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아직 따뜻하다
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
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
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
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
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
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
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갔을까
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
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갓이
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
저 만리 물길 따라
해마다 연어들 돌아오는데
흐르는 물에 혼은 실어보내고 몸만 남아
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
아직 따뜻한 집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늙은 가을볕 아래
오래 된 삶도 집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닺지 못하고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 어제 밤 시인의 시집을 보다 잠들었다. 5년여의 먼지가 쌓인 시집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아릿하다. 내 마음 속의 집도 아직은 따뜻하다고 믿는 어느 날 아침에 문득 떠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