업상 날마다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그리고 이런 건 교수법보다는 처신의 문제이며 애정의 문제라고.

늑대의 눈을 읽은 후 옮긴이의 말에서 본 내용입니다.
현재 프랑스 어느 중학교의 평범한 교사인 다니엘 페나크가 프랑스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이라고 하는군요. 그는 분명 훌륭한 작가이기 전에 좋은 선생님일 것 같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느티나무 2004-01-1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심~!

모래언덕 2004-01-1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눈치채셨군요. 멋진 선생님!!
 

(이사하던 날도 그대의 편지를 버리지 못했음)

비가 와서인지
초상집 밤샘 때문인지
마음은 둘 데 없고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온 너의
조그맣던 입술과
파리한 입술만 어른거린다
너무 쓸쓸해서
오늘 저녁엔 명동엘 가려고 한다
중국 대사관 앞을 지나
적당히 어울리는 골목을 찾아
바람 한가운데
섬처러 서 있다가
지나는 자동차와 눈이 마주치면
그냥 웃어 보이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엔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고
수첩을 뒤적거리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싱거운 취객이 되고 싶다
붐비는 시간을 피해
늦은 지하철역에서
가슴 한쪽을 두드리려고 한다
그대의 전부가 아닌 나를
사는 일에 소홀한 나를
그곳에 남겨놓으려고 한다

시집 곳곳에 숨어있는 시인의 가난한 사랑이 슬펐다.
내게는 위악적이게만 느껴지는 거친 언어가 또 슬펐다.
마침내 장미와 안개를 섞은 그의 사랑은 꿈속에도 없고 천국도 아닐 것이라고...
나는 믿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이십대도 아닌 내가 왜 그렇게 마음이 아팠었는지...
오늘 밤 난 또 왜 이렇게 감상적이 되는지...

내가 나비라는 생각

                                                                              허 연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이 나리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 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4-07-1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두 연이 특히 마음에 쏙 드네요.
머리를 감겨주고 싶었는데 흰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는데...하는 대목도...
잘 읽고 갑니다.
 

겨울아침 분주히 입김을 뿜는 자동차 사이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선다.
7시 30분이 되면 약속따라 가로등 불이 꺼지고 도시는 이제 온전한 태양빛에 의하여 천천히 밝아온다.

네거리의 붉은 신호등이  왼쪽으로 가라는 화살표에서 동그란 초록빛으로 바뀌게 되면 이제 저 손짓에 따라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오리라..
어제, 그제처럼...
그러나 오늘은 찬바람 속에 모두를 떨게하고도 20분이 더 지나서야 도착하였다.

우리의 삶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가
오늘 아침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변수가 묻어들면
지각을 하고 약속을 어기고 그러다 방향이 바뀌는 거겠지..
버스를 기다리다 화를 내며 어디론가 사라져간 한 사람
그는 목적지에 잘 도착하였는지...

버스 차창에 몸을 기댄 채 바라보는
매일 보던 창밖이 웬지 낯설게 보인다.
희끗한 눈자취가 드문 드문 남아있는 겨울 산을 지나
난 지금 목적지로 잘 가고 있는 것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제 집으로 갈 시간
지금 집으로가면 약 7시간 30분 정도밖에 머물지 못하고 내일 아침 다시 나와야 할 시간이다
산다는게 참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시 여유를 부려보는 맛에 사는게 아닐까?

그나마 오늘밤 아들 내미가 내일 아침 일찍 눈썰매장에 가기 위하여 친구집에서 자니  이렇게 늦어도 안심되는 마음... 물론 한주일 내내 집에서 저녁차려먹고 치우고 한 남편에게는 계속 미안한 마음,  방학인데도  엄마 노릇하면서 보내는 딸아이에게도 미안...

내가 직장다닌다고 둘째아이를 자기 집에서 자게하는 친구아이 엄마에게도 미안하고,,, 전화도 자주못하는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께도 미안하고...

난 왜이렇게 미안한 사람들이 많을까?
모르겠다. 버스안에서 쿨쿨 자면서 가야겠다.

출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느티나무 2004-01-08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둘러보면 미안한 사람들만 내 옆에 가득할 때가 있죠!! 너무 공감이 가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