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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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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실 나는 실용서를 안 좋아했다. 그냥 사람이 너무 실익만 밝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내용도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도 자리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시골의사의 얘기를 알게 되어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과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동행" 을 먼저 춣판해야 투자얘기를 출판한다고 했다는 얘기에 끌려서- 결론은 매우 만족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세간에 유행하는 단지 얼마를 벌게 해준다는 그런 길라잡이 책이 아니라 정말 내가 중고교때 읽은 경제 교과서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 덕분에 생소했던 경제 용어에도 알은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외평채니 하는 - 또 이렇게 아무렇게나 사는게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을 갖고 흐름을 살피며 더 검약하며 살아야 겠다는 각오를 다지게도 해줬다.

이 책은 보수적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돈 벌 수 있다는 얘기는 없고 금리 이상의 돈을 벌기란 상당히 힘드니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몸값을 올리라는 - 정말 원칙적인 얘기와 종잣돈을 모으라는 얘기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를 정말 온 몸으로 와닿게 얘기하고 있다. 나는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추하고 있다. 사람들은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니 사람들이 아니라 나인가?- 사는데,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살다가는 정말 노후에 병원 갈 돈도 없고 밥 사먹을 돈도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번쩍 스치고 지나간다. 10억을 가지기도 힘들지만 막연히 10억만 있으면 어떻게 살겠지 하는 생각도 위험하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아는가! 금리가 어떻게 될 지, 인플레가 어떻게 될 지!

정년은 짧은데 수명은 길다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축복만은 아닌 것 같다. 45세에 나와 85세까지 산다면 40년을 어떻게 사는가 말이다. 이건 보통 재테크로도 참 난감하단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 책을 본 내가 당장 재테크에 뛰어든다거나 재테크 공부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세상을 좀 더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공부란 평생 하는 것이라는 생각, 좀 더 검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은 나의 다음 계획은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다만 언제 다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 워낙 읽을 책이 밀려있어서... 물론 순서를 다 제끼고 이 책을 먼저 집어들면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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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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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김형경씨를 좋아한다. 그녀의 소설 속 정신분석이 내 삶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고, 그녀가 그녀의 삶을 혼자 힘으로 잘 내딛어 가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나도 내 마음을 파악하고 더 이상 유아가 아닌 하나의 성년으로 내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겨레에 그녀가 일반인들의 고민을 상담해 준 것을 묶은 책이다. 신문에 연재될 때도 큰 흥미를 가지고 손꼽아 기다리며 읽었고 -격주로 기고했음-  책으로 묶여져 나온 지금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샀다. 다시 읽어보니 예전에 읽었던 기억들이 나면서 그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에는 정말 우리가 살면서 겪는 거의 모든 유형의 고민들이 망라되어 있다. 상사와의 관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애인과의 관계등에서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사례들에 대한 그녀의 성실한 분석과 진단이 눈길을 끈다. 내가 다른 정신분석책들을 안 봐서일까? 나는 잘 모르겠지만 김형경씨의 책만큼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 공감이 가게 다뤄주는 책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 자신이 치열하게 자기 삶에 대해 고민했고 분석받았고, 그 결과로서의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입시켜서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너를 이해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언니같은 따사로운 배려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위압적인 자세로 너를 고치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나도 아팠는데 너도 나처럼 그렇게 아팠구나. 나는 그럴 때 이렇게 했어" 라고 부드럽게 말해주는데 그 부드러움 속의 내용은 얼마나 처절하고 적절한지 나는 정말이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나 상처가 있을 것이다. 많거나 적거나. 알아서 잘 치유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 상처때문에 사는게 힘들고 답답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사람들은 분명 치유가 안 되고 있는 사람이고,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을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만 읽는다고 치유가 되지는 않겠지만 수없이 많이 생각하고 노력하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 그러면 정말로 사는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도 더이상은 사랑받지 못한 삶에 대해 징징거리거나 사랑을 구걸하지 않게 되었다. 그건 내가 내 문제를 인식해서 가능해 진 것이다. 그 전엔 나는 내 문제가 뭔지 몰랐다. 김형경씨의 책을 통해 내 문제를 알게 되었고 내 안의 유아를 발견하고 보살피게 되었고, 더 이상은 타인의 사랑이 없어도 혼자서 잘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을 조금이나마 더 편안하게 해 준 그녀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보내고, 다른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도 그녀처럼, 나처럼 힘든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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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 행복님 안녕하세요~
저보다 이 책의 훨씬 좋은 리뷰를 써주셨군요 ^^
사람풍경 리뷰도 생각중인데 잘 안써지네요. 저에게도 이책은 "인식의 문제"의
중요성에 관해 알려준거 같아서 좋게 생각한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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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은희경을 알게 된 것은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중고교때부터도 원래 시험기간에도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소설에 빠져있던 내가 취업준비때라고 달라질 수는 없었다. 매일 보는 지겨운 수험서대신 나는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그 때도 역시 소설책을 보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내 손에 걸린 책이 "새의 선물"이었다. 이미 출판된지 좀 지난 책이었는데 얼마나 재밌었던지 정말 그 지겨운 수험서가 내 손에 다시 걸릴 수가 없었다. 단숨에 읽어나간 그 책은 내게 은희경이라는 새로운 우상을 선사했고, 그 후 이 책의 신문광고를 보고 나는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은희경이라는 작가에 대한 신뢰도 물론이거니와 당시 신문 광고에 실린 이 책의 인용구들이 너무도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신문광고에 실린 인용구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이 인용구였던 것 같다.

