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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2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의 30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다. 이 책보다 재미있게 읽은 책은 많지만 이 책만큼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준 책은 없다. 서재를 만틀면 제일 먼저 쓰리라 생각했던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20대 후반, 그냥 막연히 끌리는 책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고 읽고 또 읽게 되면서 나 역시 세진처럼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 이토록 끌리게 되었고, 읽고 또 읽게 되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세진처럼 정신분석을 받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하지만 돈도 없고, 마침 생긴 딸의 육아에 바빠 시간도 없어서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힘들 때마다 읽고 또 읽으며 나는 내 정신상태를, 심리상태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내 행동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그건 쉽지 않았다. 며칠, 아니 수십일을 골똘히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세진처럼 다른 정신분석책을 찾아 읽을 시간이나 지적 수준도 되지 않았다. 몇년을 이 책과 함께 씨름했다. 세진처럼 감정이 들끓어 더 이상은 나 혼자 끌고 갈 수 없어 이젠 정말 전문가를 찾아가야 하지 않나 고민했고 내가 평안해야 내 주위가 의미있지 돈이 무슨 소용이 있나, 가진걸 정리해서라도 정신분석을 받아야 하지 않나 고심했다. 김형경씨에게 김형경씨가 정신분석 받은 병원을 가르쳐달랠까도 수없이 생각했고 계속 내 생활은 그렇게 살얼음위를 밟는 어린애처럼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어느날 , 갖은 생활속의 스트레스로 화가 치밀대로 치밀어 혼자 잠자리에서 나를 화나게 한 많은 사람들에게 종주먹을 들이대며 욕설을 퍼붓다가 문득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하나! 그건 다는 아니어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의 원인을 설명해주는 단어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평안해졌다. 내 안의 화와 분노의 원인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유아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직도 극복되지 않고 내 안에 남아있었던 것임을 알게 되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마치 나를 억압한 부모가 나중에 보니 늙고 힘없는 노인네에 불과해 분노를 품을 존재도 못 됨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런 감정...
물론 혼자 생각 좀 했다고 해서 전문가에게 치료받은 세진처럼 내 생활이 완전해지고 좋아진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상처가 많은 인간임을 자각하게 되었고, 그리고 내 안의 나를 더 보살펴야지 하는 인식이 생긴것, 그런 정도이다. 그러나 책 속의 의사도 말하지 않았던가. 바뀌는게 싫다는 세진에게 사람은 안바뀐다고, 겨우 5%만 바뀔뿐이라고, 그러나 그정도만 바뀌어도 세상 사는게 훨씬 쉬워진다고...
그리고 그 즈음 한겨레에 "형경과 미라에게" 라는 고민상담(?) 지면이 있었다. 격주로 김형경씨와 박미라씨라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상담(?)해 주는 지면이었는데, 역시 김형경씨는 자신의 정신분석 경험을 토대로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부에 있음을 , 자신을 돌아다 볼 것을 주문하는 답글을 많이 실었다. 그 책이 지금 "천개의 공감"으로 나와있다 -사놓고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곧 올려야겠다 -
이즈음 인생이라는 쿠키상자를 생각하게 된다. 왜 그런 얘기 있지 않은가. 쿠키상자에서 맛있는 것을 먼저 골라 먹으면 나중엔 맛없는 것만 남게 된다는, 그래서 지금 힘들면 나중에 내게는 맛있는 쿠키가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하라는 그런 얘기... 그런데 내 생각엔 쿠키 상자에 맛있는 쿠키와 맛없는 쿠키의 비율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위 말하는 운명이나 팔자라는 것일 것이다. 누구의 상자에는 맛있는게 90개, 맛없는게 10개이고 누구의 상자에는 그 반대로 들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상자의 쿠키의 비율은 죽을 때나 되어야 알게 될 것이고...
내 인생도 쉽진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힘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또 우습지만 세진처럼 나도 남의 행동이나 심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저 사람이 저러는 행동의 기저엔 뭐가 있을까 하고...
제일 재밌지는 않았지만 내게 제일 큰 영향을 준 책, 모든 이에게 정말로 강추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안의 자신을 돌아볼 것을 주문하게 된다.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예전의 자기, 아이였을 때의 자기로 돌아가 상처와 조우하고 치유하라고,,, 한 번 읽는 것으로 이 책의 진가는 발휘되지 않는다고,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