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낭군님의 정동진 출장은 내일이었는데, 눈 소식 때문에 차를 끌고 가기가 어려워 밤기차를 타야 했다. 연우의 돌잔치 예약을 마치니 1시간 반 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오랜만의 데이트...뭘 해야 하나...고민 끝에 기껏 생각해 낸 것이 만화 카페.^^;
히히히, 오랫만에 야한 만화 좀 봤다. 난 원래 야한 영화나 야한 만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보니 오랫동안 못 봤다.TT 특이한 것은, 남편은 야한 것을 싫어한다. 둘이 살 때에도, 내가 오랜만에 야한 비디오 빌려와서 눈 벌겋게 보고 있으면 "으이그...또 시작이네." 핀잔 주기 일쑤. 이상하다...보통은 남편이 좋아하고 부인은 구박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포르노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남자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꽤 일찍 포르노를 보게 됐다던데, 나는 결혼하고 나서야 봤다. 사실, 그것도, "나 포르노 한 번 보고 싶어! 구해줘잉~"하고 신랑 졸라서...^^;; 그런데 보고 나니 눈 버렸다 싶은게...내가 좋아하는 <야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좋아하는 야한 영화는 주로 잘만 킹감독의 스타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유명한 <나인 하프 위크>의 감독이 맞을 것이다. 특히 좋아했던 작품은 <와일드 오키드 2>.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3학년 때인가...처음으로 가슴 두근거리며 봤던 야한 비디오였다. 기대만큼 야하진 않았다. 발칙하게도 그 때 나는 야한 비디오=헤어 누드, 혹은 포르노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 그런데 행복한 시절의 따뜻한 갈색과 우울한 시절의 푸른색 화면에 확 빠져들었다. 나인 하프 위크에서도 그랬지만, 잘만 킹 감독은 푸른색을 참 잘 다루는 것 같다. 영어권에서 왜 블루를 우울한 색이라고 하는 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흔히 팜므파탈의 전유물 같이 되어 버린, 까만 일본풍의 단발 머리도 인상적이었다.
각설하고, 오랜만에 각오하고 본 야한 만화는 <HEN>이라는 제목이었다. 알라딘에는 없는 상품인 것 같다. 청순한 얼굴에 어마어마한 가슴, 허벅다리보다 가는 허리...결정적으로 교복! 원조교제를 꿈꾸는 불특정 다수의 아저씨들의 성적 환상의 결정체 같은 모습이었다. 허억, 그 가슴은, 제 자리 뛰기 몇 번 하면 눈 까지는 아니어도 턱은 멍들것 같은 모습이었다. 생각보다는 야함의 수위가 높지 않아서 1권을 끝으로 다른 걸 물색해 보려는데, 어라, 부록이 걸작이었다. 이 작가, 자신의 발칙한 성적 취향을 독자 앞에 솔직하게 시인한 것이다. 섹시한 글래머와 귀여운 소녀풍의 두 여주인공이 알몸으로 대화한다. 우리는 만화라고, 저 지저분한 30살에 가까운 아저씨들(작가와 어시스트를 칭하는 듯)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만화라고...게다가 저 아저씨들 요새 게을러져서 스크린 톤도 잘 안 붙여주고 배경 처리도 엉망이라고!
ㅋㅋㅋ 참신했다. 음흉한 본능을 솔직하게 시인해 버리니 뭐라 공박할 것이 없었다. 뭐 아저씨 뿐인가. 서른 다 된 아줌마도 '내게 뭔가를 보여줘~~~'하고 응큼한 눈빛으로 이 만화를 들여다 보고 있었는 걸.^^ 3권까지 읽었는데, 사실 뭐 그렇게 야하지도 않고 스토리도 재미 없었다. 하지만 1권의 권말 부록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이다. 야한 만화라면, 적어도 <여제>정도는 되야지! 그런데, 여제...한 15권까지 읽고 못 봤다. 보고 싶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