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 온 책이기에 기쁨이 더 커야 하는 데... 읽기를 마친 지금은 채 읽지 않고 덮어 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느 사이인가 이 시리즈가 삶의 올바른 방향 가르치기에 들어서 버린 듯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고나 할까요?
사실도 아니고 신화도 아니고 수필이 되어버린 그리스 로마 신화 앞에서 묘하게도 난 좀 우울해졌습니다. 
신들의 기가 막힌 무자비함과   터무니없는 자비심에 아연해 하면서,,, 또한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에 나를 비추어 보며 조금씩 스며들 듯 읽는게  신화가 아닐까 생각해 왔는데 너무나 친절한 길라잡이 앞에서 전 오히려 갈 길을 잃고 만 기분입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소회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중간 중간 그의 목소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1편과 2편을 다시 들추어 보니 그 생각들이 군데 군데 녹아있는 것은 비슷한데 3권에서는 그 절묘한  비등점이 그만 도를 넘어버린 듯 합니다. 끓어오르는  증기에 제 마음이 답답해 진 것인지 아님 그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제 눈치가 생긴  탓인지요?
언젠가 본 표현인 '노회한 이야기꾼...' 왜 자꾸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지요. 감히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이 저의 자격으로  합당한 것이 아닐 것 같습니다만 이제 4권이 나온다면 먼저 조심스레 책갈피를 열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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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점 반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0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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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망설임끝에 그림책을 샀다.
이 나이에 읽는 그림 동화책이라니...
얇고 작은 앙증맞은 책이지만  다른 무거운 책을 살 때보다 한결 뿌듯하고 들여다 볼 수록 흐뭇한 마음이다.

툭 튀어 나온 이마, 찢어진 듯 갸름한 눈과  납작코 거기다  빼어 문 입술까지..
그런데 그 미운 얼굴이 왜 이렇게  정다울까?
무엇보다 반가운 건 분꽃이 한아름 피어 있기 때문일게다.
황토빛 책 갈피 갈피마다 여름 오후의 정경이 고스란히 녹아있고
나른한 햇살 아래에서는 무에 급할 것도 부산스러울 것도 없이
넉점 반 넉점 반 마음속에 울리는 노랫소리 하나 입에 물고
나도 어린 날의 오후로 나들이를 간다.
주위의 풍경에  마음 빼앗겨 골목 골목 헤집고 다니다가 어둑 어둑 땅거미 지자
문득 집에 가야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겁지겁 돌아서던 유년의 어느 날
빨간 치마 아기는 두손에, 저고리 고름에 분꽃 가득 달고서 집으로 돌아와
쪼그만 입을 벌려 당당히 외친다.
엄마 지금 넉점 반 이래...
걱정반 꾸중반 동생에게 젓물린 채 지긋이 바라보는 아기가 꼭 빼어닮은 젊은 엄마...
정겨움으로 미소가 슬며시 피어오르고 가슴 한 켠이 아스라해지는 그리운 날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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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래언덕 2004-11-2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느 서재에선가 넉점반의 주인공을 서재주인의 어린 따님이 그린 사진을 보았었는데 혹시 참나님?
 

알라딘 메인화면의 베스트셀러 최고 40% 할인이 나를 또 잡았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군..
그동안 차곡 차곡 담아온 장바구니가 차고 넘쳐서
오늘 점심시간엔  순서를 정하여  하나씩 보관함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였다.

아니야 혹시 품절이라도 되면 또 한참 후회할 거잖아?
심각한 표정으로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옮긴다.

나온지 1년 지나면 사자구
이러면서 주저주저 보관함으로 옮긴다.

아쉬움에 보관함을 쭉 훑어 보다  할인폭이 커진 것은
급히 장바구니로

저 큰 도서관을 울타리안에 두고 굳이 사야겠니?
다시 보관함

이건 병이야 병
장바구니보관함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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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2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바구니보다 보관함에 넣어두는 책이 더 많은지라 대략 슬플따름이옵니다.ㅜㅜ
 

버스가 영 오지 않았다.
통로쪽 자리에 겨우 엉덩이를 디밀고 고개를 들자
앞 유리창 위의 동그란 시계가
넌 영락없이 지각이야 이렇게 알려줬다.