"결혼을 두 번이나 할 생각은 없어. 내겐 결혼 생활이 안 맞아"

"나하고는 안 해봤잖아"

"다른 여자하고 애. 그런 다음 나하고 몰래 만나면 되잖아. 우린 괜찮은 내연 관계가 될거야"

"농담 아냐"

"부탁이야. 내겐 농담만 해 줘"

"사랑해"

"그래, 정말 좋은 농담이야"

나는 왜 그리 이 책에 끌렸을까. 사랑에 연연해하고 사람에 끌려다니며 혼자 아파하고 상처받는 내가 싫어서였을까? 이렇게 쿨한, 냉소적인 태도를 나도 지니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애정결핍으로 인해 자아존중감이 약해서 이렇게 강한 태도를 지닌 사람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진희가 좋다. 그리고 그녀의 삶이 아프다. 현석과의 사랑을, 결혼을 거절하고 학교에서도 내쫒긴 그녀의 그 후가 어떻게 될 지가 너무도 염려된다.

'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인지도 모른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리 집착해도 얻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 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의 서두에 있는 이 문단이 너무도 와닿는다. 그리고 소제목들이 어쩜 그리도 상황에 딱 맞게 지어졌는지, 이혼녀 진희가 임신을 확인한 단락의 소제목은 "진입 금지와 갓길없음" 이다. 그 아이에게는 두 가지 선택뿐이라며.

