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아직 따뜻하다

 

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

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

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

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

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

 

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

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갔을까

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

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갓이

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

 

저 만리 물길 따라

해마다 연어들 돌아오는데

흐르는 물에 혼은 실어보내고 몸만 남아

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

아직 따뜻한 집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늙은 가을볕 아래

오래 된 삶도 집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닺지 못하고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 어제 밤 시인의 시집을 보다 잠들었다.  5년여의 먼지가 쌓인 시집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아릿하다. 내 마음 속의 집도 아직은 따뜻하다고 믿는 어느 날 아침에 문득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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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8-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에 글을 쓰셨네요. 아이들 없는 한갓진 여름을 보내신 듯한데 이제 여름도 다 떠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