교정을 가로 질러갈 배짱이 없어서
택시로 갈아타고 후문에서 내렸다.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한산한 횡단보도를
이미 지난 출근시간이라
뛰어 건너기도 멋적어서
천천히 걸었다.

하늘이 보였다.
무수한 플랭카드 위로 하늘이 보였다.

공인회계사 합격축하
JOB 아라. 취업영어특강
ㅁㅁ회사 취업 설명회

파란 하늘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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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설레임을 그냥 담고 있을 수는 없음이야.
어젯밤 EBS를 통하여 Queen을 만났거든.
그것도 80인치 대형 화면을 통해서 생생한 모습으로 말이야.
좁디 좁은 우리 집에 웬 80인치 대형 화면이냐고? 그건  이따가 맨 끝에 알려줄께.

Queen!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공연이야. 그러니까 아주 젊은 퀸을 만난거야.
그때, 그래 우리가 대학 1학년때.. 아주 아주 옛날 옛적이지..후후후

Save me.
Love of my Life.
이 곡들을 신청곡으로 적어내며 후문가 다방에서 가슴저린 그 목소리에 황홀해 하던 때
그 때는 24년 후에 이렇게 우리집 거실에서 그들을 만날 줄은 몰랐었지.
약간 뻐드렁니가 분명한 그래서 착해 보이는 프레디 머큐리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말이야.

Sombody to Love
검은 콧수염이, 쭉 벋은 다리가, 벗은 웃통이, 쇼킹한 핫 팬츠의 프레디 머큐리는 경이롭기까지 했어.
그렇게 봐서 그런지 그의 성 정체성이 엿보이는 몸짓도 말이야.
쓰러질 것 같이 갸날퍼 보이는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는 그래 이제는 무딜대로 무디어진  아줌마의 맘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오더군...
요즘 대형 공연은 음향기술로 가수의 목소리를 살린다지만  피아노와 드럼과 2대의 기타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휘어잡는 그들..
생각같아서는 볼륨을 최대한 높이고 싶었지만
밤 12시가 넘은 아파트에서 가당키나 한 일이야?

Under Pressure!!
로저 테일러의 드럼과 보컬... 곱상한 그 얼굴과 달리 연주는 박력 그 자체지...
손바닥으로 장단을 맞추고  몸을 흔들었지.
저렇게 무대 위를 펄펄 날아다니는 프레디가 고작 10년 후에는 저 하늘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 말이야. 그들 공연의 항상 마지막 곡이라는  "We are the Champion'을 들으며 차디찬 맥주 한잔으로 그의 영혼의 안식을 위하여 건배...
그랬었어.
어젯 밤에 아니 오늘 새벽에 말이야.


대형스크린  이야기해줄께
방학 중간쯤 됬을 때야.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우리 프로젝터 하나 설치할까? 하길래 TV가 없는 우리집이니까 내가 '그러지 뭐' 그랬거든. 내가 말 한 그러지 뭐는 한 3개월 쯤 생각해보고 한 3개월 쯤 고르다가 한 3개월쯤 후에 사러가 볼까 그런거였거든...
근데 다음 날 퇴근해 돌아와 보니까 남편이 웃으며 뭐 달라진 것 없어 이러더라구. 아무리 둘러봐도 없는거야.. 뭔데... 당신 사고 쳤어???요 했더니... 숨겨진 커텐 걸이 위에서 뭘 쑥 잡아 내리는 거야. 앗 대형 스크린... 고개를 후딱 돌리니까 반대편 천장에 떡하니 자그마한 프로젝터가 매달려 큰 렌즈 자랑하며 웃고 있더라는 말씀...

그래도 프레디 머큐리를 그렇게 실감나게 만나게 해주었으니까 카드 값 나갈때는 마음이 아프겠지만 이제 면박은 그만 주어야 할 것 같아.  우리 남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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