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통화

가을이면
금빛 동전을 짤랑거리는 노란 은행나무
둥치를 사이에 두고 만나기
만나서 손잡기
사랑하는 이여.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아아 끝없이 끝없이 눈이 내려서
집도 세상도 폭삭
눈에 파묻히게 되면
삽으로 눈 속에서 굴을 파기
너희 집에서 우리 집까지
굴을 뚫고 오가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죽으면
무덤을 나란히하고 누워
깜깜한 땅 속에서
드러누운 채로 팔을 뻗어
나무 뿌리처럼 팔을 뻗어
서로 간지럽히기

 - 시인의 시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이는 애정시여서 마음이 끌리던 나날. 그리고 이를 전해 준 이여.
   단절과 소통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 때의 나는
   사무실 대청소 중에 누렇게 바랜 나의 옛날 책들을 보관한 작은 박스 안. 책과 책사이에 찔러 넣었던 카피본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의 지나간 젊은 시간들과 함께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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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7-1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불쑥 현재의 나를 깨우는 낡은 기억들이 간혹 있지요.
간혹 그때의 내가, 지금과는 먼 곳에 서 있는 내가 남긴 작은 메모라도
발견할 때면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내가 잊은 나를 발견한 듯하여...

모래언덕 2004-07-1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마음이 서늘해지는 느낌과 함께...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안타깝거나 쓸쓸하지는 않으니
이젠 제가 정말 늙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