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아빠는 사정이 있어 집에 못 왔다. 부친상을 당한 선배님 빈소에 다녀와서, 뒤늦게 두 아이를 혼자서 목욕시켰다. 한창 개구질 나이, 연우는 양치한답시고 욕조의 더러운 땟국물을 꼴깍꼴깍 마시기 십상이니 잘 지켜봐야 하는데, 예진양은 옆에서 눈에 비눗물 들어갔다고 수건 내놓으라고 난리고.....끙.
보송보송 기분이 좋은지 침대에서 뛰고, 롤브라인드 줄을 가지고 장난치고, 바둑알을 뒤엎고, 난리법석을 피운다. "꽥~~~`" 내공을 실어 소리 한 번 질렀더니, 기를 감지한 예진양이 놀라 운다. 앗.....이거 또.....실수. ㅡ.ㅡ;;
에잉, 다 몰라 몰라. 장롱 깊이 숨겨둔 판다님 책꾸러미에서 레이몬드 카버를 꺼내들고 누웠다. 청소기를 가지고 놀던~말던. 둘이 침대에서 뛰어내리건~말건~
그런데....어? 단편을 두어개 읽다보니, 사위가 조용하다.
책을 덮고 일어나보니, ㅋㅋㅋ 두 놈이 어느틈에 잠들어 있다.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세상에...요렇게 자고 있냐! ㅋㅋㅋ
야밤에 혼자서 배꼽 잡고 웃느라, 죽는줄 알았네~~~^^

눈은 찌부러지고, 볼살은 밀리고, 입은 튀어나와도, 그래도, 아이들은 자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 특히, 엄마 입장에서는!!!!!
잠들기 직전까지는 꼬마 악마였던 아이들이,
꿈나라로 건너간 그 순간부터는 둘도 없는 천사다.
요 대목에서, 뽀뽀 한 번 안 해주곤 배겨내질 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