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리를 마저 하다 보니, 찍은 기억이 없는 사진들이 나왔다. 아....친정에 있을 때, 예진이가 하루 내 엄마에게 눌어붙는 것을 보고 아빠(예진이 말고 울 아빠^^)가 손녀딸 데리고 잠깐 산책을 나가서 찍은 사진인가보다.

아빠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셨다. 따로 공부를 하시는 것은 본 적이 없지만. 어쩌면,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는 것 보다는 카메라 만지는 것을 좋아하시는 건지도 모른다. 원체 모든 기계들을 사랑하시니까.^^

아빠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찍은 사진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내 사진 속에서 진/우는 언제나 화면을 가득 채운다. 엄마인 나는 진/우에 대한 사랑이 욕심껏 넘쳐서 아이들 이외에 세상은 렌즈 안에 담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간혹 여백에 세상이 담기더라도 그것은 아이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연출'에 불과하다. 사진을 걸러내는 과정에서도 그렇다. 활짝 웃는 모습, 귀엽게 찡그리는 모습...그렇게, 엄마가 보고 싶은 모습들만 걸러진다. 어느새 사진 속의 진/우는 엄마에 의해 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빠가 찍은 손자 손녀의 사진에는 그런 욕심이 없다. 아이들은 그저 배경 속에 예쁘게 녹아들어 있다. 웃는 모습도, 귀여운 척 하는 모습도 아닌데도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언뜻, 사진 속에서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내면을 발견해 내기도 한다. 내가 찍은 사진을 편집할 때는 밝기 보정하랴, 글자 넣으랴, 마음에 드는 구도로 자르랴...분주한데, 아빠가 찍은 사진들에는 그런 잡스러운 기술이 별로 필요가 없다.

 

 

 


이 사진도 예쁜 것 같다. 구도니 뭐니 잘 모르지만, 열중하고 있는 예진이와 자갈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따로 손 대서 만든 효과가 아니다. 과다노출이 빚어낸 신비로운 화면...이라고나 할까.^^

사진들을 보며 이렇게 느긋한 마음이 되는 것은.... 손녀가 내 딸을 못 살게 구는 것을 보고, 내 딸 쉬라고 손녀 손을 붙들고 나간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손주 젖 먹는 모습을 보며, 시부모님들은 "아이구 내 새끼, 많이 먹어라~" 하고, 친정부모님들은 "이놈아, 내 딸 그만 좀 뜯어먹어라~" 한다지 않는가? ^^

 

 

 

손녀 찍으시다가 갑자기 예술적 감흥이 이셨나보다. 하늘...제법 멋지다. 딸래미들이 돈 모아서 아빠에게도 디카를 하나 장만해 드려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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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세번째 화면은 신비로운 분위기로군요~ ^^

nemuko 2004-03-2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번에 휴가를 얻어 2주간 친정에 다녀왔는데. 저의 엄마 아빠가 임신한 제가 힘들까봐 재희를 도맡아 봐주시더라구요. '엄마 아프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랑 놀자...'하시면서요. 덕분에 2주내내 잠만 자다 왔는데... 님이 쓴 글을 읽으니 엄마 아빠가 몹시 그립습니다.

마냐 2004-03-2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빨랑 장만해드리세요...사진이 장난이 아니예요. 음..울 아빠는 애들 사진, 저리 찍어주신 기억이 별루.....음....디카를 사드려야 할까요?

진/우맘 2004-03-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한테 아까 전화가 왔는데, 마지막 하늘 사진은 예진이가 찍은거라는군요!!!!
오....예진이에게 디카를 사줘야 할까요? ^^;;;

뎅구르르르~~ 2004-03-2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올해 아빠 생신때 사드릴까나? 돈 모아서 존걸로.
 
 전출처 : 갈대 > <퍼옴> 자신을 알아보는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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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변덕이 심하다나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발산 어쩌고 하는데...글쎄요?

