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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
문용린 지음 / 갤리온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오로지 신문 광고를 보고 샀다. 사실 이런류의 책은 넘치고도 넘친다. 그 중 무엇을 택해서 살 것인가는 오로지 개인의 취향이고, 사실 책의 선전만으로 책의 내용이나 담긴 생각을 잘 알 수 없으므로 그냥 산다는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이번 나의 도박의 결론은? 대체로 성공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공부 잘하게 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의 공부 못하는(?) 아들 얘기를 하며 공부 잘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그렇게 공부 잘 해서 서울대 간 대치동 아이들이 과연 성공할까, 행복할까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나는 책의 내용에 절대 동감이다. 사람들은 기본을 얘기하면 그런건 관두고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걸 알려달라고 한다. 주식 투자건 부동산 투자건 흐름을 이해하고 알 생각은 안하고 그래서 뭘 살까, 사지 말까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런류의 자녀교육서도 어떻게 해서 서울대에 갔는지, 특목고에 갔는지에만 관심을 가진다. 내 아이의 행복과 적성과 소질에 관심이 없고 공부 잘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렇게 공부 잘하면 인생이 행복할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나는 사람은 결국은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것과 결국은 하고픈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괜히 먼 길 돌아가느라 수고만 한 셈이다. 친구 동생은 미술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의 반대로 어문학 전공하고 결국은 한국예종에 입학했다. 지금은 정문연에서 공부하고 있다. 더 가까이 내 신랑도 남 보기엔 괜찮은 일 때려치고 지금은 자기 하고픈 일 하고 있다. 괜히 늦은 나이에 시작해 수고만 더 하고 있다. 나도 남보기엔 괜찮은 직업 가지고 있었지만 갈등이 심했다. 과연 내가 이 일에 적합한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편한 직업은 정년을 보장해 준다거나, 현재 고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사는데 훨씬 편리하고 유리하다. 하지만 사는게 그게 다인가? 열정없이 대충 편하게 사는 것과 좀 고되더라도 재미있게 신나게 열정을 가지고 사는 일, 뭐가 좋을까? 누군 그런다. 그런거 다 철없는 소리라고. 정말 없어보라고, 그런 소리가 나오냐고 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당자가 경험해보고 결정할 일이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내가 인생을 먼저 살아봐서 아는데 하며 자녀의 인생에 개입한다. 끌고 나간다. 방향을 제시해주고 길안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길안내라는 미명하에 좌지우지 한다. 뭘 못하는 것은 큰일 나는 것이고, 남들 만큼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 그 남들의 기준이 무엇인가?
문용린교수는 소위 공부 잘 한 사람이다. 그도 자녀들이 공부 잘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평소 말한대로 자녀에게 맡겨두었다. 이제 그의 공부 안하던 아들은 체육교사를 목표로 잡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딸은 재수냐 후기대 입학이냐에서 후기대입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부모로서 강권하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자녀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같다. 부모는 조역인 것을 잘 아는 사람 같다. 그의 아들이 체육교사가 될까? 그건 모른다. 이제 늦었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문교수와 그의 아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의 아들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자기 삶을 잘 조절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지시대로 산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패기와 자신감과 용기가 있을 것이다. 때론 우리 부모가 나를 때려서라도 공부 시키지... 하는 후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잘 헤쳐나가리란 믿음을 준다.
자녀는 내 욕심대로 되지 않는다.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을 믿고 사랑으로 대하면 될 것이다. 공부를 잘 하게 하기보다는 욕심을 절제하고 어려움에 굴하지 않은 강인함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특목고가면, 서울대 가면 꼭 행복한가? 의대가면 모두 부자로 사는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그리도 집착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부모의 간섭에 의한 안락함보다는 혼자서의 선택에 의한 넘어짐이 더 가치있다고 본다. 그것이 비록 후회를 동반한다고 해도...