진희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 내내 나를 아프게, 공감하게 했던 책. 어느 인터넷 싸이트의 서평에 엄청난 혹평이 있는걸 보고 그 사람은 고통없이 살았나보구나, 이런 진희를 이해하지 못하게 하고 생각하게 했던 책. 은희경씨의 모든 책을 좋아하진 않지만 "새의 선물"과 함께 나를 은희경씨의 흠모자로 만든 책. 승승장구하는 인생들은 어쩜 이해하지 못할 책인지도 모르지만 적절한 묘사와 뛰어난 비유가 진희의 쓸쓸한 인생을 그나마 맛깔스레 덮어주는 책. 이 책에 영원한 애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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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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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30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다. 이 책보다 재미있게 읽은 책은 많지만 이 책만큼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준 책은 없다. 서재를 만틀면 제일 먼저 쓰리라 생각했던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20대 후반, 그냥 막연히 끌리는 책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고 읽고 또 읽게 되면서 나 역시 세진처럼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 이토록 끌리게 되었고, 읽고 또 읽게 되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세진처럼 정신분석을 받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하지만 돈도 없고, 마침 생긴 딸의 육아에 바빠 시간도 없어서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힘들 때마다 읽고 또 읽으며 나는 내 정신상태를, 심리상태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내 행동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그건 쉽지 않았다. 며칠, 아니 수십일을 골똘히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세진처럼 다른 정신분석책을 찾아 읽을 시간이나 지적 수준도 되지 않았다. 몇년을 이 책과 함께 씨름했다. 세진처럼 감정이 들끓어 더 이상은 나 혼자 끌고 갈 수 없어 이젠 정말 전문가를 찾아가야 하지 않나 고민했고 내가 평안해야 내 주위가 의미있지 돈이 무슨 소용이 있나, 가진걸 정리해서라도 정신분석을 받아야 하지 않나 고심했다. 김형경씨에게 김형경씨가 정신분석 받은 병원을 가르쳐달랠까도 수없이 생각했고 계속 내 생활은 그렇게 살얼음위를 밟는 어린애처럼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어느날 , 갖은 생활속의 스트레스로 화가 치밀대로 치밀어 혼자 잠자리에서 나를 화나게 한 많은 사람들에게 종주먹을 들이대며 욕설을 퍼붓다가 문득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하나!  그건 다는 아니어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의 원인을 설명해주는 단어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평안해졌다. 내 안의 화와 분노의 원인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유아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직도 극복되지 않고 내 안에 남아있었던 것임을 알게 되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마치 나를 억압한 부모가 나중에 보니 늙고 힘없는 노인네에 불과해 분노를 품을 존재도 못 됨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런 감정...

물론 혼자 생각 좀 했다고 해서 전문가에게 치료받은 세진처럼 내 생활이 완전해지고 좋아진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상처가 많은 인간임을 자각하게 되었고, 그리고 내 안의 나를 더 보살펴야지 하는 인식이 생긴것, 그런 정도이다. 그러나 책 속의 의사도 말하지 않았던가. 바뀌는게 싫다는 세진에게 사람은 안바뀐다고, 겨우 5%만 바뀔뿐이라고, 그러나 그정도만 바뀌어도 세상 사는게 훨씬 쉬워진다고...

그리고 그 즈음 한겨레에 "형경과 미라에게" 라는 고민상담(?) 지면이 있었다. 격주로 김형경씨와 박미라씨라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상담(?)해 주는 지면이었는데, 역시 김형경씨는 자신의 정신분석 경험을 토대로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부에 있음을 , 자신을 돌아다 볼 것을 주문하는 답글을 많이 실었다. 그 책이 지금 "천개의 공감"으로 나와있다 -사놓고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곧 올려야겠다 -

이즈음 인생이라는 쿠키상자를 생각하게 된다. 왜 그런 얘기 있지 않은가. 쿠키상자에서 맛있는 것을 먼저 골라 먹으면 나중엔 맛없는 것만 남게 된다는, 그래서 지금 힘들면 나중에 내게는 맛있는 쿠키가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하라는 그런 얘기... 그런데 내 생각엔 쿠키 상자에 맛있는 쿠키와 맛없는 쿠키의 비율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위 말하는 운명이나 팔자라는 것일 것이다. 누구의 상자에는 맛있는게 90개, 맛없는게 10개이고 누구의 상자에는 그 반대로 들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상자의 쿠키의 비율은 죽을 때나 되어야 알게 될 것이고...

내 인생도 쉽진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힘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또 우습지만 세진처럼 나도 남의 행동이나 심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저 사람이 저러는 행동의 기저엔 뭐가 있을까 하고...

제일 재밌지는 않았지만 내게 제일 큰 영향을 준 책, 모든 이에게 정말로 강추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안의 자신을 돌아볼 것을 주문하게 된다.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예전의 자기, 아이였을 때의 자기로 돌아가 상처와 조우하고 치유하라고,,,  한 번 읽는 것으로 이 책의 진가는 발휘되지 않는다고,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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