프레이야 2004-03-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아주 좋은 평가결과가 나와서 제 기분이 up 되었어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아닌 것 같아서 다시 해보니 이제야 제가 생각하는 저랑 거의 맞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것도 그런대로 괜찮네요.^^

마태우스 2004-03-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겸손한 사람이며, 한번 사귄 친구에게 극진히 한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친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극복하기가 어렵다네요...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안적은 앞부분을 빼면요. 호홋, 진우맘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발산? 그래서 제가 님의 포로가 되었지 않습니까. 하핫!<--이거 부군께서 보시면 제가 위험해지나요?

진/우맘 2004-03-2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우리는 서로의 외모를 바탕으로 한 강한 신뢰로 묶여있다니까요. 그래도 정 마뜩찮아 하면, 마태우스님의 외모까지 믿게해주죠, 뭐.^^;;;

마립간 2004-03-2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형광등이네요. '외모를 바탕으로 한 강한 신뢰로 묶여있다.'라......

가을산 2004-03-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일부러 어중간한 답은 다르게 두 번 해 보았는데 결과가 똑같이 나오네요?
ㅋㅋ 기분 up 시켜주는 설문인가봐요.

진/우맘 2004-03-2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그냥, '서로의 얼굴을 믿는다'죠.
더 심하게 설명드리면, '니가 설마, 그 얼굴로 바람을 피우랴...' ^^;;;;

sooninara 2004-03-2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하고 같은사람으로 나왔네요..^^저도 겸손하고 친구에게 극진^^

sooninara 2004-03-2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진우맘님...그말이 정답이네요..저와 남편도 그렇게 믿고 살아요..^^
그런데...사실은 못생긴 사람쪽이 바람을 더 잘 핀다고하네요...

마냐 2004-03-2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큼, 발랄, 매력..재미, 현실적....아홋...정말 기분 업됩니다. 감솨~~

ceylontea 2004-03-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과가... 저는 마태우스님과 같은 것 같아요... ^^

明卵 2004-03-2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은 당신을 상큼하고, 발랄하고,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현실적이면서 늘 즐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든지 주위의 이목을 사로잡는 사람이지만 적당한 주제파악으로 교만해지지 않을 줄도 아는 사람이죠. 당신은 다정하고 친절하며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처진 기분은 업! 시켜주고 어려울 땐 도와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래서 기분을 up! 시켜준다고 하신 건가 보군요^^ 마냐님과 같은 결과인 듯 한데.. 기분 좋네요~
 

2004. 3. 19.

★★★★★

이 만화를 지금에야 만난게 어찌나 다행인지. 순진무구하던 10대에 만났더라면, 아마 존재하지도 않을 남자 죠지를 이상형으로 삼고 마음 고생 꽤나 했을거다. 죠지, 그런 카리스마...세상 어디엔가 한 둘 쯤은 있겠지. 하지만 그런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은 아침 등교길에 북극곰이나 목도리 도마뱀을 만나 사이 좋게 손잡고 걸어갈, 뭐 그런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정도의 확률이라면, 그냥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독한 맘 먹고 1권만 빌려오길 잘했다. 다섯 권 다 빌려왔더라면 지금쯤 눈이 벌게서는 '피곤해...졸려...'를 연발하고 있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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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3-2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만화 재밌지요?! 야자와 아이는 딱 소녀취향의 만화를 무척 잘 그려요....

Smila 2004-03-2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나이에도 죠지가 이상형이예요. 세상엔 별놈이 다 있으니까 죠지도 아마 한두놈쯤 있겠죠... 내 손이 닿지 않는 그곳에.

chaire 2004-03-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나 멋진 남자가 나온단 말이죠? '꼭 봐야겠다!'

sooninara 2004-03-2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죠지는 언제나 자유롭게 떠다니는 유형이죠...멋있긴하지만...
파키보고나서 야자와 책을 찾아봤답니다..내남자친구이야기..나나..하현의 달...요즘 애장판으로 다시 나오는 천사가 아니야까지..특이하고 멋있는 작가예요..

