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아

산 채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한번 더 벗겨내고

그리고 새하얀 알몸으로 자네에게 가네

이 사람아

세상이 나를 제아무리 깊게 벗겨놓아도

결코 쪽밤은 아니라네

그곳에서 돌아온 나는

깜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나는

자네 입술에서 다시 한번

밤꽃 시절에 흐르던 눈물이 될 것이네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이후로 좋아하게된 박라연 시인
병을 앓고 난 뒤 원숙함 대신 처음의 패기를 볼 수 없게 된 것이 약간의 아쉬움.
그러나  숨길 것 없는 알몸인채로 그대에게 가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그 원형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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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1. 30분 일찍 일어나서 좀 더 여유있는 아침상 차리기
2. 아무리 늦게 퇴근하더라도 아들내미 책가방 싸는 것과 숙제 확인하기 
3. 자기전에 아이들 꼭 안아주고 뽀뽀하기


직장에서
1. 그날 할일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만족할 만큼 해내기
2. 하루에 한번 이상 팀원들 칭찬하기
3. 해야할 일을 사흘이상 미루기 없기


그리고 
1. 1주 2회이상 5키로미터 이상 걷기
2. 좀 더 자주, 아는 사람들에게 안부 묻기
3. 진짜 그리고... 마이리스트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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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han63 2004-01-0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해서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어요.
오늘이라도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글로 정리해야겠네요.

하루에 한번 이상 칭찬하기- 정말 필요한것이죠.
 

거의  서점에 나갈 시간이 없는 게으른 나로서는 독자 서평과 感에 의존하여 책을 고르기에 책을 받기까지 과연 어떤 책일까하는 기대와 호기심으로 보내게 된다. 막상 받고 실망하는 적도 있지만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뜻밖의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는 묘미인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 두분과 엄마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인물들이어서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아이의 환상을 채워주는 사과나무 위의 할머니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턱없는 칭찬이나  성급한 비난없이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옆집 핑크할머니, 부족한 것이 느껴지는 살림살이지만  풍성한 마음으로 이웃을 생각하는 부드럽고 자상한 엄마, 그렇다. 부드러움. 안디와 핑크할머니를 연결하는 끈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표현되는 부드러움일 것이다.

안디가 선뜻 자기 집 마당의 아름다운 꽃을 핑크할머니께 나누어드리려 할 때 걱정하시는 핑크 할머니께 했던 말 ' 우리 부모님은 남에게 주시기를 좋아한다구요'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비친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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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2001년 여름에 들린 선운사 초입엔 분홍 목백일홍이 한창이었다.
남도의 절 마당마다 진분홍, 연분홍 자태를 빛내던 꽃나무
충청이북에서는 제색깔을 볼 수 없는... 배롱나무
예전에는 이 꽃이 다 피고 져야 이팝을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는 가난한 서민의 바램이 숨어있기도 하는 꽃

우리의 희망도 이 꽃처럼 수없이 졌다가 피어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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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 2004-07-1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남도땅, 배낭여행 비슷한 것을 하며 눈이 시리도록 본 것이 목백일홍입니다.
제일 처음 출발지인 선운사 초입의 작은 수퍼에 가게지붕을 온통 뒤 덮듯이 서있는 화사한 꽃의 이름을 몰라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답니다. 이팝나무... 어디를 가도 눈에 가득차는 꽃들이 우리가 사는 서울로 올라올 수록 제 색깔을 잃어가더군요.
30여년전에 식수하신 그 꽃나무는 여름이 오면 얼마나 많은 꽃을 달고 있을까요?
책방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젯밤 무심코 펼쳐 든 신문에 실린 사진 한장이 내 눈을 뗄 수 없게 하다가 급기야 눈물이 핑돌게 만들었다. 이란의 지진으로 2만명으로 추산되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기막힌 본문 내용에, 젊은 아버지가 이번 지진으로 희생된 어린 아들을 묻기전에 마지막으로 입맞춤하고 있는 사진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나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아직 체온도 채 식지않았을 것 같은 아들의 늘어진 여린 손목과  하얀 맨 발.  고작해야 10세 남짓, 딱 우리 아들만한 나이라서 더 큰 아픔으로 여겨지는 것일까? 이마를 천으로 싸맨 아버지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삶과 죽음으로도 떼어놓지 못할 것 같은  그 이별 장면이 출근길 버스에서도 내내 눈에 밟힌다.

세상이 조금 가진 자에겐 더욱 냉혹하고 살기 어렵운 곳으로 되어가는 이치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지... '이란'이라는 나라는 그 많은 석유자원을 수출하여 얻은 이익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 것일까?  천재지변으로 나타나는 자연의 울림아래에서 인간의 업적이나 능력이라는게 참으로 보잘것 없는 것이겠지만 방치되다시피 내평겨쳐진 민초들을 보니 그 곳이 저 먼 이국이라하여도  남의 나라일 같지않게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슴에 손을 얻는 경건함으로, 내가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는 주검 모두에게 안식이 있기를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속에서도 그들과 함께 했던 기쁜 순간으로 인해 평안을 얻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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