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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을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2년 10월
평점 :
가끔 네이버 사이트에 들어와 연대별 변천사가 담긴 서울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가고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구한말 앙상하게 여기 저기 난맥상으로 얽혀 있는 초가와 광목옷,족두리,곰방대,망건,상투를 튼 백성들의 모습이 일제 강제기에 들어와서는(특히 1920,30년대) 도시계획과 도로확장,신식건물 등이 들어서면서 모더니즘 서울을 발견하게 된다.나아가 해방후 한국전쟁 와중에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은 온통 휘어지고 뭉개지고 헐린 모습이 위주가 되며 196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개발 계획,도시화 계획에 따라 농촌의 이농현상이 급격해지면서 증가일로의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고 좁은 면적에서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서울 강남개발,아파트 건설이 현재까지도 진행이 되고 있다.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를 한 조선은 현재까지도 그 명맥이 이어지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중심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되고 아시안 게임,서울 올림픽을 치루고 괄목할 경제성장을 보이면서 전세계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서울 중심부가 명동에서 이제는 강남역 부근으로 옮겨 가면서 세월의 격세지감,시대의 흐름,변화까지도 읽을 수가 있는데 도시계획에 따라 바둑판과 같은 사통팔달의 도로망,서민들의 교통망인 전철,쭉쭉 뻗어 있는 초고층 건물들의 위용이 서울의 모습을 상징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서울의 모습이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을 하지만 속내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이러니한 면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명품도시,드림 허브에 맞춰 서울시민,내방객들이 숨쉬는 공간이 획일적이고 삭막하고 상업적인 색채로 치장되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그것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한국 본래의 전통 건축물,오래도록 기억해야만 할 건물,거리가 정권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온데 간데 없다.또한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기존 주민들은 정처없이 또 다른 주거지를 찾아 떠나고 투기를 노린 일부 자본가들로 서울의 지가,부동산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했다.지금이야 경제버블이 꺼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주춤거리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아파트에 대한 미련은 절대 놓지를 못한다.
기자 출신인 권기봉저자는 서울을 네 가지 요소로 나뉘어 직접 탐방하여 관찰하고 기록하고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일상을 걷고,장소를 걷고,의미를 걷고,문화를 걷는다는 서울의 커다른 줄기는 읽는 내내 불편함이 저절로 배여져 나왔다.그것은 주지하다시피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한 획일적인 도시개발과 부실공사,전시효과를 노린 행정건설 등으로 인해 개성없는 도시,국적없는 도시가 되어버린 지가 오래이다.성수대교 붕괴,삼풍백화점 붕괴가 대표적인 부실공사의 상징이다.또한 비록 일제 강점기 일본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지만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과 진보적인 미래창출을 위해서라면 일부분이라도 그 잔재를 남겨 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고 처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모두에서 말했지만 구한말,일제 강점기시 지어진 건축물들이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고 미래를 밝혀주는 등대불이 아닐런지 묻고 싶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민주화 인사들이 수없이 희생되고 탄압을 받았다.민주화 인사들의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실천적인 사고에 의해 정치민주화가 이루어졌건만 민주인사에 대한 존경과 배려는 없고 지난 군사독재정권이 이룩해 놓은 것들을 찬양하는데 서울시가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예를 들어 상암동의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신당동의 박정희대통령 사저를 등록문화재로 등재했다는 것과 전쟁기념관이 전쟁 선행학습 등으로 변질되고 피맛골과 같은 서민들의 향취,한국만이 갖고 있는 전통거리를 불도저로 무참히 헐어 버리고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다.무조건 현대식 건물로만 지어 놓아야 서울이 품격있고 명품에 버금가는 도시인가?
서울의 과거,현재를 조망하면서 느끼는 점은 한국인의 기질상 '콩 볶아 먹듯' 짓고 다시 헐고 또 짓고를 반복해 나가고 있다.정부,시청,건설업체 등이 어떻게 짜고 치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시민,타지에서 올라 온 사람,외국인들이 서울을 바라보는 첫인상이 아늑하고 깨끗한 공기와 시민정신,한국고유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진짜배기 서울의 모습을 재현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