마냐 2004-03-2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레님 말마따나...그렇게나 멋진 남자라니...도저히 안 보고 못 견디겠네요...오옷. 벌써부터 떨려요..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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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1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진우맘님의 타임관리에, 이런 충격적인 진실이 숨겨져있었군요! ^^

마태우스 2004-03-2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 만화를 안봅니, 님보다 시간이 많죠. 낄낄낄. 하지만...술을 주5회 이상 마시니... 하핫.
 

단조로운 일상만 반복될 것 같은 수영장에서도 가금은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언젠가 어떤 아주머니는 수영모자와 물안경만 쓰고 샤워장을 나왔다. 샤워하느라 벗어놓은 수영복은 그대로 샤워기 조절 레버 위에 걸쳐둔 채였다. <중략> 다들 비슷비슷한 모습이어서 누가 조금 전 소동의 주인공인지 금세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태연하게 풀을 향해 걸어나오던 그 아주머니의 검은 사타구니와 늘어진 젖무덤만은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슬프다고도, 그렇다고 우습다고도 할 수 없는 기묘한 이미지였다. <중략> 왜 하필 그때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후로도 모욕을 받거나 궁지에 몰리면 여지없이 그 이미지가 집요하게 점멸하였다. 그러는 바람에 나는 모욕을 되갚아주거나 궁지를 탈출할 기력마저 잃어버리곤 하였다. 얼굴도 없이 오로지 몸통만으로 된 그 이미지는 마치 무슨 토르소 조각 같았다. 위기의 국면, 모멸의 순간마다 그 토르소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힘 내라구! <중략> 토르소는 또 말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렇게 뛰쳐나가기 전까진 나도 멀쩡한 인간이었다구. 너 따위의 머릿속에 토르소로 남기는 싫었다구. <후략> --- '오빠가 돌아왔다' 너의 의미 中 ---

'도날드 닭'을 그린 이우일의 그림이다. 저 그림과 글을 보고 나는 교훈을 하나 얻었다. 아니, 결의를 다졌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혹여나 수영복을 잊고 풀에 나가는 사태를 맞더라도, 누군가의 머리 속에 위기와 모멸의 토르소로 남으면 안 되겠다!" -.- 내 머리 속은 나도 이해 못하겠다. <샤워장을 나서기 전엔 꼭 수영복을 체크하자> 뭐, 그런 것도 아니고...

여하간, 저 그림은 왠지 슬프다. 고대 다산을 상징하는 미의 여신상과 같은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이젠 아무도 저런 모습을 아름답고 풍요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슬픈 토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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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1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진 뱃살이 서글퍼질 때, 목욕탕에서 팽팽한 가슴을 보면 부러울 때, 있어요.
그럴 때 마냥 내 육신이 슬퍼지지만 다른 맘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몸에 애정을 기울이면
마음은 20대로 되려나요. 적어도 몸을 과소평가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 나이가 들수록 새록새록해요.

Smila 2004-03-2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장면이 계속 머리에서 사라지지가 않더군요. 사실 어떤 실내 수영장이건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전설은 다 있잖아요^^ 문제는 수영복을 잊고 나온 여인이 20대 초반의 처녀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죠. 다 아줌마죠. 자기가 벌거벗었다는 사실조차 때때로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육체에 대한 무관심이 가슴아프더라구요.

진/우맘 2004-03-2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과소평가 하지 말자.
육체에 대한 무관심.
흠....

가을산 2004-03-2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학생 때 20대 초반 총각이 같은 사건을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전혀 고의가 아니게!
그림.. 머리가 너무 생략되어서 몸이 더 슬퍼보이네요.
중년의 몸을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오히려 중년이 되면서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좋지 않나요? 전 20대 때도 날씬한 것과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좋던데요. --a
그리고 몇년만 더 지나 생리에서 해방될 날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우맘 2004-03-2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가을산님. 엄마나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폐경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 공황을 겪던걸요!

가을산 2004-03-2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아요.
호르몬 발란스가 깨져서 오는 증상으로 고생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거라면 약이 있구요..
증상보다 '끝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해방이다'라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정작 그 나이가 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해방'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마립간 2004-03-2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이미지를 빌겠습니다. 허락해 주실거죠.

나그네 2016-10-2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용하신 책의 제목이 정확히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