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통화
가을이면
금빛 동전을 짤랑거리는 노란 은행나무
둥치를 사이에 두고 만나기
만나서 손잡기
사랑하는 이여.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아아 끝없이 끝없이 눈이 내려서
집도 세상도 폭삭
눈에 파묻히게 되면
삽으로 눈 속에서 굴을 파기
너희 집에서 우리 집까지
굴을 뚫고 오가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죽으면
무덤을 나란히하고 누워
깜깜한 땅 속에서
드러누운 채로 팔을 뻗어
나무 뿌리처럼 팔을 뻗어
서로 간지럽히기
- 시인의 시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이는 애정시여서 마음이 끌리던 나날. 그리고 이를 전해 준 이여.
단절과 소통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 때의 나는
사무실 대청소 중에 누렇게 바랜 나의 옛날 책들을 보관한 작은 박스 안. 책과 책사이에 찔러 넣었던 카피본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의 지나간 젊은 시간들과 함께 불/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