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1
김진명 지음 / 해냄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정치가 참 어렵다. 사람들은 맨날 바뀌고 번번히 사고를 치는 정치인들의 이름을 어쩌면 그렇게 잘 외우고 있는걸까. 하긴, 결국 바뀌어봤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 외우기 어렵지는 않겠다. 여하튼,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반도를 읽기 전에는 10.26.사태가 무얼 말하는지도 몰랐고, 대통령은 차지철이 죽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여러분 죄송합니다.^^;;;)

한반도를 좌지우지하는 힘의 근원이 미국의 군산복합체라는 주장은 가히 그럴듯했다. 그런데, 그러한 주장을 포장한 소설의 재미는 김진명의 다른 작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주인공 경훈은 그저 김진명의 앵무새일뿐, 그 자체의 생동감을 갖지 못하고 쉴새 없이 독자에게 설명을 늘어놓는다.

인남과의 러브스토리는 전개가 없으려면 아주 시작을 말던지. 제인스의 정체도, 그의 음모도 크게 대수로울 것이 못 돼고, 결말에 등장한 대통령은 평소 존경해마지않던 나조차도 낯간지러울 정도로 작위적이다. 이 모든 지루함이 내가 정치에 문외한이어서일까? 하고 싶은 열변이 너무도 많은 김진명에게, 두 권의 책은 너무도 좁은 그릇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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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 유어 드림 -상
시드니 셀던 지음, 정성호 옮김 / 북앳북스 / 2000년 5월
평점 :
합본절판


다중인격장애라... 소재 자체가 다분히 추리소설감이다. 이런 소재에서라면 장편 소설을 몇 편이고 무한대 뽑아낼 수 있으리라. 이런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시드니 셀던 다운 천재성이다. 애슐리가(또는 그녀 안의 다른 이가) 범인임이 밝혀졌을 때는 순간 뜨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빛난는 재능은 '소재 선택'을 끝으로 어디론가 소멸해버렸나보다.

'법정 의학 스릴러'라고 이름지으면 될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존 그리샴의 치밀한 법정공방, 로빈 쿡의 예리하고 폭 넓은 의학 지식, 스티븐 킹의 압도적인 공포, 그 어느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비디오 하나 찍어왔다고 그 철옹성 같던 재판장이 180도 마음을 바꾸다니. 그럼, 배심원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들러리들은 오로지 책 분량을 늘려 인세를 더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인가? 초기작들에서의 빛나는 기지와 달콤하고 매력에 넘치던 주인공들이 그립다.

이 책의 장점은 시간 죽이기에 그만이라는 것이고, 이 책의 단점은... 말 그대로 시간 허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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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 1
가나리 요자부로 원작, 사토 후미야 작화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그림이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이름은 더욱 촌스러웠다. 김전일이라니, 김정일 아들도 아니고...^^;; 그래서 권하는 이가 꽤 많은데도 미루고 미루며 읽기를 거부했다. 그런데 올 여름방학, 집 앞 도서대여점은 레파토리가 정말이지 빈약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김전일을 집어들었고, 36권까지 훌쩍 만원이 넘는 거금을 쏟아부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처음 만났을 때의 스릴과 공포가 그림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좀 억지스럽고 작위적인 느낌은 있었지만 미스테리가 풀리며 사건의 앞뒤가 딱! 맞춰지는 순간의 통쾌함은 회를 거듭할수록 독자를 중독시킨다. 우리 나라 만화가들이 그림도 훨씬 잘 그리고 창의적인데... 얼른 우리 나라에서도 김전일 같은 만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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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는데는 10분이면 족한 책, 두 번째 읽을 때는 한 시간도 모자라는 책' 이 책의 광고 문구가 이러했던가? 난 이 책을 딱 한 번 읽었다. 그러게, 대략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두 번째 읽지는 않아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은 10분동안 1시간의 독서보다 더 많은 감동을 전해주었다는 것이다.

웃을 수 있기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존재라는 명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사진 속의 동물들은 웃을 뿐 아니라 고뇌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기도 하고, 수줍은 양 미소를 건네기까지 한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들이라니!

동물 친구들의 모습은 어쩌면 읽는 이의 감정을 마주 비춰주는 거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감성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 책을 접하는 것이 더욱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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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존재할까, 이런 부정이. 아이의 고통에 대한 표현은 너무도 생생해서 눈을 돌리고 싶다. 특히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공포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작가에게 병든 동심이 씌인 것은 아닌가 섬뜩해지기까지 했다. 극단에 극단으로 상황을 끌고가는데도 짜증보다는 눈물을 끌어내고, 신파와 소설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작가의 능력은 높이 살만 하다. 액션과 웃음이 아닌 '눈물'도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면 조창인이야말로 대단한 엔터테이너인 것이다.

작품성이니 주제의식이니 하는 머리 아픈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무게가 실렸다면 이런 걸러지지 않은 눈물은 끌어낼 수 없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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