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 -상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3월
평점 :
품절


아직 신경숙이라는 이름이 식상해지기 전인, 95년 무렵에 읽었던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제일 처음 떠올랐던 생각은 '정말 잘 지은 제목이다...'하는 것이었다. 단순명료하고 평범하지만 더 이상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 '깊은 슬픔' 그 네 음절의 단어가 책 두 권을 모두 털어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슬픔에 동화되어 한동안 무기력해질 정도였다. 깊고, 무거움, 슬픔.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무거운 돌을 매달고 한없이...한없이...가라앉는 듯한 고통이 정말 내가 겪은 양 생생히 다가왔다.

등을 돌린 세를 느끼면서 무기력하게 살이 쪄 가는 은서의 모습에서 섬뜩할만큼의 현실감이 느껴졌다. 기존의 슬픈 사랑에서 여주인공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말라갔다. 하지만 살이 쪄 가는 은서. 그것이 정말 슬픈 여자의 모습, 결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각 관계. 어긋나고 비켜가는 사랑의 화살들. 숱하게 겪은 이야기임에도 섬세하고 현실적인 내면의 심리 묘사로 이렇듯 뛰어난 수작을 만든 작가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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