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구입한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단순한 기쁨과 더불어 숲을 연달아 읽었다.
틈틈히 손에 잡히는 책들을 포함하여 근 4주에 걸쳐 읽었으니  그리 게으름을 피운 편은 아니고 쉽게 읽은 것도 아니라고 해야겠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쓴 짧은 감상문이 생명을 잃은 것 처럼 보여서 그냥  묻어두길 수회.. 이번도 그러하다.
무언가를 완성하여야 겠다는 조급함이 나를 채운다.
새로운 집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들의 사상의 폭과 사념의 깊이를 담기에는 너무 작아  이제 넘치는 대로 내버려둔다.
그들이 흐르는 것을 본다.

다시 돌아가 책장의  맨 첫 줄의 처음 책을 펼쳐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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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손바닥만한 베란다의 옹기종기 모아놓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은 고추 모종이 드디어 결실을 맺어 딱 내 검지 손가락만한 풋고추가 대롱대롱 열렸다. 다른 화분에는 하얀 고추 꽃이 예쁘게 피었을 뿐인데 한 화분에서 한 녀석만 줄기차게 성장을 하더니 드디어 우리 집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 후후 콧노래를 부르면 그 한 개를 씻어서 하얀 접시위에 올려놓으니 여덟 개의 눈동자가 반짝 반짝 한다. 얘들 아빠부터 한 입씩 꼬맹이까지 그러고도 조금 남은 고추꽁다리는 화분에 물을 제일 많이 준 아빠에게 양보한다. 아사삭 참 맛있다. 이제 며칠 후의 아침 식탁에 오를 디저트는 지금 빨갛게 물들고 있는 미니토마토 두알이다. 우리 베란다에서 여름이 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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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고 그리고 선물하고... 
분명 있었는데 한참을 찾아도 없으면 아 전에 누구누구를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든다.  나이 탓인지 어제 일도 생각이 잘 안나니...
책을 잘 빌려주지는 않지만  마음 내키면 선물하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 산 더불어 숲도 분명 사놓았던 것이었는데 책을 펼치기도 전에 선물하고 한참 뒤에 다시 구입한 것이다. 요즘은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는 책이 점점 늘어난다.  체력이 특히 눈이 따라가 주지 않아서 몇장 보지 않고 나가 떨어지니 나중에 명퇴하면 읽는다고 스스로 위안 내지는 격려하면서 사놓은 책들도 다 읽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난 주 월요일에 책을 받았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 심신이 지친 날 읽어야지 하고 미루어 두었다.
- 아웃사이더 아트 : 일요일 밤에 읽다 -> 다시 느껴야 겠다.
- 로트랙 몽마르트의 빨간 풍차는 지난 주 후반에 읽었다. 천재를 완성시키는 것은 비극적인 죽음일까?
- 단순한 기쁨 : 조금씩  접근하련다.
- 거미여인의 키스 : 책으로 진지하게 읽고 싶었지만 아직 펴들지 못함, 결심이 필요할 듯 계속 읽는다는
-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 내가 좋아(?)하는 노신 조금씩 다가갈께요.

지난 번에는 아이들 책을 위주로  구입하였는데  '하이타니 겐지로'님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프린들 주세요'도 뜻밖의 보물을 만나서 한동안 감동에 젖어있었다.   둘다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이번에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폴오스터 시리즈... 솔직히 CD가 궁금한데... 살까 말까 망성이는 중 혹시 누구 들어본 사람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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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서 오월이 느껴지니...  4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매일 9시가 넘어 퇴근하는 엄마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공부샘이 많은 딸아이는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럽도록  공부하고 또 그렇게 중간고사를 치루었다.
이제 중학생인데 벌써 저렇게 진을 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면서도 내심 흐뭇하기만 한 이 날라리(?) 엄마는 자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정말로 최선을 다하는 딸아이의 모습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 난 요즘  어떤  일이라도  저토록  치열하게 애써 본 적이 있던가? 저토록 진지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 한 적이  언제이던가? 사람이든 일이든지 가슴에 품고 그 열정으로 밤을 밝힌적이 도대체  언제적 일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나이를 핑계대고 기억력을 탓하고 체면을 차리느라 난 그냥 그렇게 겉늙어가고 있었나 보다.

전화기 속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은 집에 일찍 오라고 독촉이다.
그래 엄마도 지금은 나의 일에 충실하고 있단다. 조금만 기다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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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6-2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다른 코멘트 보고 건너왔는데 여기다 글 남기네요. 아이들이 이만큼 성장할 때까지
어떻게 자기 일을 가꿔나갈 수 있을지, 요즘 너무 고민스러운 터라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가 나를 놔주지 않아, 하고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지만 그게 정말 이유인지
요즘은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음, 저랑 같은 인천에서 사시는 듯해
더 반갑네요...
 

요즘 내게 일주일은 너무 빨리 그리고 치열하게 가버린다.

야근을 하고 늦은 밤 버스에서 내려 불이 꺼진 상점들을 지나 골목길을 걸어갈 때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가정의 따스한 입김으로 덥혀졌던 내 가슴이 스산한 밤기운에 심약해 지는 시간.
어느새 쉬운 삶에 안주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고 몸을 추슬려 힘겹게 발을 딛지만
집을 찾아 가는 그 발걸음처럼 확신이 있는 것인지...어느 것이 잘 사는 삶인지 모르겠다.

아파트 숲에 들어선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실의 환한 불빛을 받으며
높다란 화분 받침대 위로 가지런한 잎들이 보인다.
지난주에 심었는데 어느새 한자 이상 자라난 방울토마토 줄기로구나.
그 줄기들처럼 엄마는 아직도 마음이 자라고  있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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