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가난하고, 못 배우고, 혈육 없고, 거기다가 여자. 이 땅에서 살기에 뻑뻑한 요소들을 모두 한 몸에 지닌 봉순이 언니.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신산한 삶을 한탄하고 슬퍼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다. 도리어 밝고 건전할 정도로 아무 생각이 없다.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점점 더 힘들어지는 봉순이 언니가 그냥 보면 '막 사는'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봉순이 언니는 막 산 것이 아니었다. 어두운 미래를 내다 보며 한숨짓고 웅크리는 대신 지금, 오늘, 현재를 최대한 열심히 산 것이다. 비록 그 결과가 언제나 씁쓸했을지언정.

어른, 이제 여자가 된 짱아의 마지막 독백 한 페이지에서 책을 읽는 동안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담담하게 생을 기술하던 작가의 베일 너머에 있는 그녀의 삶의 아픔이 그 한 페이지에서 모두 나에게 전이된 듯 했다. 나는 겪어보지도, 지켜보지도 못한 종류의 삶이지만 '여자'라는 미묘한 코드 하나로도 충분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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